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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바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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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380)

데스크에서 예약을 잡다보면 환자로부터 바빠서 진료를 받을 시간을 낼 수 없다며 예약을 두 달 이상 미뤄도 되냐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그 때마다 다시 묻는 직원에게 “올 수 없다는데 다른 방법이 있나요? 내가 왕진을 갈 수도 없고요”라고 자조어린 답변을 하고는 “환자에게 진료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꼭 이야기 해주세요”라는 말을 덧붙이지만 진료받을 시간도 낼 수 없이 바쁜 이들이 얼마나 공감할까 의심이 간다. 바쁘게 사는 것이 멋있어 보일 수도 있으나 치료받을 시간도 낼 수 없다면, 하고 있는 일이나 전반적인 삶에 대해 한 번 정도는 스스로 되돌아보아야 할듯하다. 

20여년 전이었을 것이다. 30대 초반 여성 환자가 진료시간을 늘 어기고 잘해야 세 달에 한번 내원한 듯했다. 그때 필자는 무슨 일을 하는데 그리 바쁘시냐고 물었다. 환자는 미스코리아가 붐이던 시절에 가장 유명한 미용실 팀장이었고 미스코리아 메이커이기 때문에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했다. 그때 필자는 “누구든지, 무슨 직업에 종사하든지 간에 자기 자신을 위해 한 달에 1시간을 낼 수 없다면 한 번은 자신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왜? 무엇을 위하여 열심인 것일까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그 뒤로 실장은 한 달에 한 번은 꼭 내원하였고 치료가 종료되는 날에 “선생님의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했고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늘리고 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 후로 환자로부터 바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 기억이 떠오르지만 예전처럼 환자에게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요즘 젊은 환자들은 나이든 의사 충고를 귀담아 듣기보다는 꼰대 잔소리쯤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도 있고, 필자 또한 환자들의 바쁜 이유를 알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세상일이 그리 녹록치 않은 것을 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오죽하면 교정치료 받으러 올 시간조차 없을까”라고 생각하는 필자 자신을 보면 이해심이 넓어진 것인지, 나이를 먹은 것인지, 체념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환자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 것만은 확실하다. 과거 모습을 돌이켜보면 환자를 이해하려고 접근하기보다는 계획된 치료기간에 끝내야 하고 잘 치료해야 한다는 직업적인 강박성 집착이 강했다고 생각한다. 여유를 가지고 상황에 따라서 환자에게 설명하고 치료기간을 얼마든지 조율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마음에 여유가 부족했다는 생각도 있다. 

통상 개원을 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환자가 증가한다. 환자가 증가하면 항상 두 가지 문제를 만나게 된다. 첫째는 다양한 성격의 환자를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까다로운 사람, 예민한 사람, 부정적인 사람 등을 만날 확률이 증가한다. 이들을 만날 가능성을 1%라고 하면 하루에 50명의 환자를 진료한다고 가정했을 때 확률적으로 이틀에 한 번은 만날 수 있다. 두 번째는 환자수가 증가하면 진료하는 의사 에너지 소모가 커진다. 환자의 질문은 늘 단순하거나 황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진료인은 평상심을 유지해야 하지만 지친 상태라면 수용보다는 예민 반응을 하게 되고 이는 다시 환자 불만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처럼 환자 증가는 딜레마가 있고 마음의 여유를 감소시킨다. 개원부터 늘 시간에 쫓기며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이유를 몰랐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환자가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여유가 없었다. 심지어 시간에 쫓기며 오가는 것이 싫어서 골프를 그만두었지만 그때도 정확히는 몰랐다. 지금도 가끔은 바쁜 때가 있지만 예전처럼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사건의 결과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여유를 잃었지만 지금은 마음의 평정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여유를 잃지 않고 객관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사건의 결과가 서두른다고 크게 달라지는 경우는 드물다. 

바쁘다는 것과 바쁘지만 여유를 지닌다는 것은 다르다. 마음의 시간은 세상의 시간과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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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에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외국에서 근무하는 딸이 오랜만에 집에 와 모처럼 대화가 이어졌다. 딸과는 따로 지낸지 오래다 보니 늘 공통의 화제가 적었고 생각의 차이도 컸다. 모처럼 가족이 모두 모인 식탁에서 최근 유행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좋은 대화 소재가 되었다. 드라마의 인상적인 장면이 가족 모두 달랐다. 덕분에 각자의 생각이 다름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딸은 서울서 상처받고 제주 집에 돌아온 금명을 가족이 돌봐주는 장면을 말하였고, 필자는 관식이가 병원에서 마취에서 깨어나며 자신이 돌을 쌓으러 가지 않았어야 한다고 혼잣말을 하는 장면이 가장 생각난다고 했다. 딸은 외국생활을 하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자신의 모습을 금명을 통해서 본 듯했다. 필자는 아버지 관식이의 삶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관식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막내아들 동명을 잃는 최악의 불행을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바다에 돌을 쌓으러 나가지 않았으면 죽지 않을 수도 있었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족에게 가장 큰 불행을 경험하게 되면, 삶에서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순간이 오면 불안지수도 같이 올라가게 된다. 행복할수록 더 불안해지는 아이러니한 마음상태가 된다. 관식이 마음의 반은 평생 자신의 잘못으로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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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전쟁과 자산시장 전망 | 미국채 금리와 달러 인덱스 중심 분석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선포는 글로벌 경제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약 100년 만에 이뤄진 대규모 관세 정책으로, 자산시장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증시는 기록적인 변동 폭을 나타내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오늘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글로벌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미국채(TLT) 금리와 달러 인덱스(DXY)를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기적 자산 배분 전략의 관점에서 향후 대응 전략을 제시해보겠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목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강력한 관세 부과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관세 조치는 단순히 무역적자 해소를 넘어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이는 관세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시장은 이러한 불확실성 증가를 반영해 4월 2일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고, 시장참여자들은 지금이 긴 하락장의 초입인지, 이벤트로 인한 단기적 주가 조정에 그치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채 금리의 급격한 변화와 달러 인덱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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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