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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칼럼

[사 설] 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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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진상은 토산품, 특산물이나 귀한 것, 질 좋은 물건 등이 생기면 그것을 왕에게 충성심을 표하는 의미에서 바치는 것이다. 그러나 진상하는 과정에 있어서 관리의 협잡이나 뇌물, 착복 등의 민폐가 심했기 때문에 단어 자체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심해졌다는 설이 있다. 2001년 신문기사에서는 결혼정보회사 직원 사이의 은어를 다루었는데, 커플 형성이 어려운 여자 고객을 ‘진상’이라 불렀다. 임금님 모시듯 좋은 것만 보내지 않으면 화낸다는 뜻에서였다.

요즘은 이 단어의 뜻이 확장돼서 손놈이나 블랙컨슈머, 고갱 등 손님인 것을 빙자해서 각종 해악을 끼치는 자들을 지칭하는 단어로도 쓰인다. 서비스산업의 발달로 ‘고객은 왕’이라고 표현했다. 고객은 온갖 갑질을 자행했고 직원들은 온갖 감정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몇 년 전까지는 이런 감정노동은 직장생활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고 감내해왔다. 그러나 사회가 변하고 단체조직문화보다는 개인 위주의 삶의 질에 무게를 두게 되면서 이런 진상을 참지 못하고 SNS를 통해서 널리 알리고 고발하게 되었다. 그리고 기업들도 이런 움직임에 호응하면서 고객우선주의에서 벗어나 직원우선주의의 기업문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심한 진상고객을 만나면 과거와 달리 “당신은 이제 손님이 아니다”라고 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현대백화점이 판매사원에게 나눠준 구체적인 행동 매뉴얼을 보면 1단계로 “고객님 차분히 말씀해주세요”라고 상대방을 진정시킨다. 그래도 상대방이 욕설을 하거나 손찌검을 하면 2단계로 “고객님 그런 말씀은 형법 제311조 모욕죄에 해당합니다”, “그런 행동은 형법 제260조 폭행죄에 해당합니다”라고 경고한다. 이후에도 사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3단계로 “이제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신고하도록 매뉴얼을 만들었다.
치과계에서도 진상환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치과의사나 직원들이 상당수 있다. 얼마 전 근처 동네치과에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했다. 

70대 노인환자가 찾아와 통증을 호소하였고 충치가 심해 신경치료를 진행했다. 이 어금니만 유일하게 교합되고 대부분의 치아가 다 망가진 상태여서 틀니나 임플란트를 권했지만 이 치아만 크라운해달라고 해서 측은한 마음에 할 수 없이 해주었다고 한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환자는 잘 씹히지 않는다며 매일 찾아와 씹을 수 있도록 해놓으라고 요구했고, 그렇지 않으면 가만 있지 않겠다고 공갈과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소송도 안할 것이며, 매일 와서 괴롭힐 것이고,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면서 보상받을 거라고 했다. 대학병원에 다녀오라 해도 안 간다며 화를 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은 심하게 난동을 부려 현행범으로 경찰서에 연행됐고, 원장도 경찰서에 가 진술을 해야 했다.

그 노인의 딸과 대화를 통해 해결은 했지만 결국 크라운비용은 받지도 못했다고 했다. 그 환자는 원래 의료기관이나 의사에 대한 불신이 심하고, 분노조절이 안 된다고 했지만, 그로 인해 치료를 해준 치과의사와 치과직원들은 감정노동에 시달려야 했고 진료비도 받지 못했다. 사기저하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삶의 질도 떨어졌다. 신변보호요청을 할 만큼 내적 상처와 자괴감도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이제 치과에서도 감정을 배제하고 시스템적인 대응매뉴얼로 진상환자들을 응대하고 자신들의 감정을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대응매뉴얼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환자의 불만에 먼저 ‘죄송하다’고 말한다. 환자의 자초지종을 끊지 않고 성실하게 듣는다. 공감과 위로를 표한다. 환자가 원하는 바를 신속하게 파악한다. 환자가 화가 났거나 말다툼의 소지가 있을 때는 대화의 톤을 낮춘다. 불만해소를 위해서 해결책 마련에 적극성을 보인다. 언쟁을 피하고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엔 해결을 위해 다음 내원을 약속한다. 그래도 환자가 협박과 진료방해를 일삼는다면 적절한 법적조치를 강구한다. 폭력과 폭언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고 제재가 안될 경우엔 경찰을 부른다. 이때 업무방해보다는 의료법12조 위반(의료인의 진료를 방해하거나 기물, 약품 등을 손괴하는 경우 의료법 제12조 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으로 처벌해줄 것을 경찰에 요구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진상환자로 돌변하지 않도록 예방에 힘써야겠다. 진상환자의 경우 금전적 문제와 감정대립의 문제가 대부분이다. 환자와의 신뢰가 있는 상황에서 보철 진료에 임하고 철저한 사전설명의 의무에 충실하자. 예상되는 부작용과 주의사항은 지나칠 정도로 자세히 설명하자. 그리고 필요하다면 동의를 구하고 녹취하자. 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 관련된 간단한 의료법에 대해서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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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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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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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