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월)

  • 구름조금동두천 17.5℃
  • 맑음강릉 15.8℃
  • 구름조금서울 19.1℃
  • 구름조금대전 18.4℃
  • 맑음대구 19.9℃
  • 맑음울산 17.1℃
  • 맑음광주 19.9℃
  • 맑음부산 18.1℃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19.1℃
  • 구름많음강화 15.5℃
  • 구름조금보은 17.4℃
  • 맑음금산 15.8℃
  • 맑음강진군 16.6℃
  • 맑음경주시 15.9℃
  • 맑음거제 17.8℃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선택과 결과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32)

7년 전 베스트셀러였던 ‘로마인 이야기’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 사오노 나나미는 “이웃나라끼리 친한 곳은 없다”라고 말하며 한국인과 일본인을 떠나 동양인이라는 관점에서 서양사를 읽어보라고 권했다. 그녀의 말처럼 호주와 뉴질랜드, 프랑스와 독일 등 가까운 나라는 친하지 않다. 역사적으로 얽히고설킨 것이 많기 때문이다.


친한 일본 친구가 많은 필자에게 최근 극우주의자 아베의 극단적 선택은 그리 달갑지 않다. 물론 미국이 트럼프가 전부가 아니듯 아베가 일본을 대변하진 않는다. 그러나 역사는 항상 누군가의 선택에서 변화가 시작되어왔다. 사마천의 사기에서 누군가의 선택은 늘 역사를 바꾸었다. 괴철이 조언한 3국 분할을 한신이 받아들였다면 유방은 한나라 건국이 어려웠고, 우리는 또 다른 삼국지를 읽었을 것이다. 진나라 승상 이사가 사구정변에서 지록위마 간신 조고의 유혹을 뿌리쳤다면 진나라는 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면초가에서 항우가 훗날을 위하여 오강을 건넜다면 유방이 전쟁에 질 수도 있었다. 오월동주의 부차가 오자서의 충고를 들었다면 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는 매순간마다 행한 선택이 결과를 바꾸는 것을 보여주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완벽한 허를 찌르는 진주만 공격을 감행하고 성공했다. 하지만 자존심에 치명타를 입은 미국을 움직이게 했고 결국 빠른 패망의 원인이 되었다.


아베는 우리도 모르는 한국의 가장 아픈 곳을 찾아 반도체를 겨냥해 무역 규제를 도발했다. 그런 면에서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삼성의 실상을 알게 되었고 우리 산업 기술의 현주소를 실감했다. 삼성의 실상은 우리의 현실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산업 성장기에 중소기업들이 일본 중소기업과 기술이나 품질 가격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가격 경쟁에서 이길 수 없었기 때문에 일본과 겹치는 중소기업은 생존하기 어려웠다. 결국 반쪽 산업화였다.

 

그런데 아베의 회심의 한방 선택은 우리 국민에게 모르고 있었던 우리의 현실을 자각하게 해주었다. 대기업에게는 자국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깨우쳐 주었다. 이젠 대기업들도 싸고 좋지만 휘둘릴 수 있는 일본 중소기업과 휘둘리지 않을 한국 중소기업 사이에서 보험을 드는 마음으로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현대화 과정에서 기술과 가격 때문에 구조적으로 일본 중소기업을 넘을 수 없어서 포기해야만 했던 우리 중소기업들이 이제 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아베의 선택으로부터 부여받았다. 산업구조가 일본과 얽히고설켜 있어 분리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20년 정도의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후에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일본과 대등한 경쟁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누구도 할 수 없었던 우리 산업경제 구조의 문제를 아베가 한 번에 정리해 주었다.


역사 속에서 누군가 다양한 이유로 어떤 선택을 했지만, 결과는 늘 생각한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한신도 그랬고, 부차도 그랬다. 한국의 가장 아픈 곳을 잘 찾아서 한 방에 충격을 준 아베는 그런 면에서 분명히 성공했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것이 있다. 역사는 늘 계획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분명 힘이 있었다. 기술선진국이란 착각과 산업구조 문제점을 한방에 정리해 주었다.

 

이제 중소기업들이 일본 그늘에서 벗어나 성장하기 시작할 것이다. 싹이 튼 씨앗이 나무가 되는 데는 10년은 걸린다. 아베의 선택이 뿌려준 씨앗의 결실은 10~20년 뒤에 나타날 것이고 그때는 진정한 기술선진국이 되어 있을 것이다. 역사는 늘 그렇게 변하였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유적만 남기고 사라지는 것도 로마가 가르쳐주었다. 이제 우리 경제 구조가 일본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음을 그가 가르쳐주었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행할 또 다른 그의 선택이 흥미롭다. 그의 새로운 선택이 우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게 할지도 흥미롭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데이트폭력의 심리
수능만점자였던 의대생이 데이트 폭력을 넘어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사건이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최근 데이트폭력이 급증했다. 3일에 1명꼴로 데이트 사망이 발생한다고 한다. 데이트폭력의 심각성은 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평생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겪는 것이다. 통상 데이트폭력 가해자는 친절하게 잘해주다가 서로 간에 트러블이 생기는 날부터 조그만 폭력이 시작된다. 그리고 점점 강도가 증가하며, 항상 ‘폭력→사과→애걸→맹세→협박’이란 동일한 패턴을 반복한다. 심리학적으로 데이트폭력 원인은 간단하다. 집착이다. 어려서 사랑하거나 신뢰했던 사람으로부터 강제적으로 멀어졌거나, 심리적으로 버림받았다고 느꼈거나, 버림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을 경험한 경우에 집착이 심해진다. 이들은 헤어짐을 이별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버림받음으로 인식한다. 버림받는다는 인식은 단지 상상만으로도 절망에 빠지고 결국 극단적인 행동으로 치닫게 될 수 있다. 인기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악역 배우의 마지막 대사인 “내 것이 아니면 남의 것도 될 수 없다”가 집착 심리의 전형적인 말이다. 심리적으로 그는 경계성 성격장애에 속한다. 이들은 과거에 버림받은 경험에 대한 반발심리로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

재테크

더보기

2024년 미국배당 투자에 대한 생각 feat.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부채위기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배당 투자에 대해서 지난 시간에 최근 1~2년 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배당투자 인기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배당성장 ETF인 ‘SCHD(Schwab US Dividend Equity ETF)’와 JEPI(JPMorgan Equity Premium Income ETF)의 최근 수익률이 S&P500 지수 대비 저조했다는 사실을 알아봤다. 다른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의 cash flow(현금흐름)를 기반으로 한 미국 배당투자가 기대에 못 미쳤던 이유는 인플레이션과 화폐가치 절하 때문이다. 전 세계 명목화폐의 기축통화인 달러를 사용하는 미국마저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는 길목에 있는 지금 현금흐름의 가치와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한 투자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시간에는 최근 금융 환경의 변화가 배당 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뤄 보겠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미국 정부의 대규모 경제 부양책과 연준의 제로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로 인한 통화정책이 초래한 인플레이션은 기준금리 사이클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을 고금리 통화정책과 지정학적 위기 해소(소련 붕괴와 미중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