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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실사구시, 실학, 그리고 치의학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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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논설위원

점심을 겸해 고교 동기가 방문했다. 필자의 출판기념회 초대장을 보냈더니 피치 못할 선약이 있다고 미리 축하한다고 왔다. 그는 동기회 활동이 액티브하고 반경이 넓다. 생업인 약국도 주민건강 최일선 보루란 자부심으로 밤 11시까지 한다. 자연히 출간서적이 화제에 올랐다. 그가 “집사람이 독서를 좋아해서 블로그에 전문서평을 쓰는데, ‘실사구시’가 안 된다”며 말끝을 흐렸다. 책만 파고드는 것은 벌이에 도움이 안 된다는 소리로 들렸다. 나도 평소 주변 후배들에게 교수·연구원 안 될 거면 가방끈 길어야 소용없다 소리를 해왔기에 그 말에 공감했지만, 고상한 기품의 친구부인이 떠올라 “그래서 외향적인 자네와 천생연분이 아니냐?”고 했더니 자기 연애할 때 에피소드를 한참 늘어놓았다.


실사구시(實事求是)는 사실에 입각하여 진리를 탐구하려는 태도다. 보통 추사 김정희를 떠올리지만 이미 한서(漢書)에 나온 말로 청대 고증학 학자들의 학문방법론으로 되살아났다. 요약하면 정밀한 훈고를 구한다는 것이 첫째고, 둘째는 몸소 행해 실천해야 한다는 것(實踐躬行)이다. 이런 과학적 학문태도는 생활과 유리된 형이상학적 공리공론(空理空論)을 떠나 ‘실학’ 학파를 낳게 했다. 그러나 일반 대중에 실학파의 파급효과는 미미했고 사회개혁 노력도 탄압을 받으며 경세치용(經世致用)적 유파는 제거됐다. 참으로 역사의 안타까운 대목이다. 김정희만 해도 병조참판까지 했지만 정쟁으로 유배되기도 했다(그의 금석문 고증은 탁월하다).


조선 성리학은 조선을 뛰어난 인문국가·도덕국가로 거듭나게 했지만, 임진왜란을 전후해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성리학(주자학)은 우주 생성과 구조, 인간심성 구조, 사회에서 인간자세에 대한 사색 · 통찰이다. 국가 건립이념으론 훌륭했지만 위기관리 능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다만 과거시험 준비를 위한 도구학문으로 변질됐다. 조선 중·후기 이에 대한 반발로 실학이 싹트고 아울러 전문기술학이 필요하다는 자각이 움텄다. 실학자들은 성리학이 자기수양, 즉 수기(修己)를 소홀히 하면서 치인(治人)에만 치중해서 정치실효가 없다고 판단하고, 수기를 강화 후에 치인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명에서 유래한 양명학·도교·선불교·천주교 등 이단사상도 영향을 끼쳤다.


유수원(1694~1755)는 단연 선진 실학자였다. 그는 상공업 진흥을 통해 농업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꾸자고 했다. 이의 실현을 위해 무위도식하면서 문벌에 끼려고 애쓰는 양반들을 농·공·상으로 전업시키고 사·농·공·상을 평등한 직업으로 전문화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농업에선 무리한 토지개혁보다는 상업적 경영과 기술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함을 주장했다. 상업은 상인 간 합자를 통한 경영규모 확대와 상인이 생산자를 고용하여 생산·판매를 주관할 것을 주장했다. 그리고 대상인이 학교와 교량을 건설하든지 방위시설을 구축하여 국방일익을 담당, 지역사회 공헌에 기여할 것을 제안했다. 당시로선 신분사회를 뒤흔드는 획기적이고 도발적인 사상이었다(다시 찾는 우리역사. 한영우 저 인용).


실학운동이 유럽의 산업혁명이나 일본의 메이지 유신처럼 사회변혁으로 유도되지 않음은 역사를 반추할 때마다 안타깝다. 정치체제 뒷받침이 경제발전에는 필수적이다. 둘은 분리될 수 없다. 현대에 이르러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이 정주영·이병철·박태준 등과 더불어 현대 실학운동에 성공한 셈이다. 그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 원전을 되살려야 하고 새로운 실학 아이템이 개발돼야 할 것이다.


치의학만큼 실학적, 실천적 학문도 없다. 국가도움도 없이 민간 치의학과 치의학 산업은 세계 반열에 올랐다. 치과의사 측에 국민 구강건강권 실천만을 요구하면서 일개 국립연구소가 없음은 형평성을 떠나 국격 문제다. 포퓰리즘 복지예산은 펑펑 쓰면서 미래사업 창출은 버려지는 현상이 만연된다. 20세 청년들에게 5,000만원을 주겠다고 헛된 공약을 하는 것보다 새로운 실학을 이끌 정당이 필요한 시점이다. 돈을 돈답게 써야 할 것이다. 정치문제로 국회에 계류 중인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건이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 여기엔 여야가 없다. 후세인들로 하여금 제2실학운동의 단초가 되는 기회를 놓쳤다는 실책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빈다.

 

*논단은 논설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논단은 논설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논단은 논설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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