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6 (토)

  • 맑음동두천 4.5℃
  • 맑음강릉 13.3℃
  • 맑음서울 7.3℃
  • 맑음대전 5.0℃
  • 맑음대구 8.2℃
  • 맑음울산 8.8℃
  • 맑음광주 7.1℃
  • 맑음부산 10.4℃
  • 맑음고창 2.5℃
  • 구름조금제주 10.6℃
  • 맑음강화 4.9℃
  • 맑음보은 1.3℃
  • 맑음금산 1.0℃
  • 맑음강진군 3.9℃
  • 맑음경주시 5.1℃
  • 맑음거제 6.8℃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꿀벌과 말벌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83)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아침에 출근해 옷을 갈아입는데 벽에 무엇인가 보였다. 자세히 보니 말벌이었다. 창문 틈으로 들어온 모양이다. 병원 창문을 열어두면 많은 동물이 날아들어 온다. 여름밤이면 하루살이들이 불빛을 보고 날아들어 문 열기가 어렵다. 이따금 새도 들어온다. 참새, 비둘기, 이름 모를 새도 있었다. 한 번은 몇 시간을 나가지 못해 119를 부른 적도 있었다. 그중에 가장 불청객이 말벌이다. 방충제를 준비하고 파리채로 한방에 잡아야 했다. 놓치고 날아다니면 직원이나 환자에게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꿀벌이라면 죽이지 않고 나갈 때까지 기다려도 되는데…”라는 필자의 말에 한 직원이 “뭐가 다른데요?”라고 반문했다. “많이 다르지요”라고 답하고 꿀벌과 말벌의 차이와 방치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우선 가장 큰 차이는 독침 모양이다. 꿀벌은 갈고리 모양이라서 침을 쏘면 뺄 수가 없고 침과 내장이 연결돼있어서 빼는 순간 죽는다. 반면 말벌은 바늘 모양으로 반복해 찌르는 것이 가능하다. 꿀벌은 목숨을 걸고 찔러야 하기 때문에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반면 말벌은 공격성이 강하다. 물론 먹이도 다르다. 꿀벌은 새끼들에게 꽃가루를 공급하지만 말벌은 벌레를 공급해준다. 종종 보이는 꿀벌 다리 쪽이나 배 쪽에 노란색으로 볼록한 것이 새끼에게 먹일 꽃가루를 모아놓은 것이다. 말벌은 이런 이유로 필자에게 일타에 죽을 수밖에 없었다. 말벌 입장에서는 필자에게 해를 끼친 것이 없이 그저 벽에 붙어 있었을 뿐이라고 억울해서 항변할 수 있을 법하다.


이런 차이를 동양학에서 성(性)이라하였다. 원천적으로 타고 나는 성질을 성이라 한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용어도 이런 의미이다. 장미와 국화가 다른 꽃을 피우는 것도 성(性)이 다르기 때문이다. 성이란 다를 수밖에 없는 원천적인 이유로 차이를 만든다. 남성·여성이란 용어는 다른 성질인 것을 의미하고, 남자·여자란 용어는 대응관계를 의미한다. 내적인 성(性)은 밖으로 나타나게 된다. 마음에 나타나면 심성이고, 물건에 나타나면 품성이다. 일정한 방향성을 지니면 성향이고, 패턴을 지니면 성격이다. 공자가 추구한 최고 경지가 성(性)이다. 인간이 가장 원천적인 마음에 이르는 것이고, 그것을 추구하는 방법(길)을 도교에서 도(道)라 하였다. 불교에서는 불성이라 표현하였다.

 

요즘 대부분 사람들은 성(性)을 Sex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아마도 영어 Sex를 성(性)으로 번역하면서 생긴 문제인 듯하다. 아주 작은 의미에서 맞는 해석이지만, 동양학에서 성(性)이 지닌 의미에는 못 미치는 안타까움이 있다. 과거 서당에서 유학의 가장 기본 개념인 성(性)를 가르치며, 제일 처음 성품과 심성을 교육하였다. 성에 이르기 위한 가르침이 유교이고, 그것을 배우는 사람이 유생이며, 그 방법을 경(敬)이라 하였다. 요즘 도(道)라 하면 마치 도술을 부리거나 무슨 부적이나 쓰는 그런 뉘앙스지만 원래는 수행하는 방법을 의미하였다. 존경(尊敬)이란 단어도 타인을 존중하는 수행 방법이었다.

 

학교교육이 현대화되면서 마음과 수행에 대한 부분이 배제되었고, 조선 500년을 지탱해온 학문과 도덕의 기본 개념이 완전히 사라졌다. 잔존된 용어마저 성(性)처럼 의미가 변했다. 의미가 변한 것보다는 축소되었다. 현대인에게 심성과 성품의 가치가 축소되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넓은 의미인 성(性)의 개념을 현대인이 이해하기 어려워졌다. 불교에서는 여여(如如)라 하였다. 그것을 완성하면 성(聖)이다. 유교는 노력하여 이루는 단계적 개념이고, 불교는 있는 것을 깨달으면 된다는 개념차일 뿐이다. 그래서 깨달은 자를 성인(聖人) 혹은 성자(聖子)라 한다.


현대에 성인이 적은 것도 원천적으로 교육받지 못한 탓이다. 요즘 사회가 상식과 멀어지고, 혼란스럽고, 옳고 그름이 사라지고, 원칙이 무너지고, 가짜뉴스가 판치고, 사이비가 극성에 달하고, 범죄가 극단에 이르는 모든 이유가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마음에 대한 교육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는 행동을 지배하는 심성을 맨 처음 가르쳤다. 우리는 참 현명한 선조를 두었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같은 시간에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외국에서 근무하는 딸이 오랜만에 집에 와 모처럼 대화가 이어졌다. 딸과는 따로 지낸지 오래다 보니 늘 공통의 화제가 적었고 생각의 차이도 컸다. 모처럼 가족이 모두 모인 식탁에서 최근 유행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좋은 대화 소재가 되었다. 드라마의 인상적인 장면이 가족 모두 달랐다. 덕분에 각자의 생각이 다름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딸은 서울서 상처받고 제주 집에 돌아온 금명을 가족이 돌봐주는 장면을 말하였고, 필자는 관식이가 병원에서 마취에서 깨어나며 자신이 돌을 쌓으러 가지 않았어야 한다고 혼잣말을 하는 장면이 가장 생각난다고 했다. 딸은 외국생활을 하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자신의 모습을 금명을 통해서 본 듯했다. 필자는 아버지 관식이의 삶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관식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막내아들 동명을 잃는 최악의 불행을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바다에 돌을 쌓으러 나가지 않았으면 죽지 않을 수도 있었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족에게 가장 큰 불행을 경험하게 되면, 삶에서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순간이 오면 불안지수도 같이 올라가게 된다. 행복할수록 더 불안해지는 아이러니한 마음상태가 된다. 관식이 마음의 반은 평생 자신의 잘못으로 막

재테크

더보기

트럼프 관세전쟁과 자산시장 전망 | 미국채 금리와 달러 인덱스 중심 분석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선포는 글로벌 경제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약 100년 만에 이뤄진 대규모 관세 정책으로, 자산시장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증시는 기록적인 변동 폭을 나타내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오늘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글로벌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미국채(TLT) 금리와 달러 인덱스(DXY)를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기적 자산 배분 전략의 관점에서 향후 대응 전략을 제시해보겠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목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강력한 관세 부과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관세 조치는 단순히 무역적자 해소를 넘어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이는 관세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시장은 이러한 불확실성 증가를 반영해 4월 2일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고, 시장참여자들은 지금이 긴 하락장의 초입인지, 이벤트로 인한 단기적 주가 조정에 그치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채 금리의 급격한 변화와 달러 인덱스의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