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코로나19 확진자가 300명을 선회하면서 수도권이 대응 2단계로 들어섰다. 올해도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늘 이맘때면 ‘다사다난한 지난 한 해’란 표현을 쓰지만 올해는 그저 단순하게 코로나19로 시작해서 코로나19로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서울은 연말까지 2단계에 준한다고 하여 해마다 있는 송년회가 거의 취소되었다. 덕분에(?) 퇴근하고 늘 집으로 돌아오는 건실한 생활을 하고 있다. 꾸준히 운동도 가능하고 책 읽고 음악 들을 시간도 생겼다. 필자는 이런 단조로운 생활을 즐기지만 젊고 혈기왕성한 사람들은 힘들 것이다. 많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아지기 때문에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쉽게 운동 부족이나 우울해지므로 스스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단 몸이 만족되면 우울해질 가능성은 많이 감소된다. 100m를 전력 질주해 숨이 턱까지 차면 숨 쉬는 것 외에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이치이다.
필자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이따금 올라오는 시대 우울을 해소한다. 얼마 전부터 운동을 위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자전거 용품을 하나씩 비교하면서 고르고 주문하며 소일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되었다. 기본적인 운동 외에는 오감을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는다. 시각으로는 VOD나 넷플렉스에서 영화를 보고 TV인터넷에서 그림을 감상한다. 청각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 유튜브에서 대부분 원하는 음악을 바로 찾아서 들을 수 있다. 베토벤에서 슈베르트를 지나 베르디를 거치고 트바로티 김호중에서 머물다가 요즘은 파가니니의 바이올린에 꽂혀 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별명을 지닌 파가니니 음악은 역시 그 명성을 알게 해 준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카프리스 24번은 언제 들어도 환상적이다. 이때 예쁜 잔에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미각을 위하여 다양한 원두를 구입하고 직접 갈아 내려 마시는 재미가 있다. 다양한 원두를 고르는 재미도 있다. 인스턴트커피도 종류별로 국가별로 다양하게 주문해 마시는 재미가 있다. 요즘은 일본산 블루마운틴을 마신다. 또 다양한 차를 골라 마시는 재미도 있다.
저녁은 가급적 외식보다는 직접 요리해 먹는다. 마트에서 식재료를 직접 고르는 재미가 있고 그것을 다양하게 요리하는 재미도 있다. 요즘은 백종원레시피에서 김수미레시피 또 다양한 사람들의 개인 레시피가 있어서 말 그대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어찌 보면 늘 해오던 단순한 일상들이다. 그런 일상을 조금 더 깊이 관심을 지니고 들어가보면 스토리가 생긴다. 단순히 듣던 음악을 스토리를 찾아 들으면 느낌이 다르다. 매장에서 구매한 획일적인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찾고 주문한 스토리 있는 커피를 마신다. 맛집을 찾아 먹던 저녁을 식재료를 직접 고르는 것부터 한다. 마트에 마요네즈 종류가 그렇게 많은 것에 놀랐다. 저녁에 무엇을 먹을까를 생각하기보다 저녁에 들른 마트에서 그날 어떤 재료를 파는가에 맞춰 요리를 한다. 모임이 많던 예전이었다면 불가능한 일들이다. 코로나19가 변화시켜준 일상이다.
코로나 일상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일상의 단순화’이다. 변수가 별로 없는 지극히 단순한 매일 매일이 비슷한 하루를 보낸다. 이럴 때 수행자가 아닌 일반인들은 쉽게 자기 고립화되거나 우울에 빠지기 쉽다. 스스로 즐기고 놀 수 있는 꺼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스토리이다. 일상에 스토리를 넣으면 활력이 생긴다. 평범한 잔이라도 누가 언제 주었다는 스토리를 넣으면 의미가 생긴다.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은 본인이 원하면 무엇이든지 알 수 있는 정보가 있다. 이런 정보를 이용하여 바빠서 놓쳤던 것들에 스토리를 입힐 수 있다. 스토리 있는 예쁜 잔에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파가니니를 검색하여 그의 정보를 갖고 카프리스 24를 들어보길 권한다. 평소와 달리 들릴 것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금은 혼자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생각을 바꾸면 평범한 일상에서 한 단계 깊은 맛을 느끼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