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30 (수)

  • 맑음동두천 26.0℃
  • 구름많음강릉 28.0℃
  • 구름많음서울 24.5℃
  • 맑음대전 25.8℃
  • 맑음대구 26.1℃
  • 맑음울산 22.5℃
  • 맑음광주 25.0℃
  • 구름조금부산 21.0℃
  • 맑음고창 25.3℃
  • 구름조금제주 18.9℃
  • 구름조금강화 22.5℃
  • 맑음보은 25.4℃
  • 맑음금산 26.8℃
  • 맑음강진군 22.8℃
  • 맑음경주시 28.3℃
  • 맑음거제 21.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삶의 속도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20)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집에 오는 길에 길게 늘어선 자동차 옆으로 한 손으로 바이크를 운전하며 지나가는 사람이 보였다. 다른 한 손은 머리에 올라가 있었다. 호기심에 자세히 보니 모자가 바람에 날리지 못하게 잡고 있었다. 헬멧도 아닌 모자를 쓰고 그 모자가 날릴까 봐 손으로 잡고 한 손으로 바이크를 운전하는 모습에 철없는 청소년들인가 하고 다시 보니 30대 후반 정도 되어 보였다.

 

구강외과 수련시절에 응급실에서 바이크 사고를 많이 본 적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부인과 어린아이들도 있을 텐데’하는 걱정이 앞섰다. 옛날 어른들은 바이크를 ‘과부제조기’라 칭했다. 개도국 시절 처음 바이크가 수입되고 비싼 헬멧을 못 썼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큰 사고로 이어졌다. 그 후로 나온 말이 ‘사고 나면 안타깝지만 즉사하여 하루 이틀 애도하고 끝나는 것이 낫다’였다.

 

복지나 의료보험이 없던 시절에 큰 사고는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가족 모두가 생활 자체가 어려워지거나 하층민으로 전락하기 쉬웠기 때문에 생긴 슬픈 말이었다. 자동차보험과 의료보험, 복지 등의 개념이 증진된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추억 속 말들이지만 헬멧도 없이 위험하게 한 손으로 운전하며 모자를 잃어버릴까 한 손으로 잡고 있는 모습은 사소한 일에 매달려 큰 것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일상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도 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그 사람처럼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으리라. 시간이 지나며 바이크 운전에 자신이 생겼고 운이 좋아서 치명적인 사고를 경험하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엔 두려움이 있었겠지만 한두 번 해도 사고가 없다 보니 이젠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고가 그렇듯이 불현듯 발생하고 그것을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 또 사람의 일이고 세상사다. 게다가 서둘러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위험은 배로 증가한다. 치과의사들도 늘 마주 치는 상황이 있다. 대기실에 환자가 오래 기다리며 웅성거리고 있으면 신경이 쓰인다. 더욱이 진료 중인 케이스가 휘어진 치근처럼 빨리 끝날 상황이 아니라면 마음은 더 조급해진다.

 

진료한 지 30년이 넘은 이제서야 그 같은 상황에 서두르지 않는 마인드 컨트롤이 가능해졌지만, 예전에는 발치 중에 서두르다가 치근이 파절되는 일들을 경험하곤 하였다. 요즘은 그런 상황이면 필자가 대기실로 나가서 직접 양해를 구한다. 물론 직원들이 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필자가 직접 말하는 것이 좀 더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한번은 매일 반복하는 일을 하면서도 늘 빠르게 살아온 삶을 되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스스로 삶의 속도를 관찰해 보았다. 얼마나 빨리 운전을 하며 얼마나 빨리 식사를 하는지, 말은 얼마나 빨리하며 걸음은 어느 정도 속도로 걷는지를 관찰해 보았다. 그 후 삶의 속도를 30% 감소시켜보았다. 운전 속도를 30% 줄이니 먼저 갈 이유가 없어졌고 다른 차에게 양보운전이 가능해졌다. 말하는 속도를 30% 늦추니 상대방 말을 들을 여유가 생겼다. 모든 것이 빠른 것을 요구하는 세상에 익숙하다 보니 스스로 삶도 빨라졌다. 온도가 천천히 오르는 우물 속 개구리처럼 인식 못하고 당연한 듯 살았음을 삶의 속도를 늦추며 알았다.

 

요즘 필자에게는 ‘꼭’해야 한다는 것이 없다. 하는 데까지만 한다. 일이나 행동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면 멈추고 시간을 조절한다. 삶 속에서 ‘빨리’라는 단어를 지우니 많은 것이 달라졌다. 여유라는 이득을 얻었고 반대급부로 경제적인 손해는 감수하였다. ‘빨리’는 시간을 늘리면 해결되거나 ‘천천히’로 바뀔 수 있다. 삶에서 모든 것을 얻을 수 없다. 그리고 굳이 내 것이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들에 핀 예쁜 꽃이 굳이 내 방 화병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굳이 내 것이어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들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지불했었다. 들판의 꽃을 있는 그대로 느끼면 집으로 가져오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삶의 속도를 늦추면 더 많은 꽃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같은 시간에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외국에서 근무하는 딸이 오랜만에 집에 와 모처럼 대화가 이어졌다. 딸과는 따로 지낸지 오래다 보니 늘 공통의 화제가 적었고 생각의 차이도 컸다. 모처럼 가족이 모두 모인 식탁에서 최근 유행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좋은 대화 소재가 되었다. 드라마의 인상적인 장면이 가족 모두 달랐다. 덕분에 각자의 생각이 다름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딸은 서울서 상처받고 제주 집에 돌아온 금명을 가족이 돌봐주는 장면을 말하였고, 필자는 관식이가 병원에서 마취에서 깨어나며 자신이 돌을 쌓으러 가지 않았어야 한다고 혼잣말을 하는 장면이 가장 생각난다고 했다. 딸은 외국생활을 하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자신의 모습을 금명을 통해서 본 듯했다. 필자는 아버지 관식이의 삶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관식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막내아들 동명을 잃는 최악의 불행을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바다에 돌을 쌓으러 나가지 않았으면 죽지 않을 수도 있었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족에게 가장 큰 불행을 경험하게 되면, 삶에서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순간이 오면 불안지수도 같이 올라가게 된다. 행복할수록 더 불안해지는 아이러니한 마음상태가 된다. 관식이 마음의 반은 평생 자신의 잘못으로 막

재테크

더보기

트럼프 관세전쟁과 자산시장 전망 | 미국채 금리와 달러 인덱스 중심 분석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선포는 글로벌 경제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약 100년 만에 이뤄진 대규모 관세 정책으로, 자산시장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증시는 기록적인 변동 폭을 나타내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오늘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글로벌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미국채(TLT) 금리와 달러 인덱스(DXY)를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기적 자산 배분 전략의 관점에서 향후 대응 전략을 제시해보겠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목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강력한 관세 부과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관세 조치는 단순히 무역적자 해소를 넘어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이는 관세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시장은 이러한 불확실성 증가를 반영해 4월 2일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고, 시장참여자들은 지금이 긴 하락장의 초입인지, 이벤트로 인한 단기적 주가 조정에 그치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채 금리의 급격한 변화와 달러 인덱스의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