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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세월과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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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28)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오랜만에 내원한 환자에 인사를 건네고 보니 팔뚝 전체를 휘감은 타투가 눈에 띄었다. 최근 문신한 환자들이 많이 늘어났다. 작은 것들은 많이 보아왔으나 팔 전체를 휘감은 것을 보니 예전에 보았던 얌전한 환자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최근 들어 타투가 젊은 층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팔다리 혹은 전신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타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접하다 보니 조금은 담담해졌다.

 

그러나 필자처럼 타투가 범죄자들의 전용물처럼 생각되던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비치기는 쉽지 않다. 영화에서조차 조폭이나 폭력배를 나타낼 때 흔히 타투를 보여주는 기법을 사용하던 시대였다. 비록 시간이 옳고 그름조차 변화시키지만, 과거를 경험한 사람들 기억까지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예전에는 군대 신체검사에서 문신을 하면 범죄가능자로 분류돼 면제되었으나 올해부터 문신검사 자체가 없어졌다. 시대가 많이 변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타투는 역사적으로 지역에 따라 의미와 목적이 달랐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부족 간 전투에서 강하게 보이려는 목적이 강했고, 일부 민족에서는 신분적 지위를 표시하는 데 사용했다. 중국은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타투를 야만인들의 풍습으로 여겼으며 심지어 죄인이나 노예에게 낙인으로 사용했다. 우리나라는 그 문화가 들어와서 형벌로 사용됐다.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욕 중에서 ‘경을 칠 놈’이란 표현이 있는데, 여기서 경(黥)이 경형 혹은 묵형이라 하며 얼굴이나 팔에 범죄자임을 알리는 문신을 했던 형벌을 의미하였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타투는 시작부터 근래까지 오랫동안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으나 시대가 바뀌고 개념과 미의 기준이 바뀌면서 최근 들어 불과 10여년 사이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타투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도 20년 전에 조기유학을 떠났던 학생들이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세계 각 지역에 있던 문화가 같이 들어왔을 가능성과 급격히 발달한 SNS의 영향으로 외래문화가 여과 없이 흡수된 영향으로 생각된다. 

 

여하간 필자가 타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주장하려는 생각은 없다. 다만 젊어서 선택한 비가역적인 행동이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후회로 남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을 뿐이다. 젊은 사람들도 나이 들면 피부에 주름이 잡히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본인도 그렇게 된다는 것을 인식하기는 힘들다. 피부가 늘어지고 쳐지는 나이가 되면 타투의 멋진 그림도 같이 초라해짐을 모른다. 나이 주름에 모양이 이상해진 타투까지 가세하면 더욱 초라해 보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20대에서 60대까지 40년을 즐겼다면 나머지 30년은 초라해 보여도 계산적으로는 억울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신체가 점차 젊음을 잃으며 노화되어가는 것을 타투 그림이 찌그러지는 것을 보며 시각적 확인을 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지금 하는 행동이 먼 미래에 어떤 일로 돌아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때로는 옳다고 생각한 과거의 선택이 시간이 지나고 시대가 변하면서 후회로 남는 경우도 있다. 그 당시에는 옳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 되돌아보며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후회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시점의 가치와 기준으로 미래가치를 판단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생각, 기호, 취미 등이 바뀌고 사회적으로는 법과 문화도 바뀌지만 예측하기 어렵다. 미래가치는 대부분 판단하기 어려운데 타투는 확실하게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에서 급증하는 이유는 현실에서 눈으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노인 세대에서 타투한 사람은 거의 없다 보니 어떤 모습인지 확인할 수 없다. 단지 생각만으로 아는 것과 눈으로 보며 자신에게 대입해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언제나 세상사가 그렇듯이 보지 못했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살다 보면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는 일이 생긴다. 그것도 삶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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