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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어느 날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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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82)

아침 출근길에 갑자기 지하철이 멈추었다. 2호선 강변역에서 출입문이 열린 채로 마냥 움직이지 않았다. 안내방송으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로 합정역부터 모든 역에서 열차가 멈추었고 언제 출발 가능할지 모른다고 알렸다. 그동안 뉴스로만 듣던 일이 필자 출근길까지 막았다. 일단 밖으로 나왔지만 필자와 같은 처지의 인파로 택시를 잡는 것도 어려웠다. 지하철로 두 정거장이지만 마을버스로 30분이 걸리니 진료시간을 맞추기에는 이미 늦었다. 병원에 전화해 30여분 이상 늦을 수 있으니 예약 환자에게 양해를 구해 달라고는 우여곡절 끝에 35분 만에 도착했다. 40분 이상을 기다렸던 환자에게 변명과 사과를 시작으로 정신없이 오전이 지났다.

 

살다 보면 지하철 멈춤처럼 생각하지 못한 사건이 불현듯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어떤 이에게는 질병으로 오고 어떤 이는 사고로 오기도 한다. 60세가 넘으니 뇌졸중으로 유명을 달리한 친구도 있고, 암 투병 중인 지인들도 있다. 모 외제차 화재사건이 한창이던 시기에 갑작스런 부고에 조문을 가보니 차량 화재 피해자이신 지인도 있었다.

 

정신없이 오전을 정리하고 커피 한잔을 마주하니 다양한 생각에 잠겼다. 오늘 필자는 조금 바쁘게 움직이면 해결될 수 있는 사건을 갑자기 경험했지만, 회복할 수 없거나 일상으로 돌아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사건을 갑자기 만난 이들은 당황스럽고 인정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질환이 음주나 흡연 혹은 스트레스를 받는 생활습관과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지만, 교통사고처럼 불가항력적으로 갑자기 발생하기도 한다.

 

얼마 전, 집에서 청소를 마친 로봇청소기가 충전거치대 찾아가서 도킹에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일이 있었다. 시끄러워서 가보니 몇 달 전에 흘리고 못 찾았던 영양제 한 알이 도킹을 방해하고 있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과법을 일상에서 보았다.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알약 하나가 시간이 경과해 훗날 로봇청소기 도킹 방해로 나타난 것이 사소하지만 인과다. 일상에서 사소한 어떤 과거 행위가 인과로 작용해 어느 날 갑자기 이해하지 못하는 사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전장연은 의도적으로 필자의 출근길을 30분 이상 지연시키고 환자들을 40분 이상을 기다리게 했다. 그들의 행동이나 방법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같은 사회를 사는 한 일원으로 필자가 알 수 없는 그 무슨 인과가 작용했을 것이다.

 

필자의 30분 출근지연으로 그들 원하는 것을 얻었다면 예전에 보았던 ‘도깨비’라는 드라마의 유명한 대사처럼 “그러면 그것으로 되었다”고 생각한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는 것이 자연 이치다. 다만 우산을 쓰거나 소나기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도가 인간에게 주어졌을 뿐이다. “평범한 일상이 매일 매일 눈부신 날들이었다”는 ‘도깨비’ 대사처럼 건강을 잃거나 혹은 사건·사고를 경험한 뒤에 그 사실을 깨닫기 때문에 도인이 아닌 일반인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지는 사건이 감당할 수 없으면 운명이라 칭했다. 그런 사건에는 연로하신 부모님 작고처럼 마음 준비를 하는 것과 지하철 멈춤처럼 예측 불가능한 것이 있다. 아무리 예상하고 마음을 준비한 사건도 정작 직면하면 황망해 슬퍼하며 결코 쉽게 안정되지 않는다. 하물며 지하철 멈춤처럼 예측하지 못한 사건을 만나면 당황스럽고 게다가 분노까지 오르면 화를 다스리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갑자기 발생하는 일은 작든 크든 일상에 변화를 준다. 오늘처럼 오전에 해결될 수 있는 사건도 있는가 하면 투병 생활처럼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풍랑에 목숨을 잃듯이 불가항력적인 일은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더욱 많았다. 그래서 인간은 두려움에 신을 찾았고, 생명이 지닌 한계 시간은 애써 외면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해왔다. 숨겨놓은 도토리를 찾지 못하면서도 계속해서 숨기는 다람쥐처럼 내일은 당연히 살아있다는 것을 전제로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이 눈부신 날인 것을 모른다.

 

내일 인류가 멸망한다면 오늘이 얼마나 눈부실 것인가. 일상이 눈부신 날인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어느 날 갑자기 또한 일상으로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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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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