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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의료인의 비밀누설 금지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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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하태헌·이정은 변호사의 법률칼럼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세종의 하태헌, 이정은 변호사입니다. 의료법 제19조는 ‘의료인은 이 법이나 다른 법령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의료·조산 또는 간호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의료법 제88조는 ‘제19조를 위반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번호에서는 이와 같이 의료인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규정한 의료법 제19조에서 정한 ‘다른 사람’에 생존하는 개인 이외에 이미 사망한 사람도 포함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 대하여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관계법령

의료법

 

제19조(정보 누설 금지)

①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는 이 법이나 다른 법령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의료·조산 또는 간호업무나 제17조에 따른 진단서·검안서·증명서 작성·교부 업무, 제18조에 따른 처방전 작성·교부 업무, 제21조에 따른 진료기록 열람·사본 교부 업무, 제22조제2항에 따른 진료기록부등 보존 업무 및 제23조에 따른 전자의무기록 작성·보관·관리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정보를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 <개정 2016.5.29>

② 제58조제2항에 따라 의료기관 인증에 관한 업무에 종사하는 자 또는 종사하였던 자는 그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거나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

 

제88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19조를을 위반한 자. 다만, 제19조를 위반한 자에 대한 공소는 고소가 있어야 한다.

 

■ 사실관계

의사인 피고인은 의사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의료계 해명자료’라는 제목으로 피고인이 수술한 피해자의 유족과 사이에 발생한 분쟁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을 설명하는 글을 올리면서, 피해자의 위장관 유착박리 수술 사실, 피해자의 수술 마취 동의서, 피해자의 수술 부위 장기 사진과 간호일지, 2009년경 내장비만으로 지방흡입수술을 한 사실과 당시 체중, BMI 등 개인 정보를 임의로 게시함으로써 의료법 제19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의료인의 비밀 누설 또는 발표행위를 하였다는 사실로 형사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 제1심 및 항소심 법원의 판단

제1심 법원은 특별한 규정 없이 의료법 제88조, 제19조에서 정한 ‘다른 사람’의 범위를 확대해석하여 이미 사망한 사람까지 포함시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보면서, 의료법에서 비밀의 주체로 정한 ‘다른 사람’에는 이미 사망한 사람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체계적이고도 논리적인 해석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이미 사망한 피해자에 대한 각종 의료자료 등을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한 행위는 의료법 제19조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6. 11. 25. 선고 2015고합203 판결).

이에 반해 항소심법원은 환자 사망 후의 비밀누설 행위 역시 여전히 의료법에 의하여 금지되는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8. 1. 30. 선고 2016노3983 판결).

 

■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2018. 5. 11. 선고 2018도2844 판결)

최종적으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면서 구 의료법 제19조에서 정한 ‘다른 사람’에는 생존하는 개인 이외에 이미 사망한 사람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의료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제1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은 의료인(제2장)의 자격과 면허(제1절)에 관하여 정하면서 의료인의 의무 중 하나로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정하고 있다. 이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사람의 생명, 신체나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에 대하여 법이 정한 엄격한 자격요건과 함께 의료과정에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는 법적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그 취지는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신뢰관계 형성과 함께 이에 대한 국민의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높임으로써 수준 높은 의료행위를 통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있다. 따라서 의료인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는 개인의 비밀을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비밀유지에 관한 공중의 신뢰라는 공공의 이익도 보호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형성된 신뢰관계와 이에 기초한 의료인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는 환자가 사망한 후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이 변한다고 볼 수 없다.

 

구 의료법 제19조에서 누설을 금지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비밀’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원칙적으로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비밀영역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이러한 보호의 필요성은 환자가 나중에 사망하더라도 소멸하지 않는다. 구 의료법 제21조 제1항은 환자가 사망하였는지를 묻지 않고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내주는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 점을 보더라도 환자가 사망했다고 해서 보호 범위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없다.

 

헌법 제10조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선언하고 있고, 헌법 제17조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국민은 자신에 관한 정보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이 함부로 공개되지 않고 사적 영역의 평온과 비밀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이와 같은 개인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할 필요성은 그의 사망으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사망 후에 사적 영역이 무분별하게 폭로되고 그의 생활상이 왜곡된다면 살아있는 동안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것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사람은 적어도 사망 후에 인격이 중대하게 훼손되거나 자신의 생활상이 심각하게 왜곡되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하고 그러한 기대 속에서 살 수 있는 경우에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실효성 있게 보장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형벌법규 해석에 관한 일반적인 법리, 의료법의 입법 취지, 구 의료법 제19조의 문언·내용·체계·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구 의료법 제19조에서 정한 ‘다른 사람’에는 생존하는 개인 이외에 이미 사망한 사람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 시사점

위와 같이 법원은 의료법 제19조에서 정한 ‘다른 사람’에는 생존하는 개인뿐만 아니라 이미 사망한 사람도 포함되고, 피고인이 의사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환자에 대한 의료정보 등을 게시한 행위는, 비록 환자가 사망한 자라고 하더라도, 의료법 제19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의료인의 비밀 누설 또는 발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의료법위반의 죄책을 물었습니다.

 

한편, 형법 제317조 역시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제사, 약종상, 조산사, 변호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공증인, 대서업자나 그 직무상 보조자 또는 차 등의 직에 있던 자가 그 직무처리 중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면서,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등에게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여기서의 ‘타인’은 생존하는 사람만을 의미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법원은 의료법 제19조의 ‘정보 누설 금지’ 즉, 의료인의 비밀유지의무는 생존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사망한 자의 사적 영역도 보호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주지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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