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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420억, 우면산 산사태 복구과정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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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논설위원

며칠째 서울에는 비가 쏟아지고 있다. 가뭄에 타 들어가는 농작물 앞에서 가슴을 태우던 농민들의 모습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던 일을 무마하려는 듯 낙뢰를 동반한 비가 쏟아지고 있으니, 이 또한 자연의 조화일까?

 

지난여름 폭우로 인한 우면산 산사태는 수많은 인명과 재산을 일시에 쓸어갔다. 그 참사의 기억이 지워지기도 전인 올해 여름, 서울시에서 420억 여 원을 투입한 복구공사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는 보도를 보았다. 집중호우가 시작되기 전 서둘러 기민하게 이루어낸 복구 상황에 박수를 보내야 하겠지만, 과연 ‘제대로 된 복구인가’하는 의구심이 비죽이 머리를 들이민다.

 

과연 ‘복구’란 말은 무슨 의미일까? 그저 예전 상태로 되돌린다는 말로 쉽게 이해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 여름 우면산 일대는 천둥번개와 함께 퍼붓는 집중호우를 작년과 다른 모습으로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근래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소식들을 취합하자면 ‘그렇지 못한’ 쪽으로 공사가 시작되고 진행되었던 모양이다.

 

복구공사는 산사태 발생 직후 즉각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우면산 산사태 현장의 복구는, 발생 원인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과 수많은 자료들에 대한 엄중한 평가, 그리고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참고하여 현상에 대한 철저한 원인 분석을 거친 후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마땅한 수순이다. 재발 방지라는 최우선의 가치를 염두에 두었더라면 엄정한 원인분석과 세심한 대비책에 따른 시행계획을 좌시한 채 무턱대고 땅부터 파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이미 발생한 문제에 대해 그 현상의 명확한 정의와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을 의료에서는 ‘진단’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치료계획의 수립’일 것이다. 그 후 비로소 치료행위가 시작된다. 이것이 올바른 의료행위의 과정일 것이다.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에 대해서 나는 얼마나 철저하고 치밀하게 그 원인을 분석하고 있으며 발생된 문제점들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에는 얼마나 집중하고 있을까. 충치라는 문제현상을 보고 그 문제현상을 원래 상태와 유사하게 복구하는 일만을 반복하고 있다면 그것은 과연 원인 분석과 예방대책 수립 등 타당한 절차를 거친 적절한 의료행위인지 자문해본다.

 

이제 치과계의 현안으로 눈을 돌려보자. 무분별하고 비윤리적인 광고, 치료비 할인을 통한 환자유인행위, 불법치과네트워크…. 산사태처럼 우리 앞으로 쏟아져내린 문제들 앞에서 치과계는 지금 어떤 복구대책을 세워뒀을까? 우면산 산사태 직후, 제대로 된 원인분석이나 예방대책은 실종된 채, 건설 장비를 투입하여 원래 상태로 복구하는 데 급급했던 서울시 당국이 ‘타산지석’이 되지는 않을지 반문해본다.

 

날이 갈수록 의료수가는 경쟁적으로 낮아져만가는데 불법네트워크 치과는 기승을 부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리 치과의 환자는 줄어만 가며, 동료치과 의사 중 누군가는 불법 네트워크 치과에 고용되어 진료를 하고 있다. 현재 우리 치과계는 무엇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떠안게 되었을까? 이러한 현 사태에 대한 면밀한 원인분석은 어디까지 이루어 졌으며 예방책과 개선점에 대하여 어떤 신실한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인지, 또 얼마나 구체적으로 검토가 된 상황인지 자문해 볼 때이다.

 

산새가 울고 계곡물이 흐르고 녹음이 우거진 우면산의 푸른 숲, 앞으로 닥칠 어떤 재난에도 굳건히 그 아름다움을 지켜갈 우면산의 복구를 기대하듯이, 우리 치과계도 현상에 대한 대처가 아닌 원인에 대한 면밀한 파악과 대응을 통해 아름답게 복구가 되고 견고히 지켜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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