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장거리 마라톤’이다
투자는 장거리 달리기에 비유된다. 잠깐 전력 질주로 앞서가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 오래 달릴 수 있는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끝까지 좋은 결과를 유지하기 어렵다. 투자도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기적인 수익에만 급급해서 무리하게 달리다 보면 심리적으로 지치고, 결국 투자를 멈추거나 크게 손실을 보게 될 수 있다.
장기적인 투자성과를 거두려면 ‘snowball effect’, 즉 눈덩이가 굴러가듯 서서히 커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흔히 들 복리의 마법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복리의 마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한데, 바로 투자금과 복리 수익률, 그리고 투자기간이다. 작은 투자금이라도 복리 수익률과 시간이 충분히 뒷받침되면 크게 늘어나겠지만, 현실적으로 인생은 무한정 길지 않고 우리가 투자에 쓸 수 있는 자금과 시간은 제한적이다. 그래서 투자금 자체도 일정 수준 이상 준비돼야 하고, 적절한 복리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만들어내야 하며,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
복리의 마법을 실현하는 세 가지 조건을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까? 먼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방법 중 하나가 자산배분과 패시브 투자다. 자산배분은 여러 자산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변동성을 낮추고, 포트폴리오 전체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여러 종목을 고를 필요 없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자산비중을 조정하고, 정기적으로 리밸런싱을 실시한다면 장기적으로 기하평균 수익률이 비교적 고르게 유지될 수 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투자 성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격적으로 알파(α)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도 있고, 보수적으로 베타(β) 수익만 추구하는 투자자도 있다. 알파 투자는 기대 수익이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실력과 경험, 그리고 심리적 안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정 종목의 단기 급등을 포착해 고수익을 낸다 해도, 그 종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운이 좋았던 시기가 지나서 시장이 반대로 움직이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액티브 투자를 선호하는 성향인지, 아니면 자산배분 중심의 패시브 투자를 선호하는 성향 인지를 파악하는 ‘메타인지’가 중요하다.
투자 목표와 나의 성향, 그리고 투자경험이 어느 정도인지 돌아보면,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투자할지’에 대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이가 젊고 공격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일정 비율은 더 높은 변동성을 가진 자산(예: 비트코인, 성장주 등)에 투자할 수 있다. 반면 은퇴를 앞두고 안정적 수익을 추구한다면, 위험자산 비중을 최대한 줄이고 안전자산이나 현금 비중을 높이는 쪽이 마음이 편하다.

변동성을 다스려야 투자에 성공한다
아무리 좋은 투자전략이라고 하더라도, 매일 밤잠을 설칠 정도로 불안이 크다면 장기적으로 투자하기 어렵다. 투자금이 너무 커서 하루 변동폭에 일상이 지장을 받는다면, 투자금을 줄이거나 현금 비중을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변동성을 완화해볼 수 있다. 투자경험이 쌓이면 변동폭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수도 있지만, 초반부터 무리할 필요는 없다. 지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패시브 투자에서도 변동성은 어느 정도 발생한다. 하지만 여러 자산을 분산해둔 상태에서 주기적으로 확인만 하면 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훨씬 덜하다.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처럼 금리 사이클에 따라 자산의 순환이 이뤄지고, 하이먼 민스키 모델을 참고하면 대중심리가 경제 사이클에 따라 변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시장에는 항상 과열과 냉각, 탐욕과 공포가 반복된다. 패시브 투자는 그 흐름 전부를 일일이 쫓아다니기보다는 거시적인 흐름에 맞춰 분산된 자산을 꾸준히 들고 가는 전략에 가깝다.
나름의 경험과 여유가 생기면, 액티브하게 알파 투자전략을 조금 섞어볼 수도 있다. 시장이 과도하게 공포에 빠져 특정 자산이 저평가된 시점에서 매수하고, 탐욕이 극에 달했을 때 수익 실현을 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도 한때는 하락장에 길게 눌려 있었지만, 사이클을 알고 투자한 사람들은 저점 매수로 큰 수익을 거둔다. 다만 이런 알파 투자는 경험과 심리적 안정이 없다면 어렵다. 제대로 분석하기도 힘들거니와 타이밍을 놓치면 손실을 볼 확률도 크다.
장기적으로 꾸준한 복리 수익률을 얻으려면 최소 5년 이상은 투자성과를 지켜봐야 한다. 해마다 몇 번 씩 큰 수익을 내더라도, 전체 자산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면 뜻밖에 복리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 배당수익과 자본 차익이 재투자돼 불어나는 복리효과는 장기적인 투자 기간이 핵심이다.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오랜 시간을 견디기 어렵고, 결국 중간에 포기하거나 매매 타이밍을 재는 과정에서 실수를 범하게 된다.
‘마음 편한 투자’가 중요한 이유는 투자는 오래 달리기와 같기 때문이다. 마라톤 선수처럼 전문적으로 투자에 매진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에게는 삶의 다른 영역도 중요하다. 가족, 직장, 건강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데, 투자 때문에 일상이 흔들릴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지속 가능한 투자생활이라 보기 어렵다.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불안감을 줄이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만약 투자 중에 불안감이 갑작스럽게 치솟는다면, 이를 경고등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내 투자 방식에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닐까?”하고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투자금액을 줄이거나 자산 배분을 다시 손보는 식으로 조정한다. 투자금액은 유지하지만 포트폴리오의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나아가서 패시브 투자를 확대하거나, 변동성이 큰 자산 비중을 줄이면 더욱 편안해진다.
필자는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소량(5% 내외) 편입하는 방법이 복리 수익률을 높이는 ‘치트키’라고 언급해왔다. 다만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편입 비율이 너무 높아지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휘두를 수 있어 자신의 성향에 맞춰 비중을 조절해야 한다. 2025년 들어서 중앙은행과 연기금에서 비트코인을 대체자산으로 포트폴리오에 5% 이내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패시브 투자자라면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 포트폴리오의 5% 내외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
마음 편한 투자가 승리한다
투자는 자신의 경험치와 심리적 안정선, 그리고 목표로 삼는 수익률을 고려해 “내가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과정이다. 처음엔 패시브 투자로 장기적으로 잃지 않는 경험을 쌓고, 기회가 보이면 조금씩 알파 투자를 해보면서 자신만의 투자 전략을 완성해 나갈 수 있다.
마음이 편해야 장기 투자로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고, 결과적으로 더 큰 성과로 이어진다. 단기적으로는 고수익을 추구하는 다른 투자자가 더 높은 수익을 낼 수도 있다. 그러나 변동성에 휩쓸리지 않고, 꾸준히 자신만의 배분 전략을 유지하며 복리의 효과를 쌓아 올리는 투자자가 결국 마라톤의 승자가 될 확률이 높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투자 방법을 찾기 위해서 투자 목표와 자산 규모, 투자 철학, 심리적 안정감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