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2 (금)

  • 흐림동두천 4.8℃
  • 흐림강릉 3.3℃
  • 흐림서울 6.7℃
  • 구름조금대전 9.2℃
  • 구름조금대구 6.2℃
  • 울산 5.9℃
  • 맑음광주 11.3℃
  • 부산 8.3℃
  • 맑음고창 8.7℃
  • 제주 12.6℃
  • 흐림강화 3.9℃
  • 맑음보은 6.9℃
  • 맑음금산 9.5℃
  • 맑음강진군 10.9℃
  • 구름많음경주시 4.3℃
  • 구름조금거제 8.6℃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

URL복사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714)

지난 일요일 마포에 위치한 사찰을 다녀오면서 마포에 가면 항상 들르는 가든호텔 뒤편에 위치한 족발집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오랜만에 방문해 위치를 못 찾는 것이라 생각하고 인근 철물점에 물어보았다. 식당은 예전에 운영하시던 부모님이 노환으로 일을 못하게 됐고, 자식들이 식당을 원하지 않아서 없어진 지 몇 년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 주인의 손맛을 더이상 맛볼 수 없는 것과 필자의 추억들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고 되돌아왔다.

 

서울서 60여년을 살다 보니 가끔 한 번씩 들르는, 지역마다 찾아가보는 필자만의 맛집이 있다. 공덕동 시장통에 선지해장국집, 위생병원 앞 막국수집, 을지로 2가 냉면집, 신사동에 아구찜, 건대 앞 칼국수집과 순대국집, 송파구청에 곱창집, 용두동 삼합집, 마장동에 닭곰탕 기사식당 등 허름해도 장인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이다. 그중 한 곳이 사라졌다. 이런 오래된 식당(노포)이 사라지는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미 일본에서 시작된 일이다. 일본에서 3대에 걸쳐 100년 된 소바가게가 문을 닫으면서 일본의 장인 정신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은 지 오래다. 코로나 시절에는 8대에 걸쳐 대를 이어 운영하던 231년 된 노포가 폐업하기도 했다. 일본엔 100년 이상 된 노포가 2018년에 약 2만8,000여 곳 정도였다. 1000년 이상 된 곳도 8곳이나 있었다. 이런 일본에서 노포들이 지속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130년 된 노포 료칸 ‘하케이테이(八景亭)’는 생선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요리 료칸으로 유명했으나 7년 전 폐업했다. 후계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3대째인 대표가 운영하다 병으로 쓰러진 후 후계자를 구했지만 음식 맛을 잇겠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았다. 두 명의 자녀가 있었지만 아버지의 뒤를 이을 생각은 없었다. 부인은 주위에 피해를 주기 싫다면서 폐업을 결정했다. 시에서는 그 건물을 보존 수리해 유적지로 보존했다. 결국 마포 족발집과 같은 이유였다. 작게는 가족들의 문제로 보이지만 사실은 사회적으로 저출산·고령화가 근본 원인이다.

 

이미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40여 년 전 저출산과 고령화에 진입했다. 일본에서 수십 년 전에 시작된 문제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된 것이다. 저출산에 의한 소수의 자녀들은 아무리 전통과 장인의 가게라고 해도 이어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장 안타깝고 슬픈 이유로 부모가 그동안 모은 돈으로 잘 먹고 잘살 수 있으니 굳이 고생하면서 일하기 싫은 것이다. 다음은 식당과 같이 노동을 요하는 직업을 회피해서다. 마지막은 그나마 바람직한 것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다. 이런 이유로 흑자에도 불구하고 노포들이 문을 닫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물론 소비자의 기호나 시대의 변화에 밀려 사라진 경우도 많았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2·30대 중 50만명이 전혀 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건설 노동 현장에는 대다수가 외국인 노동자들이 된 지 오래다. 3D업종에 종사하려는 젊은이들은 이제 없다. 최근 요리사가 각광받고 있지만 오래된 족발집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폼나는 셰프가 되고자 한다. 이런 풍토가 부모 직업이 폼나지 않으면 물려받지 않는 것은 이제 당연하다. 물려받아도 자신이 직접 만들지 않고 전문 요리사를 고용하면 아쉽게도 옛 맛이 사라진다. 이렇게 자식들이 운영하면서 필자의 맛집이 사라진 곳도 몇 군데가 있다.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의 향수가 사라지듯이 그렇게 향수의 맛집 또한 사라지고 있다. 요즘은 사찰을 가도 예전의 고즈넉함의 정취가 사라진 곳이 많다. 중국풍의 어수선함으로 장식된 곳이 증가하면서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많았다. 결국 이 또한 시대의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마포 족발집처럼 필자의 아날로그적 향수가 하나둘씩 사라지는 것이 그립고도 아쉽다. 사실 필자는 족발을 좋아하지 않았다. 장충동 족발은 너무 부드럽고 아니면 너무 퍽퍽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맛본 것이 마포 족발이었고 유일하게 먹는 족발이었다. 이제 필자가 족발을 먹을 일 또한 없을 것이 아쉽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재테크

더보기

2025년 국내증시 코스피 분석 | 금리사이클 후반부에서의 전략적 자산배분

2025년 12월 10일, 국내 증시는 다시 한 번 중대한 분기점 앞에 서 있다. 코스피는 11월 24일 저점 이후 단기간에 가파른 반등을 보이며 시장 참여자의 관심을 끌었지만, 이러한 상승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자산배분 관점에서는 현재 우리가 금리사이클의 어느 국면에 위치해 있는지, 그리고 그 사이클 속에서 향후 코스피 지수가 어떤 흐름을 보일지를 거시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기적 자산배분 전략은 단기적인 매매 타이밍보다 금리의 위치와 방향을 중심으로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형은 금리 사이클의 각 국면에서 어떤 자산이 유리해지고 불리해지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2025년 말 현재 시장은 금리 인하 사이클의 B~C 구간 극후반부에 진입해 있으며, 이 시기는 위험자산이 마지막 랠리를 펼치는 시점으로 해석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산시장이 활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곧 이어지는 경제위기 C 국면은 경기 침체와 시장 조정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단계다. 따라서 지금의 상승 흐름은 ‘새로운 랠리의 시작’이라기보다 ‘사이클 후반부의 마지막 불꽃’이라는 인식이 더욱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