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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이상한 응급실 당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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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헌 논설위원

최근 우리나라에 ‘이상한 법’이 만들어졌다. 응급환자는 응급실에서 당직하고 있는 전문의가 직접 진료해야한다는 ‘응급실 전문의 당직법’(응급의료법 시행규칙)이다.

 

이 법이 만들어진 취지는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보다 신속하게, 적절한 수준의 응급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만약 응급환자를 당직전문의 등이 직접 진료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벌칙도 신설됐다.

 

이 법을 촉발시킨 계기는 지난 2010년 11월 2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전부터 배가 아프다던 4살 여아가 급기야 토를 하기 시작하자 부모는 오후 4시경 집에서 가까운 대구시의 A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하지만 전문의가 없다며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권했고, 옮겨 간 B대학병원에서도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했다. 결국 다른 병원에서 ‘장중첩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구미의 C대학병원 응급실로 갔으나 결국 다음날 새벽 여아는 사망했다. 그리고 이 사건이 ‘응급실 전문의 당직의사제’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이 됐다.

 

논의는 지지부진하게 이어졌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의 입법예고에서 응급실 당직전문의의 요건은 해당 진료과목 전문의나 3년차 이상 레지던트가 전담하도록 하였으나, 그렇지 않아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그러자 복지부는 ‘레지던트 3년차 이상’이란 조항을 없애고 ‘당직전문의 온콜(on-call) 체계를 구축하고, 호출 요청에 불응하면 면허를 정지한다’는 처벌 조항으로 변경했다.

 

당직전문의 온콜시스템은 이미 일선 응급실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해 오던 시스템이다. 그런데 복지부가 이를 의무화하고 처벌 규정을 만든 것이다. 초기에는 응급실에 전문의가 상주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려 했으나 인력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원외대기로 변경됐다. 이렇게 되면 전문의들은 낮에는 외래와 병동, 중환자실 진료를 하고 야간과 공휴일에는 항상 지근거리에서 온콜 대기를 해야 한다. 거주 및 이전의 자유마저 제한되고, 학회 참석이나 휴가 등은 꿈을 꿔서도 안 된다.

 

의사 수가 많은 큰 병원만 생각하면 그렇게도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전국권역 응급센터의 경우 21곳 중 8곳이, 지역응급센터의 경우 115곳 중 100곳이 당직을 설 수 있는 전문의가 단 1명뿐인 전문과를 갖고 있다. 그러니 사실상 당직근무는 24시간 연속근무가 되는 것이다.

 

이미 자체적으로 운영해오던 시스템인데 그게 의무화되었다고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주장과 나도 응급실에서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겠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응급실 내원환자들의 대부분이 외래가 열지 않는 야간이나 공휴일에 외래를 대신해 응급실을 방문하고 있으며, 이런 비응급·경증환자의 진료까지 전문의가 담당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문제다.

 

전문의가 모든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는 것이 환자입장에서는 좋은 일 같지만 그에 따르는 비용 문제는 물론 가뜩이나 희소한 전문의가 응급실에 묶여있어 다음날 외래 등의 타 진료에 차질을 빚고,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신중히 검토해야한다. 응급실에서 전문의가 진료를 하지 않으면 의료분쟁에서 민사상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고, 전문의가 올 때까지 전공의가 진료를 할 수 없게 하는 것이 환자를 위한 일인지도 궁금하다.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것은 탁상행정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모법이 통과된 후 1년 동안 준비해도 해결되지 못했던 문제들이 단 3개월의 행정처분을 유예하면서 준비하면 해결이 될는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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