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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칼럼

[치과신문 편집인 칼럼] 의대생이 돌아오려면 “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명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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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호 편집인

바로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나온 명대사다. 너무 많이 회자돼 영화를 안 본 사람도 익숙한 명대사다. 조폭 두목으로 분한 하정우는 건달 간의 싸움에도 명분이 필요하다며 ‘명분’ 타령을 한다. 정치·외교·군사를 망라한 모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명분이다.

 

명분은 국가·집단·개인이 벌이는 모든 행동의 동기이자 목표다. 명분이 없다면 어떠한 행동이나 결정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명분은 일을 도모할 때 내세우는 표면적인 정당성이자 이유, 또는 처한 상황에 따라 지켜야 할 도리나 규범을 뜻한다. 춘추전국시대 이전부터 정치, 경제, 심리적으로 많이 사용되며 ‘대의’와 일맥상통한다.

 

대의명분은 오늘날까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겨진다.

 

아무리 의도가 불순하다고 해도 제대로 된 명분 하나는 같이 따를 사람을 만들고, 공동체 의식을 확실히 한다. 이것 하나로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을 만큼 우리 사회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한낱 조직 폭력배들조차 명분이 없으면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다. 누구나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운 사람의 편을 들기 마련이고,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책임을 묻기 마련이다.

 

지금 휴학한 의대생이 복학하려면 명분이 없다.

 

정부가 2026년 의대 정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되돌리는 조건으로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제시한 것을 두고 의학 관련 학문 분야 국내 최고 석학단체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등이 반발했다. 지난 1년 넘게 의료대란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무리한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정부 스스로 원점으로 되돌리는 의미를 담고 있어 전환점이 될 수 있겠지만, 정부 정책 실패로 비롯된 불신을 단지 원점으로 되돌리는 숫자놀음으로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며 ‘3058’ 이라는 숫자마저 학생들의 복귀를 전제로 학생들을 겁박하는 정부의 태도는 놀랍다는 성명서를 냈다.

 

지난 1년여 자신의 인생을 걸고 휴학을 선택하며 고군분투했던 의대생에게 본인의 자리로 온전히 돌아올 수 있게 하려면 제대로 된 명분이 있어야 한다. 누가 봐도 인정할 만한 대의명분이 있어야 전쟁을 일으킬 수도, 전쟁을 멈출 수도 있기 마련이다.

 

정부는 정책 실패로 국민과 의료계 모두의 신뢰를 잃었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건의료 정책은 철저히 재검토돼야 한다.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막대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 정책 입안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이 우선돼야 한다. 이러한 정부의 신뢰 회복 노력 없이는 휴학을 선택한 의대생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길은 요원하다.

 

조만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내려질 것이다. 탄핵의 인용 여부와 상관없이 사회적 혼란은 야기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를 향후 50년간 책임질 의대생은 학교라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야 할 것이고, 고질적인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젊은 의대생들의 희생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

 

휴학을 선택한 의대생은 그들의 인생을 걸고 선택했다. 어리지만 현재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의료 교육은 혼자서는 공부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양이기 때문에 함께 공부해 나가야만 하고, 도제식 교육이라는 특성상 ‘나 홀로 복학’은 평생 낙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어 모두가 함께 돌아와야 한다.

 

의대생 모두가 다 같이 제자리로 돌아오기에는 아직은 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명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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