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통증에 조금 예민하게 반응하던 30대 여성 환자가 3달 만에 내원해서는 치료가 끝나고 나자 “내가 예민한데 아프지 않을까요? 교정치료를 시작하고부터 소화가 되지 않아서 위궤양이 생겼어요, 치료받고 그 동안 많이 아팠는데 또 아프면 어떡하죠? 혀가 안으로 밀리는 느낌이고 혀의 놓임이 불편해요”라고 말을 시작하더니 끊임없이 불편과 불만을 쏟아낸다.
이야기를 들으며 말 속의 내용들과 진위를 생각해 보았다. 일단 만약에 치료를 받고 계속 아팠다면 3달 만에 내원하지 않고 더 빨리 내원했을 것이기에 항상 존재하는 통증은 아니고 어떤 상황에서 통증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정치료를 하고부터 소화가 되지 않고 위궤양이 생겼다는 것은 교정치료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의미이고, 단순히 교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가 그동안 받고 있던 스트레스가 교정치료를 통해 추가되며 폭발되어 고통의 레벨까지 왔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구치부에 크라운을 하나 해주었는데 끊임없이 높다고 느껴 계속 교합 조정을 하고, 심지어는 교합이 닿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높다고 호소하는 환자들과 비슷한 상황이다.
뭉쳐있던 스트레스와 불만 등이 치과치료라는 불안과 합류하면서 심리적 돌파구가 크라운이 된 경우다. 이런 경우 과학적으로 알 수 없는 환자들의 마음의 문제 때문에 많은 치과원장이 지금도 현장에서 마음고생을 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불안장애 중의 하나인 건강염려증이 있는 환자라면 더욱 심하게 나타날 것이다.
또한 누우면 혀가 밀리는 듯 한 느낌에 대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보니 발치하고 공간을 폐쇄하면서 이들이 안으로 들어가면 혀가 놓여있는 공간을 축소시키니 그런 것 아니냐고 대답을 했다. 조금 예민한 상상력을 지닌 사람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생각이고 그것에 집착하면 이상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이에 환자에게 주걱턱인 사람은 양악수술을 하여 얼굴을 작게 만들 때, 15㎜ 이상 하악을 넣어 주는 경우도 많은데 별로 환자들이 불편을 안 느끼는 이유는 혀의 신축능력이 충분하기 때문이고 교정할 때 축소되는 공간은 그것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고 설명을 해주자, 그때서야 이해를 하고 얼굴색이 밝아졌다. 건강염려증에 일종의 폐쇄공포증이 같이 있는 경우하고 생각해볼 수 있다.
필자가 아는 지인 중에는 자동차에 세 명이 같이 못타는 분이 계시다. 좁은 공간에서 세 명이 숨을 쉬면 답답해진다는 것이다. 이 또한 폐쇄공포증의 일환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증상들은 요즘 알게 모르게 심한 스트레스를 항상 받고 사는 현대인들은 누구나 다 한 두개씩은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침에 병원을 출근하려하면 긴장이 되는 필자도 일종의 불안장애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20여년간 환자를 보면서 겪었던 마음 아픈 기억들이 필드가 바뀌지 않아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연장되고 쌓이기만 한 결과이다. 어쩌면 20여년 환자를 본 결과에 따른 상처뿐인 훈장일지도 모른다. 요즘 필자가 극복해야 할 마음의 병이다.
정신과에서 우울증치료제 중 부작용이 적어서 많이 사용하는 것이 SSRI이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SSRI)이다.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막아서 적절한 농도를 오래 유지한다는 의미이다. 결국 세로토닌이 평상심 유지에 중요한 요인이다. 세로토닌 건강법 전도사인 이시형 박사는 세로토닌이 분비되는 건강한 삶을 주장한다. 세로토닌은 햇볕을 쬘 때, 걸을 때, 복식호흡을 할 때,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사랑할 때, 천천히 씹을 때 많이 분비되고 또 먹는 것으로는 초콜릿, 치즈, 건과류, 그리고 우유, 고기 등이다. 그 안에 전구물질인 트립토판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식사를 조금이라도 먹는 것이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 필자도 화가 나면 초콜릿을 먹는다. 힘든 시기에 스스로를 지키는 세로토닌 건강법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