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9 (수)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슬픈 역사

URL복사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726)

조선 16대 왕인 인조는 “홍제천에서 몸을 씻고 돌아오면 정절을 잃었다는 누명을 묻지 않겠다”는 어명을 내렸다. 역사상 가장 슬픈 어명이었다. 병자호란 이후 돌아온 장승 집 외아들 며느리가 정조를 잃어서 제사를 올리지 못하니 이혼을 허락해달라는 상소가 있었다. 돌아온 환향녀들은 무능한 나라의 피해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조를 잃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인조는 자신의 무능과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이런 어이없는 어명을 내렸다. 실제로 수많은 환향녀들은 홍제천으로 몰려들어 몸을 씻었다. 그래서 그 위에 정자를 세검정이라고 하는 말도 있다. 그만큼 치욕의 역사다.

 

15년 전 흥행한 ‘최종병기 활’과 최근에 유행한 드라마 ‘연인’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다. 두 작품에서 모두 포로나 납치를 배경으로 만들었다. 당시 청나라는 20만 명의 포로를 요구하였고 실제로는 50만 명 정도의 포로를 납치하였다. 당시 인구수를 감안하면 국민의 6%에 해당하지만, 노인과 아이를 배제하고 생산 활동이 가능한 인구를 기준으로 보면 10%보다 높아질 수 있다. 납치된 포로는 노예로 팔려가거나 첩이 되는 등 참혹한 수난을 겪었다. 이들은 청나라 수도 심양의 인간 시장에서 매매되었다. 값비싼 몸값을 낼 수 있는 이들은 돌아올 수 있었지만, 높은 몸값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비참한 삶을 살았다. 만주족은 몽고족과 달리 남자는 모두 군인이 되어 노동할 사람이 없어 전쟁을 하면 정책적으로 패전국에 포로를 요구하고 일을 시키기 위한 노예로 삼았기 때문에 병자호란 때 포로가 많이 생겼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포로들은 손발이 묶인 상태로 납치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장면은 다시 일제시대 때 독립투사들에게서 볼 수 있다. 포승줄에 묶인 윤봉길 의사의 사진이 떠오른다. 이후로 6.25동란 때 미아리고개에서도 나타났다. 불후의 명곡인 ‘단장의 미아리고개’에 ‘당신은 철사 줄로 두 손 꽁꽁 묶인 채로’라는 가사가 있다. 이렇듯 우리 한민족에게 손발이 묶이는 것은 치욕의 상징이다. 가장 처참한 역사의 장면들에서 있었다.

 

그런 장면을 또다시 며칠 전 뉴스에서 보았다. 한국인 300명이 케이블 타이로 손이 묶이고 심지어 몸과 발이 쇠사슬로 묶여 호송차에 실리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범죄자가 아니었다. 물론 미국은 범죄자로 보았을 것이나 우리는 달랐다. 그들이 무엇을 이야기하든 한국인이 집단으로 손발이 묶인 모습은 병자호란을 지나 일제를 넘어 6.25동란을 연상시켰다. 그들은 범죄자가 아닌 그냥 서민들이었다. 병자호란 당시에도 서민들이었다. 6.25 당시에도 서민들이었다. 어떤 식으로 포장을 해도 역사적으로 비록 손발이 묶였지만 그들은 슬픈 나라의 서민들이었을 뿐이다. 그들은 단지 서민일 뿐이다. 묶는 것은 도망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병자호란 당시도 6.25동란 당시도 도망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묶었다.

 

그런데 이번 조지아서 묶인 300명은 신원도 확실하고 도주할 이유도 없는 한국의 유능한 기술자들이었다. 그런 면에서 병자호란보다도 6.25보다도 더 치욕적인 장면이었다. 게다가 병자호란과 6.25동란은 적에게 묶였는데 이번 사건은 동맹과 우방이란 나라에게 당했기에 더욱 충격적이다.

 

한국인 300명을 체포하고 묶은 미국 이민청은 한국인의 역사적 배경을 전혀 모를 것이다. 우리 한국인 피 속에 묶임에 대한 얼마나 처절한 기억이 있는지 모를 것이다. 경찰서에서 범죄자를 이송할 때 수갑이 보이지 않게 천이나 옷으로 가려주는 것도 인도주의보다는 그런 역사가 내면에 깔린 이유다. 그들이 무엇을 주장하고 무엇을 내세우더라도 300명은 한국의 서민일 뿐이다. 조만간 전세기 편으로 돌아온다고 하는데 한국은 자진출국 형태고 미국은 추방형태라며 말들이 많지만, 그와 무관하게 아마도 그들은 두 번 다시 미국에 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물론 모든 미국인이 그런 것도 아니고 미국이 그런 모습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선진국에 들어섰다는 지금 300명의 한국인 서민이 타국 땅에서 손발이 묶이는 모습은 지나온 이 땅의 슬픈 역사를 몸서리치게 떠올리기 충분하였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재테크

더보기

2025년 4분기 S&P500 자산배분 투자 전략 – 상승장 분석 및 리스크 관리

2025년 4분기, S&P500은 다시 한 번 역사적 고점 부근에 서 있다.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서 시장은 활기를 되찾았지만, 그 이면에는 글로벌 유동성의 정점과 경기 사이클 전환의 신호가 동시에 자리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과 자산시장 프랙탈 분석을 통해, 현재의 상승장이 어떤 구조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지 그리고 향후 어떤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지를 살펴본다. 현재의 금리 국면을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형으로 단순화해보면, 지금은 금리 인하기의 후반부, 즉 B~C 구간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금리 인하는 일반적으로 경기 둔화와 물가 안정이 동반되는 시점에 이뤄지며, 이때 자산시장은 일시적인 안도 랠리를 보이다가 경기침체가 현실화되면 상승세가 꺾이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2025년 9월 FOMC 이후 연준은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인하할 계획이지만, 동시에 경기침체 우려와 증시의 버블 가능성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이클의 가장 큰 특징은 1980년부터 2020년까지 약 40년간 이어져온 디플레이션형 경기 둔화 사이클이 아니라, 인플레이션형 금리 인하기라는 점이다. 물가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가 인하되고 있어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