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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슬픈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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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726)

조선 16대 왕인 인조는 “홍제천에서 몸을 씻고 돌아오면 정절을 잃었다는 누명을 묻지 않겠다”는 어명을 내렸다. 역사상 가장 슬픈 어명이었다. 병자호란 이후 돌아온 장승 집 외아들 며느리가 정조를 잃어서 제사를 올리지 못하니 이혼을 허락해달라는 상소가 있었다. 돌아온 환향녀들은 무능한 나라의 피해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조를 잃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인조는 자신의 무능과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이런 어이없는 어명을 내렸다. 실제로 수많은 환향녀들은 홍제천으로 몰려들어 몸을 씻었다. 그래서 그 위에 정자를 세검정이라고 하는 말도 있다. 그만큼 치욕의 역사다.

 

15년 전 흥행한 ‘최종병기 활’과 최근에 유행한 드라마 ‘연인’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다. 두 작품에서 모두 포로나 납치를 배경으로 만들었다. 당시 청나라는 20만 명의 포로를 요구하였고 실제로는 50만 명 정도의 포로를 납치하였다. 당시 인구수를 감안하면 국민의 6%에 해당하지만, 노인과 아이를 배제하고 생산 활동이 가능한 인구를 기준으로 보면 10%보다 높아질 수 있다. 납치된 포로는 노예로 팔려가거나 첩이 되는 등 참혹한 수난을 겪었다. 이들은 청나라 수도 심양의 인간 시장에서 매매되었다. 값비싼 몸값을 낼 수 있는 이들은 돌아올 수 있었지만, 높은 몸값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비참한 삶을 살았다. 만주족은 몽고족과 달리 남자는 모두 군인이 되어 노동할 사람이 없어 전쟁을 하면 정책적으로 패전국에 포로를 요구하고 일을 시키기 위한 노예로 삼았기 때문에 병자호란 때 포로가 많이 생겼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포로들은 손발이 묶인 상태로 납치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장면은 다시 일제시대 때 독립투사들에게서 볼 수 있다. 포승줄에 묶인 윤봉길 의사의 사진이 떠오른다. 이후로 6.25동란 때 미아리고개에서도 나타났다. 불후의 명곡인 ‘단장의 미아리고개’에 ‘당신은 철사 줄로 두 손 꽁꽁 묶인 채로’라는 가사가 있다. 이렇듯 우리 한민족에게 손발이 묶이는 것은 치욕의 상징이다. 가장 처참한 역사의 장면들에서 있었다.

 

그런 장면을 또다시 며칠 전 뉴스에서 보았다. 한국인 300명이 케이블 타이로 손이 묶이고 심지어 몸과 발이 쇠사슬로 묶여 호송차에 실리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범죄자가 아니었다. 물론 미국은 범죄자로 보았을 것이나 우리는 달랐다. 그들이 무엇을 이야기하든 한국인이 집단으로 손발이 묶인 모습은 병자호란을 지나 일제를 넘어 6.25동란을 연상시켰다. 그들은 범죄자가 아닌 그냥 서민들이었다. 병자호란 당시에도 서민들이었다. 6.25 당시에도 서민들이었다. 어떤 식으로 포장을 해도 역사적으로 비록 손발이 묶였지만 그들은 슬픈 나라의 서민들이었을 뿐이다. 그들은 단지 서민일 뿐이다. 묶는 것은 도망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병자호란 당시도 6.25동란 당시도 도망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묶었다.

 

그런데 이번 조지아서 묶인 300명은 신원도 확실하고 도주할 이유도 없는 한국의 유능한 기술자들이었다. 그런 면에서 병자호란보다도 6.25보다도 더 치욕적인 장면이었다. 게다가 병자호란과 6.25동란은 적에게 묶였는데 이번 사건은 동맹과 우방이란 나라에게 당했기에 더욱 충격적이다.

 

한국인 300명을 체포하고 묶은 미국 이민청은 한국인의 역사적 배경을 전혀 모를 것이다. 우리 한국인 피 속에 묶임에 대한 얼마나 처절한 기억이 있는지 모를 것이다. 경찰서에서 범죄자를 이송할 때 수갑이 보이지 않게 천이나 옷으로 가려주는 것도 인도주의보다는 그런 역사가 내면에 깔린 이유다. 그들이 무엇을 주장하고 무엇을 내세우더라도 300명은 한국의 서민일 뿐이다. 조만간 전세기 편으로 돌아온다고 하는데 한국은 자진출국 형태고 미국은 추방형태라며 말들이 많지만, 그와 무관하게 아마도 그들은 두 번 다시 미국에 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물론 모든 미국인이 그런 것도 아니고 미국이 그런 모습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선진국에 들어섰다는 지금 300명의 한국인 서민이 타국 땅에서 손발이 묶이는 모습은 지나온 이 땅의 슬픈 역사를 몸서리치게 떠올리기 충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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