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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칼럼

[치과신문 편집인 칼럼] ‘마왕 신해철’에게 진 마음의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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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호 편집인

“내 삶이 끝날 때까지 언제나 그댈 사랑해”

 

마왕 신해철은 싱어송라이터이자 록 밴드 ‘넥스트(N.EX.T)’의 리더이자 메인 보컬이었다.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 스테이션’에서 오랫동안 젊은 세대와 소통해 ‘마왕’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졌다.

 

아직도 전주만 흘러나와도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대에게’라는 곡으로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김광석, 서태지 등과 함께 한 시대의 아이콘이자,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으며 필자와 비슷한 세대 모두 그때 그 시절 ‘마왕 신해철’에게 위로를 받았던 마음의 빚이 하나쯤은 있다. 마왕 신해철은 한국 대중음악의 전설이자, 그에게 음악은 ‘생각하는 청춘의 언어’였기에 힘들어하던 청춘들에게 큰 위안이자 소통의 통로였다. 그는 2014년 10월 27일 의료사고로 46세라는 이른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지난 5월 고(故) 신해철의 의료사고 사망 사건이 다시 회자됐다. 법원 판결 때문이었다.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가 또 다른 의료 과실로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60대 환자의 넓적다리부 정맥 혈전 제거 수술을 하다가 혈관을 손상했다. 환자는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다 2년 뒤 사망했다. 법원은 지난 2월 업무상 과실로 환자가 숨졌다고 판결했다. 피해자가 사망한 지 9년 만이었다.

 

2014년 마왕 신해철 사망 당시 부검 보고서는 충격적이었다. 부검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화장을 2시간 앞두고 동료 가수들이 유족을 설득해 장례를 중단시켰다, 사흘 뒤 국과수 서울연구소에서 부검이 시행됐다.

 

당시 부검보고서에 따르면 복막염이 너무 심해 복강이 고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심낭 표면에도 화농성 고름 덩어리들이 들러붙어 있었다. 특히 심장과 심낭 사이 공간에는 지저분한 액체가 고여 있었고, 그 안에 깨가 떠다니는 것을 확인됐다. 장에 있어야 할 음식물이 심낭 안까지 흘러들어온 것이다. 심낭에 구멍이 뚫리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심낭 아래쪽에 3㎜ 크기의 구멍이 뚫린 것이 확인됐다.

 

신해철의 공식 사망 원인은 장 천공과 심낭 손상으로 인한 심정지였다. 수술 중 발생한 장기 손상이 제때 발견되지 못했고, 그로 인해 복막염 및 심낭염이 급격히 악화하며 생명이 위태로웠다가 결국 심정지에 빠진 것이다. 수술 후 통증과 이상 증상을 지속해서 호소했으나 당시 병원은 특별한 이상 없음이라고 진단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2014년 10월 22일 응급실에 실려가 복막염 및 심낭염이 확인됐으나 이미 위중한 상태였고 27일 사망했다.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마왕은 살 수도 있었다.

 

1988년 데뷔 이후 사망 때까지 그의 노래 속 이야기 대부분은 염세주의로 귀결된다. 하지만 그 안에 이상주의적 메시지 또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신해철의 음악은 항상 생각하는 청춘의 언어였다. 1988년 대학가요제에 참가할 때도 아버지에게 걸릴까 봐 한밤중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기타와 건반을 뚱땅거려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도 각종 공연장과 경기장에서 전주만 흘러나와도 모두를 열광하게 만드는 노래 ‘그대에게’다. 이듬해 무한궤도 1집을 내놓으며 신해철은 청춘에게 ‘우리 앞에 생’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세상에 관한 질문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의 시작이다. 1990년대를 지나면서 세상은 뉴밀레니엄 시대를 앞두고 격변을 예고하고 있었다. 개성이 뚜렷한 X세대와 컴퓨터에 익숙한 N세대가 나타나 문화적인 욕구를 뿜어낼 때 그는 ‘신인류의 사랑’을 노래했다. 함께 있지만 외로운 사람들인 ‘도시인’에게 그는 스스럼없이 친구가 돼 주었다.

 

1997년 외환 위기와 연쇄 부도로 한국 경제는 호된 시련을 겪었다. 그는 좌절에 빠진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고자 했다. 마왕 신해철의 음악을 듣고 위안을 얻었던 우리는 그가 사망한 지 11주년이 되는 지금도 그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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