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교수신문에서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변동불거(變動不居)’다. 주역에 나오는 말로 ‘세상이 잠시도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변한다’는 뜻이다. 아마도 올 한해 전임 대통령을 탄핵하고 새 대통령을 뽑으면서 여야가 바뀌었고, 양당 간 극심한 대립과 툭하면 터지는 정치인들의 도덕적 해이와 배신 등이 우리나라를 변화의 소용돌이로 몰고 가고 있다는 의미에서 뽑힌 것 같다.
격동의 2025년, 치과계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2025년은 한국 치과계 역사에서 매우 의미있는 한 해였다. 대한치과의사협회와 서울시치과의사회가 함께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며, 지나온 한 세기의 영광과 굴곡을 되새기고 새로운 100년을 향한 이정표를 세운 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도적 변화와 내부적 진통, 그리고 급변하는 기술적 환경이 교차하는 등 ‘백년의 영광’과 ‘급변하는 시대적 파고’가 충돌하여 빚어낸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 있던 한 해였다. 그야말로 ‘변동불거’였다.
우리는 2025년 지르코니아 임플란트의 보험 적용 확대와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대통령 국정과제에 채택하는 등 정책적 결실을 보았고, AI와 디지털 기술이 진료 현장에 깊숙이 침투하는 대전환을 경험했다. 그러나 동시에 협회장 직무정지라는 초유의 회무위기와 저수가 덤핑치과의 폐해로 인한 사회적 지탄, 그리고 의기법을 둘러싸고 빚어진 치과기공사 등 인접 직역과의 갈등이라는 무거운 숙제도 떠안았다. 우리는 이제 이 갈등과 변화의 파편들을 모아 ‘단합’이라는 하나의 그릇에 담아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성과와 변화, 그리고 그 이면의 과제
2025년 치과계가 거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국민 구강보건권 확대다. 숙원 사업이었던 지르코니아 임플란트의 급여화는 개원가의 요구를 반영한 실질적인 진보였으며, 임플란트 건강보험 확대가 이번 정부의 국정과제로 확정된 것은 치과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을 인정받은 쾌거였다. 또한 박영국 교수의 세계치과의사연맹(FDI) 차기 회장 당선과 ISO/TC 106 서울 총회의 성공 개최는 ‘K-덴탈’의 위상을 국제무대에 확실하게 각인시킨 자랑스러운 기록이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한 성과 이면에 과제도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초저수가를 내세운 일부 치과들의 비윤리적 행태와 일부 대형치과에서 벌어진 직원인권 침해 사례는 치과계 전체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인공지능(AI) 기술은 경영 효율 개선 도구로 각광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불법 의료광고의 온상이 되어 전체 의료계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독버섯이 되었다. 기술의 진보가 의료 윤리를 앞지르는 현 상황에서,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규제 이전에 치과계 스스로 정립하는 전문가주의(Professionalism)의 회복이라 하겠다.
갈등을 넘어 단합으로, 리더십의 재정립
현재 치과계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수습하는 것이다. 협회장 당선 무효와 직무정지로 이어진 일련의 사태는 회무 동력을 약화시키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치협 100년사에서 가장 빛나야 할 시기에 리더십의 공백이 발생한 것은 회원들에게 큰 상실감을 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직무대행 체제로 회무가 중단 없이 이어지고 있으나, 그간 소송으로 이어진 갈등은 치과계의 에너지를 외부가 아닌 내부로 소모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과잉광고 및 진료, 덤핑치과, 사무장병원 등을 근절하기 위한 입법 활동이나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둔 ‘방문 구강 관리’의 정착 등은 치과계 전체의 응집된 정치적 역량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내부의 분열과 갈등은 결국 정책 추진력을 약화시키고 외부의 공격에 취약성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올해는 새로운 협회장을 선출하는 중차대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한 명의 수장을 뽑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 100년의 역사를 발판 삼아, 회원들을 통합하고 치과계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을 세우는 장이 되어야 한다. 내부 갈등에 에너지를 소모하기에는 대외적인 환경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포스트 100년의 첫 해…치과계 봄날이 오도록
이제 우리는 희망찬 한해를 준비해야 한다. 새로 선출될 협회장을 중심으로 전 회원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 단합된 힘이야말로 치과계 발전을 위한 최고의 동력이다. 갈등의 고리를 끊고 서로의 손을 잡을 때, 비로소 우리는 불법 의료광고와 덤핑치과로부터 진료권을 수호하고, AI 시대의 파고를 슬기롭게 넘으며, ‘구강 돌봄’ 등 새로운 영역에서 치과의사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변동불거(變動不居)의 시대를 지혜롭게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모두가 하나로 뭉쳐야 하며, 그래야만 한국 치과계의 새로운 100년은 희망과 성과로 채워질 것이다. 올해는 갈등의 잔재를 털어내고, 100년 전 선배들이 품었던 ‘국민 건강 기여’와 ‘치권 수호’의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하는 원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