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2018년에 간호조무사제도를 폐지하고 ‘간호실무인력-2급, 간호실무인력-1급, 간호사’ 3단계로 간호인력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간호사 자격취득은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국가시험에 합격해야만 가능했지만 새 제도는 지금의 조무사학원이나 특성화 고교를 통하여 2급 간호실무인력이 된 사람이라도 일정 경력이 되면 소정의 교육을 이수한 후 국가시험을 보아 1급이 되고 같은 방법으로 간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겠다는 것이다. 간호사협회는 즉각 반대 성명을 내고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하였다.
간호인력이 부족한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구의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더욱 많은 의료재화, 그 중에서 특히 간호인력이 더욱 필요하지만, 공급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급여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면 많은 사람이 몰리겠지만 급여나 처우의 개선은 진료비 상승을 견인하여 의료에 대한 접근도를 낮추는 악영향이 있다. 간호대학을 무한히 증설하기도 힘들지만 설사 늘린다 하여도 입학 후 4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전문인이 될 수 있게 한다는 정부의 정책기조와 부족한 간호인력을 빠른 기간내에 해결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개선안은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물론 전문간호사제도의 정착이 겉돌고 있는 상태에서 간호사 자격에 대한 진입장벽만 낮춘 것이 장기적으로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 지는 좀 더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문제는 치과의 간호인력이다. 치과보조인력은 법적으로는 치과위생사나 간호조무사가 모두 일하는 것에 대한 문제는 없지만, 실제로 간호조무사의 업무범위규정이 없어 석션이나 기구소독 정도만 합법적이다. 또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도 의과의 간호사와 비교하면 초라할 정도로 좁다. 결국 치과에서 법대로만 진료를 하게 되면 대부분의 업무는 원장이 해야 하고, 일부 업무만 치과위생사가 하게 되며, 간호조무사는 진료라고 할만한 일들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치협에 따르면 간호조무사만 근무하는 치과가 1/3에 이르고 어떤 지역은 56%로 절반이 넘는 상황이다. 이들 치과에서 간호조무사가 정말 기구소독과 석션만 하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의과의 경우 진료의 60% 이상을 간호사가 담당하고, 특히 의원에서는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와 비슷한 업무범위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치과간호조무사에 대한 부분은 너무도 불공평하여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의 노력을 게을리한 우리 스스로가 원망스러워지기까지 한다.
협회와 시도지부가 수년전부터 특성화 고교에 치의보건간호과를 만들고 법적인 부분을 개선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법적인 성과가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4,000명이 넘는 치위생학과 학생이 졸업하고 있다는 점, 이들이 대학에서 많은 등록금과 부대비용을 들이는 3년 혹은 4년의 교육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치과의 진료보조에는 전문지식과 숙련이 필요한 것도 있지만, 의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일정한 경험만으로도 가능한 업무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협회의 치과보조인력 개선에 대한 노력은 치위생과의 증설을 요구하고 의기법 시행령의 유예 같은 것을 요구하느라 힘을 빼기보다는 간호조무사의 업무범위 재규정에 힘을 집중하여 그들이 합법적으로 치과에서 진료보조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방법이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또, 간호사제가 변화하는 이 시점에서 치과에도 비슷한 제도로 형평성을 맞춰 달라고 요구하는 것에 협회가 복지부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의과의 간호사 업무범위에 준하게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를 늘여 치과의사의 업무부담을 줄이고, 치과간호조무사의 업무범위를 확대규정하여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면 치과 운영도 좀 더 효율적으로 될 것이고, 직원 구인도 한결 쉬울 것이다. 또, 치과간호조무사도 새 간호사 제도와 유사하게 일정 이상의 경력을 쌓고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면 치과위생사 국가시험을 볼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한다면 좀 더 많은 인력이 치과로 유입하게 되는 것은 물론 직원 스스로도 업무능력계발의 동기를 가지게 될 것이다.
대다수 국민의 걱정은 달나라에 사람을 보내고, 남극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개원의도 치과계의 거창한 정치적인 문제보다는 오늘의 매출과 당장의 직원구인에 목매고 있다는 것을 협회가 회무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매번 꼭 가슴에 새겨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