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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커닝과 피해의식, 그리고 전문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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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논설위원

이제 와서 추억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대학 시절 딱 한번 커닝을 한 적이 있었다. 필자가 졸업한 제물포고는 영국의 유명한 ‘이튼’ 사립고와 육사를 본뜬 ‘무감독 시험’을 시행했는데 이 습관이 몸에 배어 대학에 들어와서도 감히 커닝은 상상도 못하고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일부 동료들이 커닝 무용담을 자랑하는 것이 혼란스러웠다. 본과에 올라와 할 것은 많고 경쟁이 심해지자 은근히 ‘피해의식’을 느꼈다. 한번은 알바(가정교사)를 다녀온 후 구강생화학 시험공부를 새벽까지 했건만, 미생물학과 해부학이 겹쳐 머리는 이미 포화상태였고, 꼭 출제될듯한 구강조직 성분의 수치 %를 쪽지에 적어놓았다.

 

긴장이 감돌며 드디어 시험을 보려는 순간, 어느 틈에 정태영 교수님이 슬며시 집어가셨다. 그때의 망신스러움이 지금도 선명하다. 양심을 버린 죄책감과 불안감, 더군다나 지도교수님께…. 그날 시험이 끝나고 잠시 고민 끝에 찾아뵈었다. “커닝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긴 정적이 흘렀다. 아무 말씀도 안하셨다. 한참만에야 “다시 안 그러면 되지” 나직이 말씀하실 뿐이었다.

 

연결시키기 생뚱맞지만, 전문의제가 본격 시행된다면 진료 현장에서 한 전문의가 다른 영역을 침범하는 ‘임상 커닝’은 너무 쉽고 당연하다. 오히려 또 그래야 완전치료가 가능하고 환자도 편하다. 바로 여기에 60년을 끌어온 태생적 딜레마가 있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픈 식으로 비전문의의 ‘피해의식’이 있다. 하지만 전문의 간판 달고 이것저것 다 한다면 그게 무슨 전문의인가? 다 하고 싶다면 당연히 일반치과로 개업해야 한다. 개업가에선 ‘보철과’ 간판 달고 꿩 먹고 알 먹고 식으로 환자몰이를 한다면 주변 20곳의 일반치과는 황폐화 되리라고 추측한다.

 

그렇다고 그것을 규제하면 헌법소원에 들어갈 거라고 하지만, 그것은 법의 문제이기 이전에 치과의사들 자신의 양심이고 규율의 문제이다. 사실상, 전문의를 표방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3개 과를 제외하면 경영이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잡일은 하지 말고 전문과목만 하라는 조언은 ‘자리’나 ‘밥줄’이 걸려있는 이들에게는 한낱 무망한 충고일 것이다.

 

지난 1월 협회 임총에서 다수개방안이 기한부 연기되고 치협 의장단 특위로 넘어간 후 상반기가 지났건만 뚜렷한 결론이 없는 듯하다. 다만 5년 단위로 전문의 재 갱신제를 철저하게 하자는 안이 눈에 띈다. 협회에서 비수련의에게 선물하고자 했던 ‘치과통합임상전문의’는 비록 반응은 시큰둥하지만 버리기에는 아까운 기막힌 발상이다. 용어 선택 측면에서 ‘전문’이란 특별함을 ‘통합’이란 어휘로 자충수를 두어 스스로 무색화하고 일반화시킨 오류는 있어도 시대 상황에 순리적이고 합리적이다. 서울지부가 제안한 ‘가정치과전문의’가 의과를 본뜨기는 했지만 홍보 측면이나 인지도에서 어감이 나은 면이 있다. 

 

1973년 협회 총회에서 국민소득이 1,000불 될 때까지 전문의제를 무기한 연기하자고 했는데 이제 20배가 넘었다. 전문의제라는 큰 산을 넘기 위해 경과조치는 처음에는 획기적으로 해야 여러 잡음이 없을 것이다. 개개인의 사소한 이해관계는 충돌하겠지만 큰 맥락에서 보면 치과계에는 득이 될 것이다.

 

교수와 임의수련자는 물론이고 비수련자(치전원 학생 포함)에게도 원한다면 자격시험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교수들이 전속지도전문의 역할을 3년만 연장한다고 반발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상식적으로 제자가 스승을 평가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전문의 자격 부여 이후 소수정예 관리는 엄격히 해야 할 것이다. 복지부와 치협 주도의 5년 재갱신제, 협회와 심평원 주도로 임상영역 규제 철저 관리 등이 시급한 과제이다.  

 

필자는 글을 쓸 때 한 주제를 가지고 두 번 이상 쓰지 않는데(사족이 되고 극단에 치우칠까 우려해) 이번에 스스로 그 룰을 깨뜨렸다. 그만큼 중요하고 모든 치과의사의 이해관계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전문의 관련 글에서도 격려도 있고 비난도 있었지만, 글 쓰는 사람으로서 제일 중요한 이슈에서 도망 칠 수 없다는 작은 소명감에서 쓴다. 별것 없지만 보통 일주일이면 쓰는 글을 이번에는 두 달이 걸렸다. 시대는 변했다. 1차 기관을 제외한 대학병원 급에서, ‘치과’라는 하나의 울타리에서 벗어남을 정식으로 국민께 알리고 양심과 품격을 겸비한 전문의들이 출현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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