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12월 3일부터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대정부 투쟁의 하나로 전국 순회 도보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원격진료에 대한 정부와의 갈등에서 그동안의 소통방식과 투쟁방법에 대한 내부 잡음이 일자 회장이 몸으로 실천해 보이겠다는 것이다. 이 엄동설한에 전국을 걸어서 가겠다니 무엇이 이 추위에 저 사람을 거리로 내몰았나 하면서도 회원들을 위한 그 결단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최근 정부와 의협이 각을 세우는 원격진료는 자세히 생각해 보면 치과의사의 입장에서도 아주 먼 이야기만은 아니다. 원격진료는 환자와 의사가 참여하는 형태도 있지만, 환자와 의사 그리고 전문의가 참여하는 형태도 있고, 환자 없이 의사와 의사가 참여하는 형태도 있다.
어느 경우에 중요한 것은 돈과 책임이다. 예를 들어 치과에서 발치 후 드레싱 같은 것은 스마트폰의 화상 통신기능이나 고해상도 사진을 통하여 의사에게 영상정보를 전송하고 의사의 지시에 따라 스스로 혹은 가족의 도움을 받아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병원에 가서 하는 드레싱과 같은 진료비를 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 경제적인 원칙으로 본다면 환자는 시간과 교통비를 절약했으므로 같은 진료비를 내어도 오히려 더 경제적인 선택이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환자들은 오히려 의사를 직접 본 것도 아니고 드레싱도 내가 했는데 왜 돈을 지불해야 하냐고 따질 수도 있다.
치과에도 전문의와 의사와 환자가 포함되는 진료가 있을 수 있다. 진단이 애매하거나 복잡한 경우 대학병원에 있는 전문의에게 진단정보를 전송하고 환자와 전문의를 화상으로 연결, 원격진단을 받게 하여 이에 따라 의사가 진료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전문의와 의사는 어떤 식으로 진료비를 청구해야 하는지 고민이 생긴다. 법적인 문제도 복잡하다. 앞의 두 경우 모두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현재 정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법 개정안에는 ‘원격진료를 허용한다’라는 문구 이외엔 진료비에 대한 부분도 책임에 대한 부분도 없다. 정부는 이 두 가지 핵심사항과 장비나 전송자료의 규격화, 보안 프로토콜에 대한 준비가 거의 안 된 상태에서 굳이 필요가 없는 거액의 화상 통화장치만 설치하고 원격의료를 하겠다고 한다. 아마도 한국이 그래도 IT강국인데 미국이나 EU에 비하여 원격진료에서 뒤처진 것에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고, 원격진료를 하기 위한 장비구축에 관련된 천문학적인 예산집행과 관련된 이권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의협 입장에서는 정부가 의사들의 의견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보건진료소 같은 곳을 원격진료소로 만들고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의사들이 해야 할 일을 가져간다는 것이 환영할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는 치과 원격진료다. 지금은 다소간의 여유가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치과 원격진료도 곧 벌어질 일인 것은 분명하다. 앞의 예도 그렇고, 그리고 언젠가는 지금의 ‘다빈치 로봇수술’과 비슷한 방법으로 원격으로 보철 프랩도하고, 임플란트도 수술할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충분한 준비와 근거를 찾아놓지 못한다면 결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입법예고하고 의견을 듣는다고 해도 우리가 준비가 안 된 상태라면 결국 정부의 계획대로 되고, 치과의사들은 또 다른 복잡한 제도에 구속되고 말 것이다.
치협은 보건의약인단체와 함께 적극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원격진료 준비 TFT를 가동하여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