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공단과의 수가협상이 마무리되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치협은 협상결렬을 선언하였다. 협상 시작단계에서 치협은 자체연구결과로 2015년 수가인상률을 8%대로 제안했지만 공단은 1.5%를 제시하였다. 짧은 기간동안 6차에 걸친 협상을 통해 공단은 최종적으로 2.3%를 제시하였다. 치협 입장에서는 회원들이 수긍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이므로 협상결렬을 선언하고 테이블을 박차고 나왔다. 이제 최종 결정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가 하게 된다.
공단이 의협에 3.0%, 병협에는 지난해와 비슷한 1.8%의 비교적 후한 인상율에 합의한 것에 반해 유독 치협에게만 인색하기 그지없었다. 치협 협상단은 첫 회의 이후 데이터를 가지고 치과계 경영난이나 어려운 현실을 토로하며 적정한 인상률을 제시했다. 그러나 공단측은 지난해 수가인상분이 2.7%였는데 자연증가분(실청구액)이 6%이상이나 됐다는 명분으로 낮은 인상율을 고집했다. 굳이 올려주지 않아도 많이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증가분이라는 것이 단순히 치과계의 보험 수입이 늘어난 것만을 보아서는 안된다. 이는 치과의사들이 보험에 관심을 더 가지고 급여항목을 열심히 진료하고 청구해서 얻어진 결과물이다. 이러한 보험진료에 대한 열의를 공단은 탐탁치않게 여기는 것이란 말인가?
최근 비보험 분야가 보장성 확대차원에서 요양급여로 급속하게 전환되고 있다. 2012년 레진상 완전 틀니, 실란트의 급여가 확대되었고, 2013년에는 예방 목적의 치석제거와 부분틀니가 보장성 범위에 들어갔다. 올해 7월부터는 임플란트의 급여전환을 앞두고 있다. 지난 2년여 동안, 비교적 덩치가 큰 항목들이 급여 전환되어 보다 더 많은 국민들이 혜택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공급자인 치과의사의 희생을 담보로 하고 있다. 각 항목의 수가는 보험에 들어가는 순간, 관행수가나 적정수가보다 훨씬 낮게 책정된다. 당연히 비급여 수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마당에 수가인상률까지 발목을 잡는다면 개원가는 계속해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비급여항목의 급여전환을 통한 정부의 보장성 확대 정책에 동의해준 치협과 치과의사들에게 최소한의 수가인상율마저 보존해주지 않는다면 치과의사들의 어려움과 분노는 극에 달할 것이다.
자연증가율이 높다는 단편적인 데이터로만 협상에 임하는 공단측의 협상 능력에도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의료계 전반의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고사하고 눈을 감고서 보이는 것도 보지 않겠다는 태도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치과계의 어려운 사정에 대해 객관적 데이터를 들고 협상에 임한 치협 협상단의 설명에 아랑곳하지 않고 친분이 있는 개인 치과의사와 상의를 했던 공단측 협상단의 무성의와 무능력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보험자인 건보공단은 가입자인 국민과 공급자인 의료기관과의 상호 이해와 협력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 공단의 기금이 부족하다거나 비축금이 부족하므로 다수의 가입자에 비해 소수인 의료기관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국민들에게도 솔직하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국민이 보편타당한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재정이 소요되며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