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악 중절치를 야구공에 맞은 5학년 남자아이가 내원하였으나 큰 문제가 없어 관찰하기로 하고 돌려보냈다. 재진 때 어떤지 물어보니 이상 없다고 하였다. 다른 치료를 하고 나간 5분 뒤에 실장이 들어와서 다친 곳을 보아주었냐고 엄마가 묻는다고 했다. 이에 필자가 대기실로 가보니 엄마 옆에 아이가 있고 엄마가 재차 물어보아서, 진료 시에 아이에게 물어보았고 이상 없는 것을 확인하였다고 답하였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는 동안 아이는 아무 반응도 답변도 없었다. 무응답의 아이도 이상했지만 이상 행동을 하는 아이에게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는 엄마도 이상했다. ‘아랑사또전’이라는 TV드라마가 끝났다. 전설로 전해오던 아랑귀신 이야기를 현대적 시각으로 다시 조명한 내용으로 ‘아랑’이란 귀신이 부임사또 앞에 나타나서는 자기의 억울한 죽음을 하소연하려 하지만 귀신을 본 사또들은 기절하고 바로 죽었는데 한 사또가 죽지 않고 살아서 억울함을 풀어준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극에서는 아랑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죽음을 택하는 모습이 나온다. 또 사또는 정의를 위하여 악마에 지배당하는 어머니를 죽인다는 내용이 있다. 이와 같이 아랑은 사랑을 위하여 희생을 하고 사또는 정의를 위하여
요즘 이 시대를 대변하는 것을 한 단어로 정의하라고 한다면 ‘힐링’이라 할 수 있다. 힐링이란, 영어로 ‘healing’이며 사전적 의미는 ‘몸과 마음의 치유’이다. 특히 의학에서 질병이 치유되며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힐링의 전제 조건으로는 상처를 받거나 질환에 이환돼있어야 한다. 결국 이 시대에는 힐링이 절실할 만큼 상처받고 지치고 아픈 이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의학에서 힐링되어 가는 과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원상태로 회복되는(reversible) 과정과 원상태로 되돌아가지 않는(irreversible) 과정이다. 즉, 감기나 복통 등은 치유되면 원상태로 회복되지만 깊은 상처나 암절제수술 등은 원상태로 되돌아가지 않으며 그에 따른 상흔(Scar)을 남긴다. 그리고 마음은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런 두 가지의 힐링 과정이 있다. 심하지 않은 마음의 상처는 금방 잊혀지지만 깊은 마음의 상처는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하는 상흔(Scar)을 남긴다. 더불어 상처가 조금의 자극에도 심하게 고통스럽듯이 마음의 상처도 약간의 자극에도 깊은 아픔을 느낀다. 몸과 마음이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몸은 지속적인 자극에 적응하지만
요즘 운전을 하다보면 달리는 차 옆으로 굉음을 내며 종횡무진 무법으로 질주하는 폭주족을 많이 본다. 어제도 퇴근길에 3~4명의 청소년이 헬멧도 쓰지 않고 굉음을 내며 위태롭게, 뒷좌석에는 여자를 전리품처럼 보란 듯이 태우고 자랑스럽게 달리는 것을 봤다. 가끔 서울 근교 국도를 가다보면 40~60대 정도의 중노년 층 10여명이 가죽옷을 입고 할리라는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한다. 필자가 아는 회장님 중에도 몇 분이 휴일이면 할리를 타고 드라이브를 나선다고 하신다. 이렇듯 오토바이를 타는 나이는 대략 10대와 40~60대의 장·노년기,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장·노년층은 가죽옷을 입으면 폼도 나고 젊어진 느낌에 속도를 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한다. 10대들은 또 조금 다르다. 얼마 전 어떤 방송에서 폭주족 뒤에 탄 여자아이와 인터뷰를 하였다. 그 여자아이는 자신이 원조교제로 돈을 벌어서 폭주족인 남자친구에게 바이크를 사주었고 그의 등 뒤에서 달릴 때 다른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서 쳐다보는 시선이 너무 좋다고 했다. 이렇듯이 장년층은 본인의 스트레스라든가 내부적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원인인 반면, 10대 청소년들은 내부적인 갈등보다는
천국은 예쁜 사람, 행복한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열심히 일한 개미는 손도 꺼칠하고 투박하고 굳은살이 박히고 얼굴은 햇빛에 그을려 새까맣고 자외선에 노출되어 나이에 비해 더욱 늙어 보이고 광택 또한 없다. 또 과다한 업무에 시달리고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되어 웃을 일이 적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개미는 정서적 스트레스에 잠을 못 잔다. 반면 놀고먹는 베짱이는 햇볕에서 일을 안 하니 얼굴이 곱고 동안이다. 서비스업에 종사하지 않으니 정신적 스트레스도 없다. 결국 천국의 컨셉에서 보면 열심히 노동한 개미는 맞지 않고 베짱이의 얼굴이 맞다. 그러기에 이 시대에는 아마도 베짱이가 천국에 갈 것이다. 4살짜리를 강간한 성추행범에게는 최고형을 15년 밖에 못주는데 잠재적 성범죄자를 가려내기 위한 법은 구직을 원하는 모든 의료인을 경찰서에 보낸다. 그냥 간단하게 성추행자를 면허정지 시키면 될 것을 모든 의료인을 잠정적 범죄자로 본다. 결국 개미는 천국에 못가고 베짱이가 천국에 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조금만 생각해보자. 강간범을 처벌하는 법은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졌는데 아직도 수정하거나 업그레이드하지 않은 과거 60~70년대 법이다. 그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는
요즘 대선 탓에 정치인들의 모습을 자주 TV에서 대한다. 정치인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거짓말’이다. ‘인간은 10분에 3번 거짓말을 한다’는 책도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이 말을 하는 이상 뗄 수 없는 현상인가 보다. 여기에 또 ‘하얀 거짓말’이라는 선의의 거짓말까지 포함시키면 하루에 1~2번의 거짓말도 안하고 지나기 힘들 듯 싶다. 결국 사람과 사람이 끊임없이 만나는 사회 속에서 거짓말이라는 것은 너무도 흔한 일인 것이다. 그러나 의식적이고 의도적으로 남에게 못되게 하는 거짓말은 ‘사기’라는 범죄행위가 될 것이다. 아마도 치열한 무한경쟁 속에서 어쩔 수 없는 경쟁의 한 형태로 인류가 존재하는 동안은 존재할 것이다. 지난 일요일 모처럼 큰맘 먹고 등산복을 입고 삼각산을 찾았다. 운동이 절실히 필요한 것인 줄은 잘 알고 있지만 좀처럼 하기 싫은 것이, 아니 마음먹기가 어려운 것이 지속적인 운동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30년째 운동하시는 어머니께서도 정말하기 싫은 것 중 하나가 운동이라고 하시는 것을 보면, 피곤할 때 운동을 선택하기보다는 누워서 쉬면서 TV 보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가 보다. 삼각산은 북한산의 또 다른 이름으로 서울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
모 방송사의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중에 남자가 여자 분장을 하고 상품 판매 매장에 가서는 말도 되지 않는 생트집, 즉 일명 ‘진상’ 행동을 하는, 백화점이라든지 화장품 매장 등 사회 많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풍자한 코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그 내용 중에 진상녀인 정여사는 강아지 인형을 하나 가지고 다닌다. 그 인형의 이름이 ‘브라우니’다. 정여사는 본인이 어렵거나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브라우니를 내밀며 “브라우니 물어!”하고 외친다. 그러면 나의 잘못과는 상관없이 어려운 상황을 타파하고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다. 그런 역할의 브라우니 인형이 지금 인기 연예인 만큼이나 유명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말도 못하는 소품 중의 하나인 강아지 인형이 인기를 누리는 것을 보며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절박하고도 외로운 마음을 보는 듯하다.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브라우니는 누가 보아도 명백한 잘못 속에서도 내 편이 되어주는 절대적인 믿음자이고, 해결사의 역할을 한다. 또한 말을 하지 않는다. 더불어 원하는 대로, 시키는 대로 다 해준다. 생각하지 않는다. 전에 어떤 유명한 원로배우의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란 대사가 유명해진
평소 통증에 조금 예민하게 반응하던 30대 여성 환자가 3달 만에 내원해서는 치료가 끝나고 나자 “내가 예민한데 아프지 않을까요? 교정치료를 시작하고부터 소화가 되지 않아서 위궤양이 생겼어요, 치료받고 그 동안 많이 아팠는데 또 아프면 어떡하죠? 혀가 안으로 밀리는 느낌이고 혀의 놓임이 불편해요”라고 말을 시작하더니 끊임없이 불편과 불만을 쏟아낸다. 이야기를 들으며 말 속의 내용들과 진위를 생각해 보았다. 일단 만약에 치료를 받고 계속 아팠다면 3달 만에 내원하지 않고 더 빨리 내원했을 것이기에 항상 존재하는 통증은 아니고 어떤 상황에서 통증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정치료를 하고부터 소화가 되지 않고 위궤양이 생겼다는 것은 교정치료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의미이고, 단순히 교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가 그동안 받고 있던 스트레스가 교정치료를 통해 추가되며 폭발되어 고통의 레벨까지 왔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구치부에 크라운을 하나 해주었는데 끊임없이 높다고 느껴 계속 교합 조정을 하고, 심지어는 교합이 닿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높다고 호소하는 환자들과 비슷한 상황이다. 뭉쳐있던 스트레스와 불만 등이 치과치료라는 불안과 합류하면서 심리적 돌파구가
요즘 부쩍이나 ‘묻지마’ 라는 단어를 뉴스에서 많이 듣는다. 일명 ‘묻지마 범죄’말이다. 불특정 다수를 항한 범죄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본인의 분노나 고통을 타인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기 위하여 폭력을 휘두르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사회심리학적으로 양극화 현상의 심화된 상태에서 심리구조가 취약한 사람이 사회적으로 실패나 좌절을 경험했을 때, 극단적인 자포자기의 상태에서 분노 조절이 안 되어 타인에게 폭발되는 경우이다. 분노나 좌절이 본인에게 향하면 자살이 되고 타인에게 향하면 ‘묻지마 범죄’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원래 ‘묻지마’의 시작은 ‘1. 이름을 묻지마, 2.나이를 묻지마, 3. 연락처를 묻지마’ 라는 은어에서 시작되었다.후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진입하면서 어려웠던 집안생활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며 집집마다 자동차가 생기기 시작하던 80년대 초반에 처음 등장한 단어이다. 강남이 처음 개발되기 시작하며 신흥 부유층이 강남으로 이주하던 때이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소외되어 가던 여성들이 처음으로 자동차를 지녀 기동력이 생기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지만 외로움은 더욱 심화되었다. 그리고 욕구불만을 표출하기 위하여 소위 안전한 즉석만남을 시도하였다. 그것이 ‘묻
‘딜 레마’의 어원은 그리스어의 di(두번)와 lemma(제안·명제)의 합성어로서 두 가지의 명제 사이에서 한쪽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더불어 ‘산미치광이’란 고슴도치처럼 몸과 꼬리가 가시 털로 뒤덮인 동물로 ‘호저’라고도 한다. 그런데 심리학에는 ‘산미치광이의 딜레마’ 혹은 ‘멧돼지의 딜레마’라는 표현이 있다. 미국의 정신과의사인 벨락이 쇼펜하우어의 멧돼지 우화를 인용하여 인간의 갈등관계를 해석했다. 우화의 내용은 멧돼지 두 마리가 있었다. 날씨가 유난히 추운 겨울날 밤이 되자,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견디기 위해 몸을 기대려 하였는데, 너무 가깝게 가면 자신들의 피부에 돋아있는 가시와 같은 털이 서로에게 상처를 냈다. 그래서 떨어지면 추워지므로 멧돼지들은 서로의 몸에 상처를 주지 않고 상대의 체온이 느껴지는 거리를 찾아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며 적절한 거리를 찾는다는 이야기이다. 남녀관계에서 발생되는 갈등을 설명하면 쉽게 이해되기도 한다. 가까이 가는 것을 ‘사랑’이라 하면 떨어지는 건 ‘미움’이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랑과 증오의 감정은 늘 공존한다는 숙명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붙지도 못하고 떨어지지도 못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