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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의료에 대한 불신, 방송과 언론이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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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윤 논설위원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치과 치료비가 비싼 곳에서 살다 온 외국인들이 환자로 오게 되면, 가끔 웃지 못 할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한 환자는 급성치수염 상태였는데, 입안에 한가득 얼음과 잘게 썬 양파를 물고 왔다. 인터넷과 주변지인들이 가르쳐 준 방법이란다. 신기한 건 통증이 조금 줄었다는 것이다. 양파 냄새가 후각을 마비시키고, 양파 증기에 눈물이 나는 걸 참고 마취하고 근관치료를 시행했다. 엄지를 치켜들고 고맙다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인사를 하고 간다. 충치 생기면 이를 뽑는 게 당연하고, 슈퍼에서 약 사다먹고 참는 게 그들의 일상이란다. 그러면서 ‘한국은 의료에 있어 정말 좋은 나라’라고 한다. 30분 넘게 설명하고, 치료하고 얼마 안 되는 본인부담금 내고도 뭐라 하면서 가는 우리나라 환자들과 대비가 되면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얼마 전, 모 방송국 작가에게 전화를 받았다. 오일 풀링(oil pulling)에 대한 견해를 인터뷰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뭔지 잘 몰라 일단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패션리더로 대중이 주목하는 어느 여성 연예인이 공중파TV에 나와 인도식 건강법이라고 소개하고, 종합편성 채널에서 여러 차례 집중분석으로 다룬 후에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이슈가 되니 다시 공중파에서 써먹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오일 풀링 효과는 치주병 예방, 치아미백, 세균이 제거되므로 전신질환 예방 등 만병통치였다. 여러 권의 관련 책이 출판되고, 관련 오일만도 수십 가지가 팔리고 있었다. 오일 한통 사는 데는 수 만원부터 십 만원에 이르기까지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었다. 작가에게 되물었다. 오일 한통 살 돈이면 치과 가서 스케일링 한번 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고 건강에 이로울 텐데 그런 내용으로 대본을 수정하는 것은 어떠냐고? 결국 인터뷰는 거절했지만, 나중에 그 방송을 모니터링 해보니 패널로 나온 변호사와 가정의학과 의사와 한의사가 치과질환과 오일 풀링 효과를 설명하여 필자를 한참 웃게 만들었다.

 

오전에 주부 대상으로 하는 건강관련 정보방송을 보다보면 일정한 법칙이 있다. 질환에 대한 내용과 문제제기는 의사가 한다. 치료법은 한의사가 말한다. 결론은 그 질환에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 그리고 민간요법이다. 사회자는 민간요법을 따라해 보며 손쉽게 실천할 수 있다고 시청자들에게 추천한다. 나아가 그 음식재료로 음료를 만들어 마시고, 화장품을 만들어 피부에 바르고, 각종 생활용품을 만든다. 차라리 그걸 따라하는 것보다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더 손쉽고 확실하며 경제적인 방법인데도 말이다. 질환에 좋다는 음식은 도대체 얼마나 많이 먹어야 도움이 되는지 알려주지도 않는다. 때로는 외국의 출처 불분명한 학자가 주장하는 특수한 일부 내용을 앞 뒤 잘라내고 일반화시켜 과학적 입증이라고 주장한다. 참으로 뜬금없고 어이없는 방송이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언론이 이를 여과나 검증 없이 다시 받아쓰기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방송화면을 교묘히 캡처하여 더욱 선정적으로 편집한다. 각종 블로그는 이를 퍼 나른다. 이러한 악순환이 되풀이 되며 우리 국민은 세뇌된다.     

 

중국에는 3불(三不)이 있다고 한다. 자국의 정치인을 믿지 않으며(不信), 먹거리를 믿지 않으며 의사들을 믿지 않는다고 한다. 의료진에게 촌지나 뇌물을 주지 않으면, 입원, 수술,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것이 상식이고 관행이라고 한다. 급기야 최근에는 2급(지역 의원급) 이상 병원과 의료기관에 입원하는 환자가 24시간 이내에 담당 의사와 촌지를 주고받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반드시 작성하도록 중국 보건당국이 의무화 했다. 의료에 대한 불신은 그 나라의 의료제도와 의료수준을 후퇴시키는 주범이다. 의료관련 정보방송에 출연하는 의료인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내용과 신중한 자세로 불신을 조장하지 않았으면 한다. 방송과 언론 관계자들도 무조건 쉽고 편한 방법이나 가격으로 시시비비를 가리지 말고 정확한 정보 전달에 주력했으면 한다. 이미 우리나라 의료수가는 바닥을 지나 지하 수십 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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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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