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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원장과 인감증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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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209)

며칠 전, 항상 다니던 은행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익숙한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또 직원들이 바뀌었나하고 다른 직원에게 물으니 이동이 있었다고 한다. 결국 새로운 은행직원과 인사를 나누고 일을 보고 은행 문을 나오는데 묘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처음 그 은행을 거래한 것이 개원을 막 시작하고부터이니 14년이 되었다. 그런데 직원들은 자주 바뀌다보니 그 은행에 대하여서는 고객인 필자가 더 오랫동안 아는 셈이었다. 대략 지점장은 1~2년에 바뀌고 직원들은 2~3년에 바뀌는 듯하다. 벌써 필자가 인사한 지점장만도 5~6명이 넘는다. 그래서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이다. 특히 요즘 들어서 부쩍 공공기관도 사람이 자주 바뀐다.


얼마 전 일이다. 병원에 새로 온 선생을 개설신고필증에 등록하려고 데스크 팀장이 보건소에 갔더니 담당직원이 바뀌었고 그 바뀐 직원은 원장의 인감증명서를 가져오라고 주문한 일이 있었다. 항상 하던 일이건만 사람이 바뀌고는 규정이라고 하며 새롭게 요구한 것이다. 그리고 다시 경찰서에 성범죄 경력증명서를 발부받으러 가니 그곳 역시 담당자가 바뀌었고 그곳에서도 인감증명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받았다고 전화연락이 왔다. 직원에게 위임장을 써주고 필자가 동사무소에 직접 가서 기다리고 인감증명서를 발부받고 다시 그것을 직원이 보건소로 경찰서로 가는 것은 상당히 번잡한 일이고 원장이 그냥 가서 한 번에 해결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이 편안하지가 않고 무언가 마음속에 남는다. 가만히 마음속을 들여다보니 막연한 억울함이다. 은행에서 직원들이 직장을 자주 변경하는 것은 직업상 고객과 관계가 형성되면 금전적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란 생각이 드니 이해할만하다. 경찰서에서 성범죄 경력증명서는 개인의 정보이니 개인정보보호법을 핑계로 마지못해서라도 이해하려고 노력은 해본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개설신고필증에 이름을 한 줄 올리는 일에 원장이 직접가거나 인감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되지 않는다. 데스크 팀장도 이미 보건소에 등록된 직원인데 그 직원이 가서 안된다는 사실도 납득되지 않는다. 결국 보건소 직원이 책임 회피를 위한 행동이 아니었나하는 의구심과 보건소가 치과의사를 을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마음 끝자락을 붙들고 있다.


물론 치과의사 생활을 시작한 뒤로 황당한 일을 많이 겪기는 하였다. 필자가 보건지소에서 진료하던 1988년에는 보존치료 시 한 개 치근에 지피콘 한개만 의료보험에서 인정해주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진료비를 낮추려는 정부의 방침이라고 생각해보면 억지로라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보건소에 등록된 지 10년이 넘은 직원이 갔는데도 새로 부임한 보건소 직원이 항상 하던 방식을 뒤집고 원장이 직접오든지 아니면 인감증명서를 가져오라는 처사는 경찰서와는 조금 다르지 않나 생각해본다. 한 병원에서 10년 이상 오래 근무한 직원들이 있다면 그들이 새로 부임한 직원보다는 더 인정받아야 하듯이 고객도 한 은행과 10년 이상 거래했다면 무엇인가 다른 대접을 해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새로 부임한 직원들은 고객이 얼마나 오래 거래하였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은행의 고객등급이 무엇이냐가 더 중요한 듯하다. 그런데 은행의 고객등급은 아이러니하게도 오랫동안 거래한 사람보다는 돈을 많이 빌린 사람이 등급이 높다. 이런 생각의 차이가 혼란의 시작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무위자연을 말하였다. 무슨 일이든지 의도적으로 행하지 않으면 저절로 일이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그래서 위정자가 옳은 판단으로 일을 하면 백성들은 점점 편해진다고 하였다. 그런데 필자가 지난 개원 10여년을 뒤돌아보니 없었던 일이 많이 생겼다. 4대 보험, 적출물처리, 성범죄경력증명서, 개인정보 취급교육 등등 말이다. 앞으로의 10년 후에는 과연 일이 줄어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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