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9 (화)

  • 맑음동두천 14.2℃
  • 맑음강릉 14.6℃
  • 맑음서울 15.3℃
  • 맑음대전 17.0℃
  • 맑음대구 20.0℃
  • 맑음울산 13.9℃
  • 맑음광주 16.6℃
  • 맑음부산 13.7℃
  • 맑음고창 13.0℃
  • 맑음제주 14.9℃
  • 맑음강화 12.7℃
  • 맑음보은 14.9℃
  • 맑음금산 16.1℃
  • 맑음강진군 15.2℃
  • 맑음경주시 14.6℃
  • 맑음거제 13.7℃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논 단] 양의(良醫)와 명의(名醫)

URL복사

유창선 논설위원

좋은 의사를 양의(良醫)라 하고, 유명한 의사를 명의(名醫)라 한다. 사람들이 잘 알고 있듯이 명의는 ‘이름이 드러난 의사’라는 뜻이고, 양의는 말 그대로 ‘좋은 의사’라는 뜻이다. 양의나 명의 모두 사회가 바라고 아끼는 존재이다. 옥편을 보면, ‘名’은 저녁이 되어 날이 어두워지면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되고, 그래서 헛기침을 하면서 말소리로 “나는 김 아무개요”, “나는 이 아무개요”라고 자기를 밝히는 데서 유래했다. 그러고 보니 ‘명’은 남이 나를 알아보라고 내가 나를 초들어 일컫는 말인 셈이다.


그렇듯, 유명한 사람은 남이 알아내기도 하고 스스로가 밝히기도 해서 생겨난다. 세상이 개명되어서 인지, 요즘 신문이나 잡지를 읽거나 텔레비전을 보노라면, ‘명’자 붙은 게 많은데 놀란다. 명의, 명약, 유명처방, 유명병원에서 시작하여 명사, 명문학교 등 명자 붙은 것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뿐만 아니다. 세상은 지금 온통 최첨단, 최상, 최신, 최초, 최고, 제일, 극대화 등 최상급 형용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학이나 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남에게 뒤질세라 선두 다툼질을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참으로 ‘높은 것 (至高)’에 사용할 마지막 말을 탕진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사람들은 그것을 ‘발이 땅에 닿지 않은 채, 허공을 쳐다보며 달려가는 현대인’의 불안과 초조에 사로잡힌 모습이라고 한 숨을 쉰다.


다행히 예지는 우리에게 중용(中庸)을 가르친다. 그것은 더도 덜도 아닌, 바른 균형을 잡은 상태 즉, 이상(理想)에의 도달을 말한다. 중용은 우리의 이상이 이루어지는 절정의 상태를 이르는 말이며, 그 상태는 결코 ‘명(名)’자나 ‘최(最)’자, 잘못 쓴 외국어, 새로 만든 어설픈 말로는 설명할 수는 없는 경지인 것이다. ‘좋다’는 중용을 대신하는 쓰기 편하고 듣기 편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가 일상 사용하는 ‘좋다’는 무엇인가를 긍정적이고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이해하고 흡족하며 고맙게 받아드리는 심상(心象)을 표현하는 쉽고도 정확한 말이다. 그래서 좋은 의사, 좋은 시설, 좋은 약이 유명한 의사, 최첨단 시설, 최신 약보다 한결 부드럽고 친근하고 정확하게 다가오는 것이리라. 그러고 보니, 신(神)이 엿새 동안 세상을 창조하고 나서 하신 말씀이 “좋다”이지 않았던가.


우리 말 ‘좋다’에는 자그마치 30가지가 넘는 그윽하고 깊은 뜻이 담겨있다. 그 중 몇 개를 추려보면 훌륭하다, 흐뭇하다, 즐겁다, 아름답다, 뛰어나다, 알맞다, 적당하다, 순하다, 부드럽다, 넉넉하다, 상서롭다 등등. 아시다시피 ‘유명’을 영어로 ‘famous’라고 한다. 그것은 known to 또는 recognized by many people 정도의 말이다. ‘좋다’와 같이 ‘good’에도 참으로 많은 뜻이 있다고 한다. honorable, admirable, morally excellent 등. 그렇게 알고 보면, ‘좋다’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편하고 쉽게 쓸 수 있으면서도 균형이 잘 잡혀 있어 이상의 경지에 다가가는 말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유명’의 뜻에는 ‘이름이 있다’와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뿐이다. 어쩐지 허전한 메아리처럼 덧없이 느껴진다. 새삼, ‘이름’이란 저녁 어둠 속에서 헛기침을 해가면서 ‘나를 나타내는 신호(信號)’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좋은 의사가 되는 길은 결코 어렵지 않다. 그 비결 아닌 비결은 알다시피 무엇보다도 환자의 아픔과 호소를 가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그리고 그 고통의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법을 찾아내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어느 누구도 혼자만의 지식과 경험으로 모든 병을 다스리지는 못한다. 그것을 아는 일이 좋은 의사의 첫 걸음이라고 배웠다. 우리는 드물지 않게 스스로의 지식의 부족함을 알고 책을 들춰보거나 선배 후배 동료의사들에게 물어봄으로써 생각지 못했던 돌파구를 찾고 보람을 느낀다. 그 길을 실천하는 의사, 그렇게 해서 환자를 살리고 돌보아주는 의사, 그 의사가 좋은 의사이다. 거기에 고통을 함께 나눈다면, 그 의사는 참으로 좋은 의사인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보니 명의도 좋으나 양의가 더 많았으면 한다. 세상 어디를 가도 어렵지 않게 좋은 의사를 만날 수 있는 시절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할 따름이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같은 시간에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외국에서 근무하는 딸이 오랜만에 집에 와 모처럼 대화가 이어졌다. 딸과는 따로 지낸지 오래다 보니 늘 공통의 화제가 적었고 생각의 차이도 컸다. 모처럼 가족이 모두 모인 식탁에서 최근 유행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좋은 대화 소재가 되었다. 드라마의 인상적인 장면이 가족 모두 달랐다. 덕분에 각자의 생각이 다름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딸은 서울서 상처받고 제주 집에 돌아온 금명을 가족이 돌봐주는 장면을 말하였고, 필자는 관식이가 병원에서 마취에서 깨어나며 자신이 돌을 쌓으러 가지 않았어야 한다고 혼잣말을 하는 장면이 가장 생각난다고 했다. 딸은 외국생활을 하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자신의 모습을 금명을 통해서 본 듯했다. 필자는 아버지 관식이의 삶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관식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막내아들 동명을 잃는 최악의 불행을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바다에 돌을 쌓으러 나가지 않았으면 죽지 않을 수도 있었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족에게 가장 큰 불행을 경험하게 되면, 삶에서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순간이 오면 불안지수도 같이 올라가게 된다. 행복할수록 더 불안해지는 아이러니한 마음상태가 된다. 관식이 마음의 반은 평생 자신의 잘못으로 막

재테크

더보기

트럼프 관세전쟁과 자산시장 전망 | 미국채 금리와 달러 인덱스 중심 분석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선포는 글로벌 경제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약 100년 만에 이뤄진 대규모 관세 정책으로, 자산시장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증시는 기록적인 변동 폭을 나타내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오늘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글로벌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미국채(TLT) 금리와 달러 인덱스(DXY)를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기적 자산 배분 전략의 관점에서 향후 대응 전략을 제시해보겠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목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강력한 관세 부과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관세 조치는 단순히 무역적자 해소를 넘어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이는 관세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시장은 이러한 불확실성 증가를 반영해 4월 2일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고, 시장참여자들은 지금이 긴 하락장의 초입인지, 이벤트로 인한 단기적 주가 조정에 그치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채 금리의 급격한 변화와 달러 인덱스의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