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이 시작 된 지 4개월이 지나갔다. 언제나 그러하듯 긴 추운겨울을 지나 봄을 알리는 것은 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꽃이 무엇인지 사람들은 대답하기를 주저한다. 그도 그럴 것이 꽃들은 어느 한순간 한꺼번에 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화라든지, 개나리라든지 하고 짚는다.
그러나 봄의 화신으로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꽃은 개나리와 피는 시기가 비슷한 노란 영춘화일 것이다. 노란 꽃이 역시 제일 먼저 피는 것 같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개나리와 비슷한 꽃이지만, 길거리 풀숲 어느 곳에서나 피는 야생화이다. 영춘화는 줄기가 녹색을 띠고 있어, 회갈색 줄기의 개나리와 구별된다. 개나리와 같이 풀무레나무과에 속하지만 6개 또는 5개의 꽃잎이 4갈래 꽃잎의 개나리와 다른, 자스민의 일종이다.
그 밖의 봄의 전령은 복수초, 바람꽃, 매화, 목련, 생강나무, 산수유, 벚꽃 등이 봄의 소식을 전하는 꽃이다. 매화, 목련, 벚꽃은 우리가 잘 아는 꽃이지만, 생강나무와 산수유는 잘 모르는 꽃들이다. 특히 생강나무와 산수유는 노란 꽃이 비슷하여 오인되는 수가 많다. 생강나무는 산수유와 비슷한 노란 꽃을 피운다. 3~6m의 높이로 산수유보다 조금 작다. 나무껍질은 회색 얼룩으로 매끈하다. 3월에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것은 산수유와 같다.
노란색 작은 꽃들이 뭉쳐 꽃대 없이 가지에 바짝 붙어 피며, 산형 꽃차례를 이룬다. 가지를 자르면 생강냄새가 난다. 이름도 개동백, 산동박, 단향매, 황매곡, 동박, 동백으로 부른다. 동백이라 부르는 이유는 동백나무가 자라지 않는 지역에서 생강나무 열매로 기름을 짜서 동백기름 대신 머릿기름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을 보면 ‘한창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라는 부분에서 노란 동백꽃이 바로 생강나무를 지칭한다. 꽃말은 수줍음이다.
지리산 기슭의 구례 산동, 산내면이 주산지이며 봄마다 산수유축제가 펼쳐진다. 열매는 날로 먹지 않고, 차나 술로 담궈 먹는다. 양평 개군면, 의성, 이천 백사면이 산수유축제마을로 유명하다. 노란 산수유꽃은 매화와 비슷한 시기에 피어나고 벚꽃, 목련보다 일찍 핀다. 예쁜 노란 산수유꽃은 개나리와 달리 또 다른 매력을 지닌다. 산에서 자연으로 피는 생강나무와 달리 마을 근처에서 재배된다. 생강나무와 산수유는 같이 약재로 쓰이나 생강나무는 나뭇가지를, 산수유는 열매를 약재로 쓴다. 산수유는 매화, 벚꽃과 같이 축제를 하는 곳이 여러 곳 있다.
우리 자전거팀은 지난달 3일 산수유축제가 열리는 양평으로 라이딩 계획을 정하였다. 수년전 지리산 기슭의 구례 산동 마을을 라이딩 한 바 있다. 산기슭 온동네가 노란 물결 속에 잠겨있는 환상적인 모습을 보았다. 산수유꽃들이 하늘과 산을 향해 환희에 젖어 유희하는 듯 동네는 그 속에 파묻혀 있었다. 양평 개군마을도 그러하리라 부풀은 꿈에 젖어 응봉에서 중앙선에 오른다. 응봉산을 노랗게 물들인 개나리꽃이 눈에 들어온다. 개나리의 유혹에 어지러워진 망막에 또 다른 노란색의 유혹을 담으려 가는 개군면 산수유마을의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자전거는 전 코스가 포장도로이므로 샥옵서버가 앞에 한 개인 하드테일 라이트 스피드를 선택하였다.
아침 일찍 6시50분에 중앙선을 탔기에 수많은 등산객을 피할 수 있었다. 등산객으로 꽉 찬 전동차안에 자전거를 들고 들어가는 것은 괴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한산한 전동차 노약자석에 앉아 편히 양평역까지 가게 되었다. 아침기온 7℃라는 예고에 미리 고어텍스, 팩라이트 쉘 재킷을 착용하였다. 양평역에 내리니 우리 동료들은 보이지 않는다. 일찍 도착하면 워밍업을 한다. 양평시내 4~5㎞를 땀이 나도록 달렸다. 근육과 인대가 부드러워진다. 이마에는 땀이, 고글에는 김이 서린다. 이제 몸이 달궈진 것이다. 땀은 재킷의 투습작용으로 밖으로 증발해버려 몸은 뽀송뽀송하다. 30분을 달리고 자전거에 내려 다시 준비운동을 하고 있으려니 동료들이 하나, 둘 나타난다.
곧, 코스브리핑. 준비체조 후 출발한다. 4명의 바이콜릭스! 오늘따라 적은 수의 대원이 나왔다. 그 중 1명은 신입대원이다. 원래 양평에서 한강자전거 도로를 따라 앙덕리, 후미개고개를 넘어 산수유 행사가 열리는 개군 레포츠공원을 가기로 했으나 신입대원이라 후미개고개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37번 국도를 따라 개군 행사장으로 가기로 하였다.
37번 도로는 서서히 각을 올리는데 흑천교를 넘어서면서 개군산자락을 넘는 불곡리부터 오르막이 계속된다. 그 후 다운힐라이딩! 개군 레포츠공원 입구까지는 수월한 라이딩, 하자포리 입구에는 양평 산수유축제 깃발이 줄지어 우리를 맞는다. 산수유가 만개한 향리천을 따라 레포츠공원으로 들어가는 다리위에는 행사를 알리는 아치가 있고 양평의 상징인 황소상이 높이 서있었다. 많은 인파로 가득한 행사장에는 국악공연장 양평한우매점, 수많은 토속음식점, 마당을 가득 메운 동물들의 미니어처가 눈길을 끈다.
우리는 늦은 아침식사를 소머리국밥으로 때우고 행사장을 돌아 개군면 내리로 향했다. 37번 주읍로를 따라 가다 쇠부리길로 접어드니 개군산자락의 내리이다. 5%의 오르막 1㎞를 올라가니 개군산 안쪽마을이라 해서 내리라하는 마을에 산수유축제가 한창이다. 농악소리가 들리고 노래소리도 들린다. 동네 가득피어 퍼드러진 산수유 속에 묻혀 우리의 얼굴은 노랗게 물들어갔다. 산수유열매를 사는 대원도 있어 아마 술을 담그려나 생각했다. 우리는 내리를 나와 다시 37번 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개군저수지를 지나 주읍리 행사장으로 향한다.
국도에서 주읍리로 들어가니 여기도 가로수가 산수유다. 산수유 가로수길을 따라 오르니 멀리 추읍산(주읍산)이 버티고 그아랫마을 주읍리다. 추읍산 정상에 오르면 양평군 7개읍(양근, 지평, 여주, 이천, 양주, 광주, 장호원)이 보인다고 해 칠읍산이라고 부르고 양평 제1봉 용문산(1157m)을 보고 읍하는 형상이라고 추읍산이 되었다는 유래가 있다. 추읍산에 안겨있는 주읍리(추읍리)는 산수유 노란꽃 물결에 잠겨있는 듯하고 그 속에 상춘인파가 가득 길을 메운다. 엿가락 파는 각설이의 노래소리가 요란하고 사람들은 저절로 어깨춤을 춘다.
우리는 노란색의 산수유에 취해 구슬고개를 넘는다. 지평을 거처 용문으로 바람처럼 달려간다. 40㎞의 장정이 끝나는데 봄바람은 세차게 우리의 앞을 막는다. 멀리 용문역이 보인다. 흰색의 대원들의 모습이 용문역 쪽으로 사라져간다. 망막에 노란 산수유 꽃의 잔영을 남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