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9 (수)

  • 흐림동두천 17.3℃
  • 흐림강릉 15.5℃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6.7℃
  • 흐림대구 16.6℃
  • 흐림울산 13.8℃
  • 흐림광주 15.8℃
  • 흐림부산 14.7℃
  • 흐림고창 13.1℃
  • 흐림제주 14.3℃
  • 흐림강화 12.9℃
  • 흐림보은 15.7℃
  • 흐림금산 16.2℃
  • 흐림강진군 15.7℃
  • 흐림경주시 14.4℃
  • 흐림거제 14.8℃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빠름과 느림의 미학

URL복사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 (70)

스마트폰이 울려 받아보니 뉴질랜드에 있는 지인의 이름이 뜬다. 반가운 마음에 받았는데 내용은 편하지 않은 사연이었다. 뉴질랜드에 아이가 공부하러 간 지 3년 정도 되는 분이었다. 지금 12학년인 아들이 학교에서 선생님과 언쟁을 하고 교실을 박차고 나오면서 분에 못 이겨서 화단에 있는 조각물을 발로 차서 약간 쓰러졌는데 학교 측에서는 징계위원회를 열겠다는 내용이었다.

 

 필자의 아이들이 오랜 세월 유학을 해서 조언을 듣고 싶어 전화가 온 것이었다. 외국에서 12학년은 우리나라의 고3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학교에서 많은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것 또한 같다. 다만 외국이란 특성상 폭력적인 것에 대한 배려가 우리보다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내용인즉 한국으로 돌아갈지, 그곳에서 전학할지, 그런데 6개월 후면 졸업하는데 너무 억울하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필자가 아이에게는 뭐라고 했냐고 물었더니 마지막 6개월을 못 참은 것이 화가 나고 아쉬워서 야단을 치셨단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아이가 왜 그랬는지, 아이를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도 없었다. 다만 그동안 고생한 것과 향후 잃어버릴 것에 대한 억울함만이 가득하였다. 이에 필자는 아이의 상태를 물어 본 후,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라고 하였다.

 

더불어 지난 세월이 아쉬울 수도 있고 조금 남은 6개월이 아까울 수도 있지만, 당사자에게는 삶을 포기할 만큼의 큰 일일 수도 있으며, 모 재벌 그룹의 딸도 그러하였듯 잘못된 선택을 하기까지는 고작 2분밖에 안 걸린다고 조금 강한 어조로 이야기 하였다. 이는 대부분의 엄마들이 ‘자식을 위해서’라는 미명 아래 결코 길지 않은 시간동안 숨 쉴 수 있는 공간마저도 쥐어짜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어느 노래 가사 중에 ‘가다가 힘들면 쉬었다 가지’란 말이 나온다. 어쩌면 앞만 보고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대한 조언인지도 모른다. 이는 외과에서 수술은 잘했는데 환자가 숨을 안 쉬면 끝인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최소한 80~90년을 살아야 할 인생 여정에 1년 정도 정비하고 가다듬고 간다고 그리 많이 달라지는 것은 없으리라. 전통춤 중에 살풀이란 춤이 있다.

 

이 춤은 느림 속에 빠름이 있고 빠름 속에 느림이 있다. 그리고 느림이 있었기에 빠름이 돋보이고 빨랐기에 느림이 아름답다. 빠름과 느림의 적절한 조화가 최고의 미를 보여준다. 장단 또한 굿거리장단으로 시작하여 느리지만 처지지 않게 하고 도중에 자진모리로 빠르게 진행되다 다시 굿거리장단으로 천천히 마무리한다. 넘쳐도 안 되고 모자라도 안 되며 너무 빨라도 안 되고 너무 느려도 안 된다.

 

그러려면 진행과 멈춤을 알아야한다. 넘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즉, 힘들면 쉬었다 가야한다는 말인 것이다. 가끔 필자도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곤 한다. 그리고 언제 멈추어본 적이 있나하고 생각도 해본다. 아니, 안식년을 갖고 외국에 나가는 친구들을 보며 한없이 부러워한 적도 적지 않았다. 필자는 골프를 좋아하지만 즐기지는 않는다. 물러섬을 허락하지 않고 오직 전진만이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쉬었다 갈 수가 없음이 더욱 그러하다. 결국 골프는 시작하면 18홀이 끝날 때까지 멈출 수 없는, 돌아갈 수 없는 그런 비정한 게임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운동이라 뭐라고 이야기 할 것은 아니지만 필자의 느낌이 그렇다는 말이다. 우리 어른들이 볼 때는 아이에게 대단한 일이 아닐 것이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아주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시간이라는 지혜로 녹여서 희석시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세월이 약이란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는 말이다. 이는 다른 말로 한 템포를 늦추어 쉬었다 가라는 말이다. 우리 치과의사들은 환자가 많으면 바빠서 못 쉬고, 환자가 적으면 왜 적을까 노심초사하느라 못 쉰다. 갓 내린 거품이 뽀얀 커피 한 모금에 잠시 시간을 잊을 수 있다면 그것이 작으나마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레바논에서 발생한 신성모욕
이스라엘 병사가 레바논의 예수상을 파괴하는 사진은 25년 전 아프카니스탄에서 바미안 석불이 파괴되던 일을 떠올리며 충격과 더불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종교적 성인인 부처나 예수님 상에 저 정도 짓을 한다면 포로나 피점령지 사람들에게 행할 짓은 미뤄 짐작이 된다. 종교적 상징물을 파괴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선민사상이다. 내가 믿는 신이 최고니 나머지는 모두 우상이고 미신이라서 무슨 짓을 해도 본인이 믿는 신을 위한 잘한 짓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정령신앙이 없는 것이다. 정령신앙은 모든 사물에 영혼이 있다는 신앙이다. 이는 고등종교가 발달하기 전에 원시 종교형태였으며 아직도 우리나라는 민속종교 형태로 남아있다. 예를 들면 만약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불상이나 예수상을 실수라도 파괴하거나 손상을 입히면 그날부터 꿈자리가 사납고 잠을 설치게 된다. 천벌을 두려워하는 것도 정령신앙의 일종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종교가 들어오고 정착과정에서 종교적 박해는 심하게 있었으나 아직까지도 종교 간에 유혈사태는 없었다. 그 근간이 정령신앙이다. 상대 종교의 신이나 상징물에도 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히 해하려 하지 못한다. 한반도에 살

재테크

더보기

금리 사이클 전환 구간, 미국채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최근 미국 증시는 신고가를 경신하며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장기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 내부의 긴장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 이러한 흐름은 현재 시장이 단순한 상승 국면이 아니라 사이클 전환 구간에 위치해 있음을 시사한다. 금리 사이클로 보면 현재는 첫 금리 인하 이후 B 구간을 지나 경제위기 C 국면으로 이동하는 흐름에 가깝다. 과거에는 이 구간에서 비교적 빠르게 경기 침체로 이어졌지만, 이번 사이클은 금리 인상 폭이 컸음에도 경기 둔화가 지연되면서 B에서 C까지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다만 구조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 구간의 후반부에서는 결국 경제위기 국면(C)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 미국채 30년물 수익률 월봉 차트를 보면 이러한 구조 변화는 더욱 명확하다. 1980년대 이후 장기 금리는 하락 채널을 형성하며 디플레이션 사이클을 이어왔지만, 최근에는 저점과 고점이 동시에 높아지는 상승 채널로 전환됐다. 이는 단순한 금리 반등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사이클로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현재 금리도 이 상승 채널 안에서 움직이며 4.8%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포인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