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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빠름과 느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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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 (70)

스마트폰이 울려 받아보니 뉴질랜드에 있는 지인의 이름이 뜬다. 반가운 마음에 받았는데 내용은 편하지 않은 사연이었다. 뉴질랜드에 아이가 공부하러 간 지 3년 정도 되는 분이었다. 지금 12학년인 아들이 학교에서 선생님과 언쟁을 하고 교실을 박차고 나오면서 분에 못 이겨서 화단에 있는 조각물을 발로 차서 약간 쓰러졌는데 학교 측에서는 징계위원회를 열겠다는 내용이었다.

 

 필자의 아이들이 오랜 세월 유학을 해서 조언을 듣고 싶어 전화가 온 것이었다. 외국에서 12학년은 우리나라의 고3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학교에서 많은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것 또한 같다. 다만 외국이란 특성상 폭력적인 것에 대한 배려가 우리보다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내용인즉 한국으로 돌아갈지, 그곳에서 전학할지, 그런데 6개월 후면 졸업하는데 너무 억울하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필자가 아이에게는 뭐라고 했냐고 물었더니 마지막 6개월을 못 참은 것이 화가 나고 아쉬워서 야단을 치셨단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아이가 왜 그랬는지, 아이를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도 없었다. 다만 그동안 고생한 것과 향후 잃어버릴 것에 대한 억울함만이 가득하였다. 이에 필자는 아이의 상태를 물어 본 후,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라고 하였다.

 

더불어 지난 세월이 아쉬울 수도 있고 조금 남은 6개월이 아까울 수도 있지만, 당사자에게는 삶을 포기할 만큼의 큰 일일 수도 있으며, 모 재벌 그룹의 딸도 그러하였듯 잘못된 선택을 하기까지는 고작 2분밖에 안 걸린다고 조금 강한 어조로 이야기 하였다. 이는 대부분의 엄마들이 ‘자식을 위해서’라는 미명 아래 결코 길지 않은 시간동안 숨 쉴 수 있는 공간마저도 쥐어짜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어느 노래 가사 중에 ‘가다가 힘들면 쉬었다 가지’란 말이 나온다. 어쩌면 앞만 보고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대한 조언인지도 모른다. 이는 외과에서 수술은 잘했는데 환자가 숨을 안 쉬면 끝인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최소한 80~90년을 살아야 할 인생 여정에 1년 정도 정비하고 가다듬고 간다고 그리 많이 달라지는 것은 없으리라. 전통춤 중에 살풀이란 춤이 있다.

 

이 춤은 느림 속에 빠름이 있고 빠름 속에 느림이 있다. 그리고 느림이 있었기에 빠름이 돋보이고 빨랐기에 느림이 아름답다. 빠름과 느림의 적절한 조화가 최고의 미를 보여준다. 장단 또한 굿거리장단으로 시작하여 느리지만 처지지 않게 하고 도중에 자진모리로 빠르게 진행되다 다시 굿거리장단으로 천천히 마무리한다. 넘쳐도 안 되고 모자라도 안 되며 너무 빨라도 안 되고 너무 느려도 안 된다.

 

그러려면 진행과 멈춤을 알아야한다. 넘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즉, 힘들면 쉬었다 가야한다는 말인 것이다. 가끔 필자도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곤 한다. 그리고 언제 멈추어본 적이 있나하고 생각도 해본다. 아니, 안식년을 갖고 외국에 나가는 친구들을 보며 한없이 부러워한 적도 적지 않았다. 필자는 골프를 좋아하지만 즐기지는 않는다. 물러섬을 허락하지 않고 오직 전진만이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쉬었다 갈 수가 없음이 더욱 그러하다. 결국 골프는 시작하면 18홀이 끝날 때까지 멈출 수 없는, 돌아갈 수 없는 그런 비정한 게임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운동이라 뭐라고 이야기 할 것은 아니지만 필자의 느낌이 그렇다는 말이다. 우리 어른들이 볼 때는 아이에게 대단한 일이 아닐 것이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아주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시간이라는 지혜로 녹여서 희석시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세월이 약이란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는 말이다. 이는 다른 말로 한 템포를 늦추어 쉬었다 가라는 말이다. 우리 치과의사들은 환자가 많으면 바빠서 못 쉬고, 환자가 적으면 왜 적을까 노심초사하느라 못 쉰다. 갓 내린 거품이 뽀얀 커피 한 모금에 잠시 시간을 잊을 수 있다면 그것이 작으나마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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