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을 넘게 끌어온 한·미 FTA가 드디어 내년 1월 1일 발효를 앞두게 됐다.
현재 한·미 FTA는 지난달 29일 이명박 대통령이 비준안과 14개 부수법안에 서명함에 따라 미국과의 발효일정 협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달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최대 국가적 쟁점으로 떠오르며 찬반 논쟁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치과를 비롯한 의료계, 의료기기산업계, 제약업계 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회적으로는 제약업계가 가장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치과계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의료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영리병원 도입의 현실화다. 한·미 FTA 세부 협정에 따라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서게 될 영리병원은 결국 전국에 ‘부자만을 위한 병원’의 합법적 설립의 물꼬를 트게 된다. 정부에서는 외국인 환자 유치를 통한 의료관광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한·미 FTA를 통해 들어오게 될 거대 자본들이 국내 의료계에 미칠 영향이 적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늘고 있다.
이미 불법네트워크 치과를 통해 영리병원의 폐해를 절실히 느끼고 있는 치과계로서는 자칫 더 큰 ‘적’과 만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불법네트워크 치과와의 전쟁도 아직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한·미 FTA가 발효된다면 불법네트워크 치과와 더불어 외국자본을 위시한 영리병원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수도 있다. 인천 송도 영리병원 사례(삼성, KT&G 컨소시엄 참여)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의 시스템은 얼마든지 국내 대기업 자본이 흘러들어갈 수 있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는 한·미 FTA 국회 통과 직후 “보건의료분야에서는 영리병원을 경제자유구역에만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특별자치도인 제주도 이외에 전국의 6곳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전국에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효과가 있다”며 “이는 결국 건강보험당연지정제와 전국민건강보험제도를 특징으로 하는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한·미 FTA 국회통과 직후 야당이 여당의 ‘날치기식’ 통과 절차에 강하게 반발하며 모든 국회 일정을 거부함에 따라 얼마 전 양승조 의원이 발의한 ‘1인 1개소 법안’도 최종 통과가 언제 이뤄질 지 불투명해졌다. ‘1인 1개소 법안’ 역시 한·미 FTA 비준안 통과의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한 개원의는 “치과계에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 ‘한·미 FTA’라는 복병을 만나 통과가 지지부진하게 돼 참으로 안타깝다”며 “농업 등 다른 분야의 피해만 우려했었는데 속내는 그렇지 않으니 지금부터라도 한·미 FTA의 악영향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재업계에서는 ‘관세 철폐’ 자체는 환영이지만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업체별 상황과 규모, 주요 취급 품목 등이 다르다 보니 이번 한·미 FTA에 대한 관심도에도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수입제품을 국내 유통을 주로 하는 A업체 관계자는 “실제 판매 가격 책정에 있어 가격 다운까지는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며 “그러나 한·미 FTA의 관세 철폐로 인한 반사 이익을 적극 반영해 마케팅 등 다른 분야에 활용 하겠다”고 말했다. A업체의 경우 현재 국내 모든 산업 분야 중 가장 피해가 예상되는 농수산물의 경우 브랜드 영향력이 크지 않지만, 치과 의료기기는 브랜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한·미 FTA에 대한 부가적인 이익을 마케팅, 홍보에 집중시키겠다는 계획이다.
B업체에서는 식약청과 관세청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구했다. D업체 관계자는 “NAFTA 회원이기도 한 미국에서 수입된 제품은 원산지가 어디인지 명확히 내리기가 쉽지 않다”며 “예를 들어 멕시코에서 생산하고 미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의 경우 가공율 등을 따져 원산지를 표기하게 되는데 한·미 FTA가 최종 발효된다면 이러한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미 FTA는 그간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했던 EU를 비롯해 싱가포르, 아세안, 인도와의 원산지 증명에 관한 규정이 크게 차이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업체들의 주의도 요구된다. 기존 FTA에서는 원산지증명서 발급을 정부나 상공회의소 등의 기관이 확인 ? 발급하는 ‘기관발급’을 해온 반면, 한·미 FTA에서는 ‘자율발급’이 적용된다. 자율발급이란 수출자나 생산자 스스로가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하는 것으로 자칫 과정이 간편한 것 같기도 하지만, 수출자 또는 생산자의 입장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성은 더 크다.
B업체 관계자는 “‘자율발급’ 적용으로 단순히 제조원에 의지해서는 훗날 세무조사가 들어왔을 때 그간 모르고 내지 않았던 세금과 과징금까지 부여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소 규모의 업체에서는 한·미 FTA에 대해 크게 대응책을 고심하지 않고 있다. C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이라면 모를까 중소 규모의 업체에서는 영향이 미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추후 상황을 지켜본 후 업계 동향을 분석한 후 대응책을 마련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D업체 관계자 역시 “치과계 의료기기는 ‘다품종 소량’이 특징이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과 같이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내 치과재료의 가격은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져 있기 때문에 더 낮아지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치과계 제품이 싼 가격에 들어오더라도 이미 국내 제품의 품질 및 가격 경쟁력도 크게 높아져 있다”고 덧붙였다.
온 국민의 관심 속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찬반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한·미 FTA. 발효 시기가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크든 작든 한·미 FTA의 영향을 받게 될 치과계도 불안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민수 기자/kms@sd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