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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필 교수의 NLP 심리상담 -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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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이유

얼마 전 우연찮게 한 예능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되었다. 여러 명의 MC들이 출연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방식이었다. 토론 프로그램은 아니고 출연진들의 과거사부터 현재 연예인으로서의 활동 그리고 앞으로의 포부 등과 같은 주로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었다. 그 중에 눈길을 끌었던 장면은 남매 아이돌 가수의 어린시절 이야기였다. 오빠가 초등학교 저학년시절 여동생과 함께 학원버스에서 내리면 거기서부터 집까지 가는 길은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만 했다.

 

그런데 여동생은 학원버스가 도착할 무렵에는 항상 자고 있었고 학원 선생님이나 누군가가 동생을 깨우려면 오빠는 그냥 놓아두라고 하면서 자신이 자고 있는 동생을 업고서는 가파른 계단을 걸어올라 집으로 갔다고 한다. 동생은 업힌 오빠의 등이 따스하고 편안해서 일부러 자는 척 하면서 업혀갔다고 한다. 잠이든 척하는 동생을 초등학교 저학년 오빠는 그것을 알면서도 그냥 동생을 업고서는 계단을 매일같이 올랐다고 한다. 아무리 동생이 미취학 아동이라고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이 그런 동생을 업고서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간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한두 번도 아닌 매번 그렇게 하였다는 것은 가슴이 뭉클할 정도의 감동적인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MC들이 너도나도 질문을 한다. “아니 어떻게 그 어린 나이에 동생을 업고서는 계단을 올라갈 수 있었어요? 그것도 한두 번도 아니고… 더군다나 동생이 자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나요?”오빠의 대답은 너무도 간결하였다. “동생을 업은 채로 집에 가면 엄마가 항상 훌륭하다고 칭찬을 해주고 인정을 해주었어요. 그 말씀이 너무 좋아서 계속해서 하게 된 거예요.” 참 간단하지만 의미심장한 이야기이다. 자신의 행위를 누군가가 인정해준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존재의 의미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인본주의 심리학자 프랭클은 “우리가 하는 어떤 일이나 행동은 능력이 전부가 아니다. 능력은 의미 있는 삶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일을 할 수 있어도 의미 있는 삶을 살지 못할 수 있고,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하였다. 즉, 어떤 일을 하느냐 하는 것보다 그러한 일을 통하여 어떤 의미를 갖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존재라는 물결이 흘러간다. 우리는 모두 직관적이다. 우리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흘러 들어오는 자신에 대한 존재의 물결을 느끼며, 그러한 물결의 느낌을 통하여 자신의 일이나 행위에 대한 의미를 갖게 된다. 사회적으로 아무리 큰 일을 하고 열심히 하여도 주위사람 특히,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흘러 들어오는 존재의 물결이 부정적이거나 혹은 없다면 자신의 삶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될 것이다.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흘러가는 물결은 관심과 애정 그리고 배려이다. 살아가면서 받게 되는 상처는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닌 가까운 사람들이다. 특히 배우자나 가족 그리고 직장동료들이다.

 

얼마 전 교육 과정에서 의사소통에 관한 실습을 시연하는 중에 50대 중반의 남자가 흘린 눈물이 안타깝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30여 년을 가까이 오로지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왔고 이제 은퇴(임금 피크제)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상황에 와보니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는 것 같다고 한다. 도대체 자신이 무엇을 위하여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왔는지 그냥 허망하다고 하면서 허탈해하였다. “그 동안 늘 수고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배우자와 가족들의 진심 어린 이야기가 그리운 모양이죠?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해 섭섭하고 많이 외롭겠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을 때 눈물을 보였다. 함께 한 동료들도 같이 흐느꼈다. 마음이 아팠다. 긴 시간 가정과 직장에서 열심히 살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존재의 물결 즉 관심과 애정, 그리고 배려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사람의 경험은 모두 주관적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주관적 경험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중 받고 이해 받고 싶어하는 존재이다. 살인을 저지른 살인범 조차도 자신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해 받고 싶어한다. 하물며 30여 년의 직장생활을 열심히 성실히 살아온 사람은 얼마나 존중 받고 이해 받고 싶어하겠는가? 요즘 강의를 다니다 보면 임금피크제 때문에 고민하는 회사가 많이 있다. 임금피크제라는 제도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그 제도를 통하여 곧 은퇴라는 상실을 많은 사람들이 직면해야 한다.

 

인생은 성취만큼이나 상실로 점철될 수 있다. 상실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고 그렇게 될 때 상실은 또 다른 성취를 위한 유용한 유산이 된다. 이러한 의미의 발견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물결인 관심과 애정, 그리고 배려에서부터 그 힘이 생겨난다. 이러한 과정이 우리 존재의 이유다.

 

글_ 손정필 교수(평택대학교 교수 / 한국서비스문화학 회장 / 관계심리연구소 대표)
jpsh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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