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01 (금)

  • 맑음동두천 23.8℃
  • 구름많음강릉 17.0℃
  • 맑음서울 21.8℃
  • 맑음대전 20.8℃
  • 구름많음대구 17.1℃
  • 흐림울산 12.9℃
  • 맑음광주 19.6℃
  • 구름많음부산 13.6℃
  • 맑음고창 18.3℃
  • 맑음제주 18.9℃
  • 맑음강화 20.0℃
  • 맑음보은 18.9℃
  • 맑음금산 19.6℃
  • 맑음강진군 21.0℃
  • 흐림경주시 13.6℃
  • 구름많음거제 17.7℃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풀이와 풀기

URL복사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74)

12월의 절반을 넘어서 이제 올해도 열흘 남짓 남았다. 대부분의 모임에서 망년회(忘年會)로 하루하루가 바쁜 때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송년회라는 말보다는 망년회라는 말이 더욱 많이 들린다. 망년회는 국어사전에 ‘연말에 한 해를 보내며 그해의 온갖 괴로움을 잊자는 뜻으로 베푸는 모임’이며, 송년회는 ‘연말에 한 해를 보내며 베푸는 모임’이란 뜻이다.

 

그런데 망년회는 忘年會(ぼうねんかい)라고 하여 일본에서 들어온 문화이다. 일본에서는 신년회와 망년회를 한다. 신년회는 4월 초에 시작하며 그때가 벚꽃이 만발할 때이다. 그래서 벚꽃구경 한다는 명분아래 신년회를 한다. 아주 일본적인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때를 시작으로 한해의 모든 일정이 시작된다. 그것이 우리에겐 ‘벚꽃놀이’로 알려져 있는 ‘お花見’인데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일본의 잔재적인 요소로 여의도에서 벚꽃축제가 열릴 때마다 필자의 마음은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그리고 연말에는 망년회를 한다. 다 잊자는 것이다. 직장에서 억울한 일이나 힘들었던 것들을 다 잊어버리고 새 출발하자는 의미이다. 이 역시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주 일본적인 내용이다. 일하는 동안에는 꾹 참고 일을 하고 연말에는 잊어버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속에 섭섭함이 있었다면 그것이 어찌 하루 만에 잊어질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것은 심리학적 측면에서 보아도 정신건강에 너무 좋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조금 다르다. 얼마 전 필자가 현재 배우고 있는 ‘살풀이’의 대가인 인간문화재 정재만 교수님과의 대화에서, 교수님은 우리 민족의 정서는 ‘푼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살을 풀면 ‘살풀이’고, 한을 풀면 ‘한풀이’고, 화를 풀면 ‘화풀이’라고 하시며,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맺힌 것을 풀어야 하는 정서를 가진 민족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연말이 되면 어떻게든 만나서 풀어야 끝나는 것이란 말씀을 하셨다. 더불어 같이 나누는 것이 베푸는 것으로 그 또한 ‘푸는’ 것이라 하였다. 결국 남의 것을 풀어주는 것이 ‘살풀이’고, 내 것을 푸는 것이 ‘한풀이’고, 남을 위해 푸는 것이 ‘베푸는 것’이란 말이다.

 

그러기에 우리의 전통적인 연말의 정서는 엉키고 맺힌 것들을 잊어버리는 망년회가 아니라 그것을 지혜롭게 풀어가면서 한해를 베풀고 보내는 송년회(送年會)인 것이다. 그러던 것이 일본의 잔재와 더불어 너무도 힘든 현실을 풀려고 또 노력해야 하느니 풀기보다는 그냥 덮어버리는 망년회로 바뀌어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무엇이든 ‘풀기’에는 역시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 어려운 수학문제를 ‘푼다’고 하지 않겠는가. 그러기에 사람과 사람의 일 또한 수학문제를 풀듯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요즘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새벽 7시에 ‘살풀이’춤을 배우고 있다. 탈춤을 배우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 정재만 교수님의 ‘춤과 전통의 깊이를 맛보려면 살풀이를 먼저 배워야한다’는 조언에 살풀이로 바뀐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싫어서 골프도 끊었던 필자이지만 요즘은 상큼한 새벽 공기와 차가운 연습실의 마루바닥을 버선신으로 느끼는 감이 좋아 일찍 연습실로 향한다. 그리고 그 순간은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같이 움직인다. 어떠한 잡념도 없다. 그러기에 좋다. 살풀이는 하늘에 대한 공경으로 시작하여, 땅에 대한 감사로 이어져, 인간의 삶을 매끄럽게 풀어주는 춤이다. 즉, 천지인 사상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러기에 춤에 깊이가 있고 품격이 있고 멋이 있고 맛이 있다.

 

손끝 하나의 움직임도, 버선발 한끝의 움직임도 감동을 주며, 여리디 여린 살풀이 비단수건이건만 무겁기가 한이 없을 때도 있고 가볍기가 잠자리 날개 같기도 하다. 우리의 것은 너무도 흔한 듯하며 튀거나 잘난 척을 스스로 하지 않기에 스치고 지나기 쉽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한없는 깊이가 있다. 그런데 알게 모르게 그것들이 사라져가고 있으니 그저 안타까울 때가 많다. 신묘년 끝자락에 올해가 다하기 전에 아직 풀지 못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레바논에서 발생한 신성모욕
이스라엘 병사가 레바논의 예수상을 파괴하는 사진은 25년 전 아프카니스탄에서 바미안 석불이 파괴되던 일을 떠올리며 충격과 더불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종교적 성인인 부처나 예수님 상에 저 정도 짓을 한다면 포로나 피점령지 사람들에게 행할 짓은 미뤄 짐작이 된다. 종교적 상징물을 파괴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선민사상이다. 내가 믿는 신이 최고니 나머지는 모두 우상이고 미신이라서 무슨 짓을 해도 본인이 믿는 신을 위한 잘한 짓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정령신앙이 없는 것이다. 정령신앙은 모든 사물에 영혼이 있다는 신앙이다. 이는 고등종교가 발달하기 전에 원시 종교형태였으며 아직도 우리나라는 민속종교 형태로 남아있다. 예를 들면 만약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불상이나 예수상을 실수라도 파괴하거나 손상을 입히면 그날부터 꿈자리가 사납고 잠을 설치게 된다. 천벌을 두려워하는 것도 정령신앙의 일종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종교가 들어오고 정착과정에서 종교적 박해는 심하게 있었으나 아직까지도 종교 간에 유혈사태는 없었다. 그 근간이 정령신앙이다. 상대 종교의 신이나 상징물에도 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히 해하려 하지 못한다. 한반도에 살

재테크

더보기

금리 사이클 전환 구간, 미국채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최근 미국 증시는 신고가를 경신하며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장기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 내부의 긴장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 이러한 흐름은 현재 시장이 단순한 상승 국면이 아니라 사이클 전환 구간에 위치해 있음을 시사한다. 금리 사이클로 보면 현재는 첫 금리 인하 이후 B 구간을 지나 경제위기 C 국면으로 이동하는 흐름에 가깝다. 과거에는 이 구간에서 비교적 빠르게 경기 침체로 이어졌지만, 이번 사이클은 금리 인상 폭이 컸음에도 경기 둔화가 지연되면서 B에서 C까지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다만 구조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 구간의 후반부에서는 결국 경제위기 국면(C)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 미국채 30년물 수익률 월봉 차트를 보면 이러한 구조 변화는 더욱 명확하다. 1980년대 이후 장기 금리는 하락 채널을 형성하며 디플레이션 사이클을 이어왔지만, 최근에는 저점과 고점이 동시에 높아지는 상승 채널로 전환됐다. 이는 단순한 금리 반등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사이클로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현재 금리도 이 상승 채널 안에서 움직이며 4.8%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포인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