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0 (토)

  • 흐림동두천 8.6℃
  • 흐림강릉 15.6℃
  • 서울 9.5℃
  • 박무대전 11.9℃
  • 연무대구 13.5℃
  • 구름조금울산 18.5℃
  • 박무광주 15.5℃
  • 구름많음부산 18.9℃
  • 흐림고창 11.4℃
  • 흐림제주 19.4℃
  • 흐림강화 8.6℃
  • 흐림보은 7.3℃
  • 흐림금산 13.9℃
  • 흐림강진군 15.7℃
  • 구름조금경주시 18.5℃
  • 구름많음거제 14.8℃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논 단] 우리 안의 차별과 폭력

URL복사

곽정민 논설위원

얼마 전 필자가 속한 협회 지부에서 임원수련회를 가게 되었다. 토론과 친교의 시간 전에 함께 공유할 교육의 주제를 고민하던 중,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면 어떨까하는 제안을 했다. 한참 미투가 화두이던 때이기도 했지만, 훨씬 그 전부터 생각해오던 숙제였다. 함께 활동하는 동료 선후배들과 성차별, 성희롱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차이를 토론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기획 단계에는 여러 이견들이 대두됐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아닌데, 우리의 지성과 인성을 의심하는가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 지점에서 이런 이야기가 떠올랐다. “여성은 성폭력 피해 여성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남성은 성폭력 가해 남성과 자신을 구분하여 선을 긋는다.” 성폭력을 일부 변태적이거나 이상한 사람들의 문제로 한정시켜 스스로를 다른 종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 전반에서 이렇게 광범위하게 성희롱과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는 있었던 건 성차별에 기반한 비정상적인 성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즉, 우리 모두가 가해자의 논리와 피해자의 불안이 내재화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교육이 끝난 후, 원래 예정되었던 시간보다 훨씬 길고 진지한 질문의 시간이 지속됐다. 선을 긋기보다 우리 안에 있는 차별적 시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교육내용의 시작이었던 모든 성폭력은 차별에서부터 출발한다는 말에서부터 시작해 성(Sexuality)에 기반하든 인종, 장애 등 다른 문제에 기반하든 인간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에 폭력이 기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차별을 하지 않고 차이를 존중하는 자세란 어떤 것일까 고민하던 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라는 영화를 보게 됐다. 첫사랑을 경험한 모든 사람이 보고 나면 아마도 가슴이 메어오는 아픔과 향수를 느낄 감동적인 영화였다. 하지만 내게 그런 감정적인 경험 이상으로 감동을 주었던 것은, 두 주인공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부모님의 태도, 또한 그것을 넘어서서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세계관에 대한 감동이었다. 두 주인공은 남성이지만, 그들의 사랑을 이성간의 사랑과 구분지어 차별하지 않고,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났던 감정의 교류와 시련을 겪어내면서 성숙하게 되는 한 인간의 내면에 순수하게 주목하는 태도가 큰 울림을 주었다.


여성이나 남성으로 태어나는 것, 장애를 가지게 되는 것, 어떠한 종류의 인종으로 태어나는 것, 동성이나 이성에게 애정을 느끼는 것은 누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마치 내가 태어날 부모님을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그런데 그런 어찌할 수 없는 문제에 기반해서 사람을 구분하고 차별하는 사회에서 어떤 희망을 볼 수 있을까? 단지 재수가 좋아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갑질을 일삼는 재벌 일가를 볼 때 우리는 분노를 느낀다. 그리고 스스로는 그런 일들과 전혀 상관없는 종류의 인간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우리 안에, 태어난 성에 따라 다른 성을 차별하거나, 장애를 가진 사람의 권리를 보장하는 문제를 등한시하거나, 오히려 내 권리를 침해하는 일로 여기거나, 피부색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이거나, 동성애에 대해 편견이나 선입관을 가지는 마음이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서 과연 우리가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종교학자이자 고전문헌학자인 배철현 교수는 저서에서 “예수님은 당신 옆에 있는 낯선 자가 바로 신이다라고 하며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고 말한다”고 했다.


지난 22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부처님께서는 ‘자비’를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고 괴로움을 없게 하는 것’이라 했다. 예수님의 말씀을 보고,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며 차별과 폭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재테크

더보기

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