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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나에겐 황당한 일, 그들에겐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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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 399

일요일 강연을 위해 KTX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부터 황당한 일이 발생하였다. 예약한 호텔이 똑같은 이름으로 두 개가 있으며 서로 다른 지역에 있음을 알게 됐다. 두근거리는 마음에 확인해보니 불행히도 강연장에서 먼 다른 곳에 예약돼 있었다. 택시기사는 자주 있는 일이며 결혼식이 있는 날이면 잘못 찾아오는 하객으로 난리도 아니라고 말했다. 필자도 그들 중 한 명이 되었다.

동일한 이름의 호텔은 서울에도 많지만, 호텔 이름 뒤에 소재 지역을 사용하여 혼란을 막는다. 그런데 이 호텔은 마지막에 도시의 이름을 사용하였고, 더 결정적인 것은 호텔 예약 사이트에 단독이름으로 나오기 때문에 사전에 알 수 없었다. 호텔에 들어가면서 문제점을 이야기하였지만, 직원들은 너무나 당연한 듯이 잘못 예약한 것이 필자이므로 자신들의 잘못은 아니라는 뉘앙스였다.

두 번째 황당한 일은 아침에 발생하였다. 면도하려는데 비치된 면도기가 없었다. 프런트에 문의하니 면도기를 1층 편의점에서 판매하니 직접 구입해 사용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 도시 최고급 5성급 호텔에서 면도기를 1층 편의점에서 구입해 사용하라는 말에 당황하였다. 젖은 몸을 말리고 옷을 갈아입고 1층에 가보니 1,000원에 면도기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건 아니다 싶은 마음에 고객 데스크 직원에게 1,000원 때문에 세면을 하다말고 옷을 갈아입고 내려오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하니 전화로 룸서비스를 시키면 가져다주기도 한다는 말을 듣고 다시 놀랐다. 1층에서 사다가 사용하라는 프런트 직원과 말이 달랐기 때문이다. 고객은 배제되었고 각자 자신들 생각만 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같은 불편을 토로하는 고객이 없는지를 물었다. 종종 있는 일이지만 호텔 방침이 그렇다는 답변을 들었다.

5성급 호텔에서 1,000원짜리 면도기에 연연하면서 고객을 불편하게 하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세 번째로 드라이기를 사용하면서 이유를 알았다. 머리를 말리려고 드라이기 스위치를 올렸는데 작동되지 않았다. 혹시나 접촉 불량인가 하는 마음에 이리저리 움직이니 기울어진 위치에서만 작동되었다. 다시 전화를 걸려고 생각하는 순간 진상 고객이 된 기분이 들었다. 잠시 주저했다. 내심 싫었지만 머리는 말려야겠기에 수화기를 다시 들었다. 이번에는 손잡이 후면이 스위치인 기계로 꽉 쥐면 작동되고 살며시 쥐면 작동이 안 되는 이중스위치 구조인 드라이기라는 설명이다. 필자는 사용설명서를 적어 놓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일련의 사건들이 호텔의 이기주의와 배려가 없음에서 시작된 것을 알면서 뭔가 말할 수 없는 울분이 올라왔다. 이 사건들이 필자에게는 황당한 일들이지만 호텔 직원들에게는 늘 있는 일상이어서 미안한 마음이 없어 보였다.

객관적으로 그들은 잘못이 없다. 하지만 고객인 필자는 황당하였고, 당황하였고 마지막에는 화까지 났다. 어느 순간 불만고객을 강의하러 온 필자가 불만고객 역할을 하고 있었다. 체크아웃하고 나오는 필자 눈에는 그 호텔의 10년 뒤 모습이 보였다. 고객이 배제된 채 자신들만의 생각으로 서서히 도태되어 가는 것을 관리자도 모르고 직원들도 동화되어 모르기 때문이다.

사건의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으로 마음의 방향을 보는 법이 있다. 매 사건마다 마음의 방향이 고객을 향하여 있지 않고 호텔의 이익을 향해 있다. 호텔 이름에서 그 도시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호텔은 넓은 이미지를 지녔겠지만, 고객은 그 도시에 같은 이름의 다른 호텔이 있을 가능성을 의심할 기회를 상실하였다. 면도기에서 고객 편의는 완전히 무시되었다. 드라이기도 고객보다는 전기료를 아끼기 위한 기계로 선택되었다. 게다가 고객의 반복되는 불만을 무시하고 있었다. 결국 그 호텔은 그 시스템에 의하여 사라질 것이다. 시대에 따라 불만이 변하면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 합리적이고 타당성 있는 불만을 들을 때가 기존의 시스템을 바꿔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치과도 어느 날 동일한 불만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하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단, 은퇴를 원한다면 고수하면 된다. 시간이 흐르면 예전 시스템은 향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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