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1 (일)

  • 맑음동두천 -3.0℃
  • 구름조금강릉 3.7℃
  • 맑음서울 -1.7℃
  • 맑음대전 -0.2℃
  • 구름많음대구 4.6℃
  • 맑음울산 6.8℃
  • 구름많음광주 4.5℃
  • 맑음부산 9.1℃
  • 구름많음고창 3.9℃
  • 구름많음제주 8.5℃
  • 구름많음강화 -2.3℃
  • 맑음보은 -0.2℃
  • 구름많음금산 0.8℃
  • 구름많음강진군 4.9℃
  • 구름많음경주시 5.5℃
  • 구름조금거제 9.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치과신문 논단] 치매 환자들을 위하여

URL복사

박용호  논설위원

한 주에 한 번 장모님 댁에 간다. 세 처남들과 교대로 치매의 장모님을 돌보기 위해서다. 정말 생각지도 않았다. 그리 다정다감하고 활력 있고 경제력 있던 장모님이 이리 되실 줄을. 군의관 때 관사 입주가 늦어지자 전셋집을 알아봐 주시고, 개업장소도 의논하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던 총기 있는 분이셨는데 말이다. 돌아가신 어머니께 죄송하지만 결혼 후에는 오히려 장모님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눈 듯하다.

 

지난 겨울만 해도 집에 모셔 갈비를 구워 드리면 무척 좋아하셨다. 말씀할 때 순간적 판단과 이성은 멀쩡하시고, 옛날 좋은 기억은 잘 반복하셨다. 함께 담소하며 식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과 감사함인지 새삼 느낀다. 점차 기력이 쇠약해지셔 병원을 거처 요양병원에 잠시 계시다가, 집으로 가고 싶다는 성화에 다시 집으로 모신 상태다. 그간 식구들이 별 에피소드를 다 겪었다. 오늘 아침에도 새벽에 홀로 나가서 계단에 앉아 계신 것을 소동 끝에 처남이 발견했다고 알려왔다.

 

고령화 시대가 되니 치과에 치매환자도 많이 내원한다. 뇌 변연계의 감정적 자존심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스스로 밝히는 경우는 전혀 없고, 자녀나 간병인이 간혹 귀띔을 한다. 지금은 사회문제화 되어서 많이 오픈돼 있지만 과거에는 쉬쉬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전에는 고령 환자들은 아무리 설명을 해주어도 이해를 못하고 기억을 못해 진료에 애먹은 일이 다반사였는데 필자가 그 나이에 접어드니 이해되고 측은지심이 생긴다. 실제 책을 읽어도 지식축적과 재현이 쉽지 않고, 어제 점심 뭐 먹었느냐고 갑자기 물어보면 금방 말하지 못하고, 사람 이름 생각 안 나는 것은 보통이다.

 

치매 환자가 틀니를 할 단계가 되면 참 난감하다. 구강위생이 불량하고 탈장착을 힘들어 하며 분실 우려가 있어서다. ‘착한 치매’는 식구나 간병인에게 교육을 시키면 그래도 다행이지만 혼자 방치된 듯한 ‘나쁜 치매’는 어두운 앞날이 그려져서 해주면서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치과의사들은 치매를 비롯한 장애인 진료를 위한 연구와 봉사에 매진하고 있다. 이 결과물은 2008년 스마일재단에서 발간된 ‘장애인 치과진료 가이드북’에 잘 서술돼 있다. 대단한 분들이다. 존경심을 표한다. 부분틀니 설계 시에 착탈이 쉽도록 clasp arm을 두껍게 하라든지, 주된 유지 장치는 주로 전치부에서 얻도록 한다든지, I-bar보다는 Aker가 적절하다는 내용은 잊기 쉽지만 중요한 금과옥조다.

 

장모님도 집에서 넘어진 적이 있다. 앞니가 빠졌다고 처남이 놀라 모시고 왔다. 난 직업상 우선 턱이 골절되었을까 염려했다. 다행히 전치만 치경부 파절되고 턱은 건재했다. 임플란트나 브릿지 보철을 해 드릴까 고민하다가 치근 신경치료 후 Flexible PD를 해드렸다. 불편하지만 사위로서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뵐 때 검사해 드리면 좋아하신다. 공간, 시간 개념은 없어졌지만 아직 치과의사 사위는 잘 기억하고 반겨하신다(고맙습니다).

 

치과대학 시절 배운 생리학에서 기억 작용에 관여하는 신경생리 기전과 관여하는 단백질이 생화학적으로 규명됐다는 구절이 아직 생생하다. 의학 발전을 과신했었는데 아직 완치는 요원하고 투약도 진행을 늦추는 정도다. 레이건 전 대통령도 걸렸던 걸 보면 치매이환은 지위고하를 막론하는 듯하다. 하지만 ‘전국 노래자랑’ 프로그램의 S사회자 경우를 보면 그 분은 치매 없이 백세를 넘길 듯하다.

 

장모님을 어떻게 편히 모시는가 하는 문제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여하튼 그 분 덕에 오늘 우리가 있는 것이므로 매일 매일 중대 과제다. 세 분 과제는 잘 마무리해 드렸는데 이제 한 분이 마지막 여정을 힘들게 가셔서 안타깝다. 도리와 효심으로 장모님 모심과 후손 가족들의 평안 사이에서 중용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순간순간 하시는 덕담은 어떤 땐 녹음이라도 해둬야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에 와 닿는다. 부디 고종명(考終命)을 맞이하시길 빌 뿐이다.

 

* 논단은 논설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재테크

더보기

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