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RO
의료전문 변호사들이 증가하면서 조금 줄어들고 있으나, 우리나라 의료분쟁해결의 특징 중 하나가 수사기관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환자 측에서는 민사소송이나 민사조정제도 등의 법적 절차를 활용하지 않고, 그 성립여부는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은 채 의료인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고소하고 있고, 심지어 환자 소송을 기획하는 변호사는 이러한 행위를 부추기는 경우도 있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환자 측이 형사고소를 하더라도 민사소송과 그 과실 및 인과관계의 입증 정도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형사 판례를 통해서 의료분쟁에서 의사에게 형사적 책임을 지우기 위한 기준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상 판례
대법원 2014.5.29.선고 2013도14079판결
■사실관계 및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이 사건 수술을 집도하는 치과의사로서 유착된 조직을 분리시키는 기구인 프리어(freer)를 사용하던 중 과도한 힘을 준 과실로 프리어의 앞부분이 3cm 가량 파손되게 한 과실이 있다는 부분에 대하여 … 피고인이 과도한 힘을 주는 바람에 프리어를 파손한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이 부분에 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한 이유와 관련하여, “의료사고에서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의사가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예견하지 못하거나 회피하지 못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하며, 과실의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같은 업무와 직종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정도를 표준으로 하고,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도13959 판결 등 참조)”는 일반론을 설시하면서도 다음과 같이 형사재판의 특수성을 고려하였습니다.
즉 대법원은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은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고, 법관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를 가지고 유죄를 인정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2도5662 판결 등 참조)”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판단은 결국 민사 의료분쟁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형사 판결의 특유한 설시입니다.
위 대법원 2014.5.29.선고 2013도14079판결의 증거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
■시사점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은 과실과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의 정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형사에서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갖게 하는 증거로 증명되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은 서로 독립적 관계이므로 형사 책임이 부인되더라도 민사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민사책임이 부인되는 경우 형사책임 인정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