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9 (수)

  • 흐림동두천 13.1℃
  • 흐림강릉 12.7℃
  • 흐림서울 14.1℃
  • 흐림대전 14.1℃
  • 흐림대구 14.0℃
  • 흐림울산 13.2℃
  • 흐림광주 14.4℃
  • 흐림부산 14.4℃
  • 흐림고창 11.0℃
  • 제주 13.5℃
  • 흐림강화 10.3℃
  • 흐림보은 11.9℃
  • 흐림금산 13.0℃
  • 흐림강진군 13.2℃
  • 흐림경주시 12.7℃
  • 흐림거제 14.5℃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문화와 문명

URL복사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730)

어제 아침에 관리실 스피커 소리에 눈을 떴다. 아파트에 단전·단수가 발생해 조치 중이니 승강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방송이었다.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화장실 욕조에 단수 대비용으로 받아놓은 물도 없었다. 단전으로 인터넷이 안 되고 TV도 끊겼다. 작동되는 것은 오로지 스마트폰 하나뿐인데 그나마 배터리가 50%였다.

 

단전이 되니 그동안 누리던 문화생활이 모두 차단되었다. 마치 지리산 꼭대기에 위치한 절에서 느끼던 일이 현실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단수는 더 큰 문제였다. 화장실 물을 내릴 수 없고 머리를 감을 수가 없었다. 먹고 남은 식기들이 주방에 쌓이고 빨래를 할 수도 없었다. 화장실 물이 내려가지 않는 것을 알 때가 문명이 사라진 순간이었다. 택배가 도착했으나 승강기가 작동되지 않아서 1층 문 앞에 놓고 간다는 문자를 받았다. 택배 상자를 찾기 위해서 18층에서 1층까지 내려갔다 다시 올라왔다. 결국 외출시간 전까지 해결되지 않았고 머리도 감지 못한 채 옷만 갈아입고 모자를 쓰고 사우나를 들린 후에 출근했다. 오후 늦게 해결되었다고 한다. 비록 짧은 오전 동안이었으나 단전·단수의 불편은 상상 이상이었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일이었다. 70년대에 단전·단수는 일상이었다. 단전을 대비해 집에는 양초가 비치되어 있었고, 단수를 위해 항상 큰 고무대야에 물이 담겨 있었다. 보일러가 공급되기 시작한 80년대 이전에는 머리를 감으려면 물을 데워야 했다. 과거를 경험한 필자가 이 정도 불편하다면 70년대를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들은 더욱 참담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단수가 아니어도 상수도 수압이 약해서 저지대 사람들이 물을 많이 사용하는 시간대에는 고지대에서 물이 안 나오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래서 커다란 고무대야에는 물이 항상 가득해야 했고 빨래는 남들이 물을 사용하지 않는 밤에 해야 했다. 경험해보지 못했으면 모를 일이다.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누리던 문화와 문명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경험이었다.

 

요즘 환율이 1,430원을 넘나들고 있다. 무언가 막연한 불안감이 온다. 1997년 IMF를 경험한 필자에게 환율은 늘 신경이 쓰이는 트라우마다. 유학 마지막 연차 때 갑자기 IMF가 터졌다. 환율이 두 배가 되면서 송금을 받는 것은 불가능해졌고, 필자가 타던 차를 팔아서 역으로 한국에 송금했다. 나라가 한순간에 부도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경험했다. 유학하던 당시 일본은 버블이 터지고 몇 년 지난 상태였다. 뉴스는 늘 버블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됐다. 부동산은 1/10로 폭락했고 20억원 하던 골프회원권은 2,000만원에도 팔리지 않았다. 도로는 버블시절에 사들인 차로 80% 이상이 벤츠와 BMW였으나 공원에는 양복 입은 실업자들로 북적였다. 지금 우리나라 도로에 나가면 외제차가 넘쳐난다. 자영업자는 망했거나 망해가고 있다는 뉴스가 계속 들린다. 경제는 최악이고 외교 문제도 최악의 상황이다. 이런 모든 것이 포함된 수치가 환율이다.

 

환율 1,430원은 한국 경제가 매우 안 좋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서울 부동산 가격이 또 올랐다고 한다. 인체에서 모든 장기가 나쁜데 한 장기만 좋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결국 잘못되었다는 의미다. 대통령이 부동산이 폭탄 돌리기이며 터질 것이라 말했다. 결코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부동산을 산 경험이 없는 30~40대는 사고, 경험 많은 60~70대는 팔고 있다. 이제 정점에 왔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아침에 단전·단수가 되듯이, 환율이 두 배가 되듯이, 그렇게 일본에 버블이 터졌고 부동산이 1/10로 폭락했다. 인간 욕심은 비슷한 선택을 하고 비슷한 길을 내기 때문이다.

 

욕심의 길에 ‘우연’이 닿으면 한순간이 된다. 어제 단전·단수는 오래된 시설이 노화되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다만 단전과 단수가 동시에 발생한 것이 우연이었다. 그 우연이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세상 모든 일은 그렇다. 축적되면 그 한순간이 반드시 오는 것이 이치다. 종교인이라면 신의 뜻이라 말할지도 모르는 ‘우연’ 또한 알 수 없는 세상에 상존하는 변수다. 욕심엔 대가가 있는 것을 간과하는 이들이 안타깝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레바논에서 발생한 신성모욕
이스라엘 병사가 레바논의 예수상을 파괴하는 사진은 25년 전 아프카니스탄에서 바미안 석불이 파괴되던 일을 떠올리며 충격과 더불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종교적 성인인 부처나 예수님 상에 저 정도 짓을 한다면 포로나 피점령지 사람들에게 행할 짓은 미뤄 짐작이 된다. 종교적 상징물을 파괴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선민사상이다. 내가 믿는 신이 최고니 나머지는 모두 우상이고 미신이라서 무슨 짓을 해도 본인이 믿는 신을 위한 잘한 짓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정령신앙이 없는 것이다. 정령신앙은 모든 사물에 영혼이 있다는 신앙이다. 이는 고등종교가 발달하기 전에 원시 종교형태였으며 아직도 우리나라는 민속종교 형태로 남아있다. 예를 들면 만약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불상이나 예수상을 실수라도 파괴하거나 손상을 입히면 그날부터 꿈자리가 사납고 잠을 설치게 된다. 천벌을 두려워하는 것도 정령신앙의 일종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종교가 들어오고 정착과정에서 종교적 박해는 심하게 있었으나 아직까지도 종교 간에 유혈사태는 없었다. 그 근간이 정령신앙이다. 상대 종교의 신이나 상징물에도 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히 해하려 하지 못한다. 한반도에 살

재테크

더보기

금리 사이클 전환 구간, 미국채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최근 미국 증시는 신고가를 경신하며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장기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 내부의 긴장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 이러한 흐름은 현재 시장이 단순한 상승 국면이 아니라 사이클 전환 구간에 위치해 있음을 시사한다. 금리 사이클로 보면 현재는 첫 금리 인하 이후 B 구간을 지나 경제위기 C 국면으로 이동하는 흐름에 가깝다. 과거에는 이 구간에서 비교적 빠르게 경기 침체로 이어졌지만, 이번 사이클은 금리 인상 폭이 컸음에도 경기 둔화가 지연되면서 B에서 C까지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다만 구조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 구간의 후반부에서는 결국 경제위기 국면(C)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 미국채 30년물 수익률 월봉 차트를 보면 이러한 구조 변화는 더욱 명확하다. 1980년대 이후 장기 금리는 하락 채널을 형성하며 디플레이션 사이클을 이어왔지만, 최근에는 저점과 고점이 동시에 높아지는 상승 채널로 전환됐다. 이는 단순한 금리 반등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사이클로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현재 금리도 이 상승 채널 안에서 움직이며 4.8%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포인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