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2 (화)

  • 맑음동두천 2.4℃
  • 맑음강릉 7.0℃
  • 맑음서울 2.2℃
  • 맑음대전 6.2℃
  • 맑음대구 7.7℃
  • 맑음울산 7.7℃
  • 맑음광주 8.2℃
  • 구름조금부산 9.3℃
  • 맑음고창 7.0℃
  • 맑음제주 11.6℃
  • 맑음강화 0.6℃
  • 맑음보은 5.4℃
  • 맑음금산 5.3℃
  • 맑음강진군 8.4℃
  • 맑음경주시 7.9℃
  • 맑음거제 8.9℃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문화와 문명

URL복사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730)

어제 아침에 관리실 스피커 소리에 눈을 떴다. 아파트에 단전·단수가 발생해 조치 중이니 승강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방송이었다.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화장실 욕조에 단수 대비용으로 받아놓은 물도 없었다. 단전으로 인터넷이 안 되고 TV도 끊겼다. 작동되는 것은 오로지 스마트폰 하나뿐인데 그나마 배터리가 50%였다.

 

단전이 되니 그동안 누리던 문화생활이 모두 차단되었다. 마치 지리산 꼭대기에 위치한 절에서 느끼던 일이 현실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단수는 더 큰 문제였다. 화장실 물을 내릴 수 없고 머리를 감을 수가 없었다. 먹고 남은 식기들이 주방에 쌓이고 빨래를 할 수도 없었다. 화장실 물이 내려가지 않는 것을 알 때가 문명이 사라진 순간이었다. 택배가 도착했으나 승강기가 작동되지 않아서 1층 문 앞에 놓고 간다는 문자를 받았다. 택배 상자를 찾기 위해서 18층에서 1층까지 내려갔다 다시 올라왔다. 결국 외출시간 전까지 해결되지 않았고 머리도 감지 못한 채 옷만 갈아입고 모자를 쓰고 사우나를 들린 후에 출근했다. 오후 늦게 해결되었다고 한다. 비록 짧은 오전 동안이었으나 단전·단수의 불편은 상상 이상이었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일이었다. 70년대에 단전·단수는 일상이었다. 단전을 대비해 집에는 양초가 비치되어 있었고, 단수를 위해 항상 큰 고무대야에 물이 담겨 있었다. 보일러가 공급되기 시작한 80년대 이전에는 머리를 감으려면 물을 데워야 했다. 과거를 경험한 필자가 이 정도 불편하다면 70년대를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들은 더욱 참담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단수가 아니어도 상수도 수압이 약해서 저지대 사람들이 물을 많이 사용하는 시간대에는 고지대에서 물이 안 나오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래서 커다란 고무대야에는 물이 항상 가득해야 했고 빨래는 남들이 물을 사용하지 않는 밤에 해야 했다. 경험해보지 못했으면 모를 일이다.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누리던 문화와 문명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경험이었다.

 

요즘 환율이 1,430원을 넘나들고 있다. 무언가 막연한 불안감이 온다. 1997년 IMF를 경험한 필자에게 환율은 늘 신경이 쓰이는 트라우마다. 유학 마지막 연차 때 갑자기 IMF가 터졌다. 환율이 두 배가 되면서 송금을 받는 것은 불가능해졌고, 필자가 타던 차를 팔아서 역으로 한국에 송금했다. 나라가 한순간에 부도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경험했다. 유학하던 당시 일본은 버블이 터지고 몇 년 지난 상태였다. 뉴스는 늘 버블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됐다. 부동산은 1/10로 폭락했고 20억원 하던 골프회원권은 2,000만원에도 팔리지 않았다. 도로는 버블시절에 사들인 차로 80% 이상이 벤츠와 BMW였으나 공원에는 양복 입은 실업자들로 북적였다. 지금 우리나라 도로에 나가면 외제차가 넘쳐난다. 자영업자는 망했거나 망해가고 있다는 뉴스가 계속 들린다. 경제는 최악이고 외교 문제도 최악의 상황이다. 이런 모든 것이 포함된 수치가 환율이다.

 

환율 1,430원은 한국 경제가 매우 안 좋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서울 부동산 가격이 또 올랐다고 한다. 인체에서 모든 장기가 나쁜데 한 장기만 좋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결국 잘못되었다는 의미다. 대통령이 부동산이 폭탄 돌리기이며 터질 것이라 말했다. 결코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부동산을 산 경험이 없는 30~40대는 사고, 경험 많은 60~70대는 팔고 있다. 이제 정점에 왔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아침에 단전·단수가 되듯이, 환율이 두 배가 되듯이, 그렇게 일본에 버블이 터졌고 부동산이 1/10로 폭락했다. 인간 욕심은 비슷한 선택을 하고 비슷한 길을 내기 때문이다.

 

욕심의 길에 ‘우연’이 닿으면 한순간이 된다. 어제 단전·단수는 오래된 시설이 노화되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다만 단전과 단수가 동시에 발생한 것이 우연이었다. 그 우연이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세상 모든 일은 그렇다. 축적되면 그 한순간이 반드시 오는 것이 이치다. 종교인이라면 신의 뜻이라 말할지도 모르는 ‘우연’ 또한 알 수 없는 세상에 상존하는 변수다. 욕심엔 대가가 있는 것을 간과하는 이들이 안타깝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우리 전통사상에는 악마가 없다
악마의 개념은 종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우선 인도 힌두교는 이원론적인 악으로 선의 신과 대등하게 전쟁을 하는 존재다. 반면 기독교는 하느님의 최고 천사가 반역하며 타락하여 사탄이 되었다. 불교는 신도 악마도 모두 중생으로 연기법의 지배를 받는 존재다. 도교는 신도 관료체계가 있어서 가장 높은 옥황상제 밑에 신하 신들이 있고 최하위에 인간 범죄자 같은 하급 저질 영혼인 귀(鬼)와 마(魔)가 있다. 유교는 철저하게 인간 중심개념으로 절대 신도 악마도 없다. 인의예지 안에 있으면 선이고, 벗어나면 악이라기보다는 불선의 개념이다. 악마의 등장은 사후세계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권선징악이 되어야 하는데 실제 현실에서는 악당이 더 잘사는 이율배반적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사후세계에서 확실하게 징벌하는 개념을 종교가 도입하였다. 우리 전통사상에는 절대 악마가 없었다. 일본 요괴와 서양 드래곤은 이유 없이 사람을 해치는 악의 존재다. 우리 전통사상의 도깨비는 장난기는 있으나 권선징악의 존재다. 원래 우리 전통사상에는 선악 개념이 없었다. 인간은 선량하고 행복한 저승 사람이 이승으로 놀러 왔기 때문에 원래 선한 것이다. 원한이 있으면 푸는 것이고, 악한 것은

재테크

더보기

2025년 11월 원달러 환율 분석과 전망 | 환율의 장기 상승 추세와 경제 위기

2025년 11월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9원까지 상승하며 단순한 기술적 움직임을 넘어, 글로벌 경제가 다음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중요한 신호가 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경제는 금리 인하 사이클의 막바지에 놓여 있으며, 자산시장이 구조적 분기점을 향해 가는 전환기의 중심에 서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가 경제위기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외환시장 역시 이러한 흐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연준의 정책 방향, 글로벌 유동성, 신흥국 자본 흐름, 그리고 인플레이션 사이클의 장기 패턴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움직인다. 단기 변동이나 정책 개입에 의해 일시적으로 흔들릴 수 있지만, 결국에는 장기적인 사이클이 결정하는 흐름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금은 다음 국면으로 향하는 ‘큰 흐름’이 다시 뚜렷하게 드러나는 시점이며, 환율의 장기 상승 추세와 경제위기 C 국면의 도래가 어떻게 연결될지를 이해하는 것은 자산배분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다. 이번 칼럼에서는 인플레이션 사이클과 금리 인하 사이클이라는 두 가지 장기 트렌드가 현재의 환율 움직임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그리고 왜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