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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정도(正道)와 권도(權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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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형 논설위원

‘대개 옳고 바른 길을 정도(正道)라 하고, 위험한 때를 당하여 임기응변으로 모면하는 것을 권도(權道)라 한다. 슬기로운 자는 정도에 따라 이치에 순응하므로 성공하고, 어리석은 자는 권도를 함부로 행하다가 이치를 거슬러서 패망하는 것이다.’ 이는 맹자의 권도론을 인용한 것으로 통일신라 말기 문장가인 최치원의 ‘토황소격문’에 나오는 글이다. 정도와 권도…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한 이유 중 하나는 ‘노사단체협약서’ 때문이었다. 표면적인 문제는 협약서 내용의 적절성일 것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왜 대의원총회의 인준 없이 협약서에 서명하였는지 일 것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분명 협상 과정에서 노사 양측이 대의원총회 인준 사항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협상 마지막에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대의원총회 전에 협약서에 서명하였는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배임의 책임을 물을 수도 있는 중대한 절차임에도 말이다. 대의원총회 인준이 어렵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을까? 일부에서는 이를 지적하는 대의원들이 거짓으로 집행부를 공격한다며 대의원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선동한다. 주위에서는 대의원의 견제도 받지 않고 협회를 임원들 마음대로 운용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을 한다. 정도를 버리고 권도를 택한 것 같다.

 

이번에도 불거진 치의신보의 선거보도 또한 어떠한가? 지난해 협회장 선거 때 논란이 되었던 치의신보의 선거보도 문제는 지난해 4월 25일 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치의신보의 협회장 선거 편파 보도 및 재발 방지의 건’이 가결되었지만 7개월이 지나서야 특위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감사보고서는 특위 위원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정기대의원총회에 보고하지도 않고 있다. 그러다가 급기야 이번 보궐선거 과정에서 치의신보 편집인인 공보이사의 불출마 건을 소개하면서 또 다시 선거 편파 보도 문제를 야기했다. 이 역시 협회 기관지의 선거 중립이라는 정도를 버리고 어떻게든 선거에 승리만 하면 된다는 얕은 권도를 택한 것 같아 씁쓸하다.

 

그러다가 선거 후 치협 임원들의 처신을 보면 아직도 정도를 외면하고 권도를 쫓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신속한 집행부 재개편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를 회원들이 선택했다는 결과를 무시하고, 어떤 임원은 법적으로 등기이사이므로 누구도 본인의 의사와 반해 사퇴를 강요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쯤에서 묻고 싶다. 왜 협회 임원을 하려고 하는가? 물론 많은 임원이 어떠한 혜택도 없이 회원들을 위해 봉사에 전념하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존경할 만한 일이다. 그렇지만, 치과계 최대 현안인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에 대해 거의 대처를 하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준 것도 현직 치협 임원이다. 그리고 선거판에서 불법 선거운동으로 경고를 받은 사람 중 일부도 현직 치협 임원들이다. 이런 불법 선거운동은 사안에 따라 단순히 우리 내부의 경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법적 소송으로 비화될 수 있는 위험한 행위다.

 

당선을 축하받을 시간도 없이 이튿날부터 보건복지부 차관 등과 면담하고, 무더위에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장외시위를 하며 회원들의 뜻을 전달하고 있는 협회장 옆에 현직 임원들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정도를 택해 달라고 치협 임원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새로 취임한 회장이 회원들의 뜻을 잘 받들 수 있도록, 치협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일괄 사퇴를 부탁한다. 이것이 치협 임원들이 걸어야 할 정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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