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뉴스에 요즘 직업에 대한 만족도의 순위가 발표되었다. 이는 2012년의 759가지 직업에 대한 만족도를 한국고용정보원에서 평가하고 발표한 내용으로 1위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었다.
필자가 치과의사이다 보니 그 중에서도 의료인들에 관한 내용에 관심이 먼저 간다. 의료인 중에서는 한의사가 12위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의사가 44위를 하였다. 치과위생사는 189위를 하였고 간호사가 250위였다. 우리 치과의사는 291위였다. 반면 유사의료직업인 음악 치료사가 44위, 의학연구원은 49위, 미술치료사는 76위, 임상연구 코디네이터는 96위를 하였다. 모든 의료인 직업 중에 최하위를 한 것이다. 보고에 의하면 간호사들은 70%가 직업에 불만을 지니고 있으며, 제일 힘든 일이 감정을 숨기고 웃어야하는 고통으로 88%이며, 70%가 스트레스로 두통을 앓고 있다고 보고되었다. 더불어 1년 이내에 이직하고 싶은 사람도 32.1%나 되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아무리 찾아도 간호사보다도 만족도가 낮은 치과의사에 대한 이러한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치과의사의 집단이 간호사보다 훨씬 더 폐쇄적이거나 아니면 사회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직업이거나, 통계를 내기에 비협조적인 집단일 가능성이 높아서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런데 250위인 간호사보다도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을 보면, 통계를 내보아도 간호사보다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유추가 가능해진다.
과거의 통계 자료와 비교하여 차이가 많이 나는 이유는, 전에는 주로 금전적인 것과 명예 등을 주로 고려하였다면 이번 통계에서는 개인 시간의 자유로움과 여가 선영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없기는 치과의사도 의사와 별반차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44위인 의사와는 달리 291위를 하는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아무리 고생스러워도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 다면 그 고생을 정신적으로 감내할 수 있다. 반대로 그렇지 못하다면 어려움은 더욱 배가 될 것이다.
치과의사들은 임플란트 등 새로운 치료 기술의 습득을 강요받았고 이를 습득하고 행하는 과정에서서 많은 스트레스를 감수하였을 것이다. 더불어 환자들의 불신과 의료인이라기보다는 미용사같은 서비스맨 중에 한 일원으로 대우를 받을 때마다 자존감이 붕괴되었다.
또한 타당성 없는 환자들의 불만과 의료분쟁 등도 한몫을 하였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 심하여진 불법 네트워크 치과들의 행태와 대응을 보면서 같은 직업인으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심한 자괴감을 느끼기까지 하였다. 필자 또한 그리 느끼었기에 지금의 291위는 결코 거짓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결국 직업적 생활이 즐겁지 않다는 말이다. 즐겁지 않으면 피하면 되는데, 할 줄 아는 것이 이것뿐이기에 피할 수도 없다.
누군가가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을 하였다. 결국 우리가 과거에 선택한 이 길이 옳든 그르든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다. 그래서 이제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즐길 것인가 아니면, 그냥 그렇게 살 것인가일 게다. 최선을 다하여 즐기려 한다면 조금의 변화가 올 것이지만 그냥 그렇게 산다면 다음번 조사에서는 291위가 아닌 500위 밖으로 밀려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은 아침에 출근하는 차 안에서 요즘 나빠진 실물 경기에 병원의 상태를 걱정하다가 보니 문득 10년 전에도 똑같은 걱정을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10년 뒤에도 똑같은 걱정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20년 동안 같은 걱정을 하고 살아가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