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차창 너머 멀리 보이는 달맞이 동산을 뒤덮은 개나리의 노란색과 한강이 어우러져서 절경을 이룬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일요일에 운동 삼아 나가본 한강변에 흰색에 약간의 핑크빛을 머금은 벚꽃은 정말 예뻤다. 더불어 땅 위에 돋아나는 쑥이나 민들레 같은 파란 싹들의 초록빛은 마음에 평화를 준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서 산천초목의 변화와 함께 환경에서 보여지는 색채 또한 다양한 변화를 보인다. 색채심리학자에 의하면 색채는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반면에 색채에 따라서 마음의 변화가 오기도 한다. 이에 심리학에서는 색채를 이용하여 마음의 병을 치료하려는 시도로 색채 테라피가 있기도 하다.
필자가 생각해보니 봄철에 발견되는 색들은 사람의 마음에 평화, 위안, 희망 등을 주는 긍정의 에너지를 지닌 색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아마도 수만년을 겪으며 살아온 인간에게는 혹독한 겨울을 참고 견디며 처음 봄이 왔을 때 보이는 색채들에 반가움과 안도감을 느끼는 유전자가 있는 것은 아닐까.
녹색은 마음에 평화를 준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녹색이 있을 때는 동식물의 먹을 것이 풍요롭다는 것이 기본으로 전제되었기에 마음의 평화를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붉은색은 따뜻함과 정열을 나타낸다. 이 또한 혹독하게 추운 겨울의 긴긴밤을 지내고 아침에 떠오르는 따스한 태양에 대한 고마움이 인간의 내면적 유전자 속에 기록되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노란색은 희망과 기대의 빛이라 한다. 봄에 피어난 개나리의 모습과 일치한다. 추운 겨울을 지내며 봄의 개나리를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이는 고흐가 ‘해바라기’라는 그림에서 불행했던 삶 속의 강한 희망을 강렬한 노란색으로 표현한 것과 일치한다. 벚꽃은 하얀색에 약간의 핑크빛을 띄고 있다. 하얀색은 순백의 순결을 의미하며 핑크빛은 행복의 에너지를 나타낸다. 특히 여성적 아름다움을 지닌다. 따라서 벚꽃은 순결과 행복을 표현하면서 꽃이 짐으로 인하여 안타까움마저 느끼게 하기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게다.
색채는 인간의 내면적인 표현뿐 아니라 사회적인 기호로도 작용한다. 예를 들면 ‘초록=자연=건강’, ‘빨강=불=에너지’, ‘파랑=물=상쾌함’ 등이 연상된다. 그래서 이것이 현대에는 상품광고에 많이 도입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렇듯이 분홍색은 여성적 이미지에 달콤함, 부드러움, 행복함을 지닌다.
이상의 색들과 달리 파란색은 상실과 재생을 의미한다. 이는 물의 속성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절망, 이별, 고독’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자기탐구, 정화, 치유, 해방감, 희망, 자립’ 등을 나타내기도 한다. 필자의 생각에 파란색은 자연에서 하늘과 바다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겨울에도 여름에도 항상 존재한다. 더불어 겨울에는 차가움으로 느껴지는 반면 여름에는 시원함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상반된 이미지가 같이 결합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여 본다.
무채색은 마음에서 색이 사라질 때라고 한다. 흰색이 그렇고 검정 또한 그렇다. 모든 색이 없는 흰색과 모든 색이 다 모여서 생긴 검정은 감정의 극단을 보일 때이기에 조문색상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보라색은 신비한 색이라고도 하고 화려한 색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뀌어가는 이미지로 ‘고통을 치유의 힘으로 바꾼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보라색은 빨강과 파랑을 혼합해서 만든 색이다. 파랑의 ‘침체’와 빨강의 ‘양양’이 융합되어 있다. 따라서 보라색은 기분의 침체를 극복하고 양양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이러하듯이 색채는 인간 내면의 의식 속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이미지를 지니기도 하고 사회적인 심볼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기에 정치권에서도 툭하면 색깔론이란 말을 자주하나 보다. 심신이 지치고 우울해질 때, 야외나 등산을 가서 색색의 꽃을 보고 녹색의 자연을 보며 즐긴다면 그것이 진정한 색채 테라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