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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왕벌의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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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75)

얼마 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임윤찬이 우승을 했다. 4년 전에도 한국인인 선우예권이 우승해 연속으로 받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을 깨고 최연소 우승이라는 기록마저 남겼다. 필자도 간간이 심심하면 베르디 음악을 듣기는 하지만 어려운 음악을 이해할 만큼 클래식 마니아는 아니다. 뉴스를 들으며 호기심이 생겨 유튜브에서 그의 연주 모습을 보며 ‘신명나다’란 단어가 떠올랐다.

 

순수 국어인 ‘신명나다’는 ‘저절로 일어나는 흥겨운 신과 멋이 생기다’로 ‘신나다’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신남이라 할 수 있다. 혹자는 개인이면 ‘신난다’라 하고 여러 명이면 ‘신명난다’라고 하지만 사전적으로는 구분돼 보이지 않는다. 여러 명이 같이 놀다 보니 개인의 ‘신남’이 배가되어 나타나는 경향이 많지만 임윤찬처럼 혼자서도 충분히 신명나는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신들린 듯한 모습으로 보이지만 신명난 모습과는 다소 다르다. 신들린 모습은 무속인이 신(神)이 들어와 접신한 상태에서 작두에 오를 때처럼 평소와 다른 모습 상태라 할 수 있다. 한자어에 ‘신명(神明)’이 있지만 ‘신명나다’와는 의미가 다르고 천지신명(天地神明)의 의미에 가깝다. 신명이 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신남을 최고로 극대화하여 다다르기 때문이다. 연주하는 임윤찬 모습은 신명난 모습 그 자체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반 클라이번 콩쿠르 대회는 악마의 스케줄이라고 한다. 예심 이후 준준결선, 준결선(독주, 협연), 결선(실내악, 협연) 등 총 5번 치러지는데 통상 한 번에 40여분 이상을 연주하기 때문에 녹초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마지막 연주로 갈수록 지치기 쉬운데 임윤찬이 점점 더 힘이 나는 모습에 놀랐다는 평가를 보고 서양 사람들이 한국인의 ‘신명나다’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 생각했다. 영어로 한(恨)이란 표현이 없듯이 ‘신명나다’라는 표현도 없다. 표현할 단어가 없으면 그 경지와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 연주가 신명나면 갈수록 에너지를 받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매우 빨리 쳐야 하는 곡 중에 러시아 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이 있다.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손놀림이 요구된다. 유튜브에 여러 사람들이 올린 연주 모습을 보면 사람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수없이 많은 연습이 달인의 경지를 만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생활의 달인’이란 TV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연습이 만들어낸 달인 경지에 감탄하지만, 왕벌의 비행을 치는 연주자들을 보며 탄성과 더불어 수많은 연습시간에 경의를 표한다. 수많은 연습시간에 자신의 신남을 신명남까지 올리면 최고의 명인이 된다.

 

‘열심히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좋아서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좋아서 하는 것이 견디기 쉽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기술자는 넘어야 할 과정을 견뎌야 한다. 좋은 칼이 나오기 위해서 수많은 방망이질과 재련을 견뎌야 한다. 명인이나 대가를 보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좋아서 하는 것일까, 아니면 하다 보니 좋아졌을까, 아니면 깨달음의 경지인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은 무심의 경지에 간 것일까.

 

모든 기술자는 공통적으로 수련을 통해 숙련시키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 후에 비로소 자신의 색을 입힐 수 있고 물아일체의 경지에 가야 신명나게 즐길 수 있다. 대부분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지루함에 포기를 한다. 한 단계를 넘으면 어설픈 경지에 만족해 더 힘든 고난의 연습을 피하거나 혹독한 수련기간 동안의 힘든 기억에 갇혀서 즐기지를 못한다. 자신의 일을 신나서 하기 어렵다. 기술자가 신이 나서 할 수 있다면 신명의 경지에 이를 것이다.

 

최근 MZ세대 특징 중 하나로 이직을 많이 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좋게 말하면 이상과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용기 있게 실천하는 세대이고 나쁘게 말하면 수련기간을 견디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런 시기에 임윤찬 우승은 그런 우려를 한 번에 정리해주었다. 박세리, 박찬호, 김연아, 손흥민, 임윤찬처럼 명인 반열에 오른 이들은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겼지만 결국은 자신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즐기는 신명남을 만난 사람들이다.

 

그런데 필자는 언제쯤 되어야 출근길이 신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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