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0 (토)

  • 구름조금동두천 2.5℃
  • 구름많음강릉 12.2℃
  • 구름조금서울 4.9℃
  • 박무대전 8.3℃
  • 흐림대구 12.3℃
  • 흐림울산 15.4℃
  • 흐림광주 9.2℃
  • 박무부산 15.4℃
  • 흐림고창 8.1℃
  • 박무제주 12.7℃
  • 구름조금강화 2.0℃
  • 흐림보은 7.8℃
  • 흐림금산 9.3℃
  • 흐림강진군 10.2℃
  • 흐림경주시 11.0℃
  • 구름많음거제 14.7℃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왕벌의 비행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75)

얼마 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임윤찬이 우승을 했다. 4년 전에도 한국인인 선우예권이 우승해 연속으로 받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을 깨고 최연소 우승이라는 기록마저 남겼다. 필자도 간간이 심심하면 베르디 음악을 듣기는 하지만 어려운 음악을 이해할 만큼 클래식 마니아는 아니다. 뉴스를 들으며 호기심이 생겨 유튜브에서 그의 연주 모습을 보며 ‘신명나다’란 단어가 떠올랐다.

 

순수 국어인 ‘신명나다’는 ‘저절로 일어나는 흥겨운 신과 멋이 생기다’로 ‘신나다’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신남이라 할 수 있다. 혹자는 개인이면 ‘신난다’라 하고 여러 명이면 ‘신명난다’라고 하지만 사전적으로는 구분돼 보이지 않는다. 여러 명이 같이 놀다 보니 개인의 ‘신남’이 배가되어 나타나는 경향이 많지만 임윤찬처럼 혼자서도 충분히 신명나는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신들린 듯한 모습으로 보이지만 신명난 모습과는 다소 다르다. 신들린 모습은 무속인이 신(神)이 들어와 접신한 상태에서 작두에 오를 때처럼 평소와 다른 모습 상태라 할 수 있다. 한자어에 ‘신명(神明)’이 있지만 ‘신명나다’와는 의미가 다르고 천지신명(天地神明)의 의미에 가깝다. 신명이 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신남을 최고로 극대화하여 다다르기 때문이다. 연주하는 임윤찬 모습은 신명난 모습 그 자체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반 클라이번 콩쿠르 대회는 악마의 스케줄이라고 한다. 예심 이후 준준결선, 준결선(독주, 협연), 결선(실내악, 협연) 등 총 5번 치러지는데 통상 한 번에 40여분 이상을 연주하기 때문에 녹초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마지막 연주로 갈수록 지치기 쉬운데 임윤찬이 점점 더 힘이 나는 모습에 놀랐다는 평가를 보고 서양 사람들이 한국인의 ‘신명나다’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 생각했다. 영어로 한(恨)이란 표현이 없듯이 ‘신명나다’라는 표현도 없다. 표현할 단어가 없으면 그 경지와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 연주가 신명나면 갈수록 에너지를 받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매우 빨리 쳐야 하는 곡 중에 러시아 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이 있다.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손놀림이 요구된다. 유튜브에 여러 사람들이 올린 연주 모습을 보면 사람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수없이 많은 연습이 달인의 경지를 만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생활의 달인’이란 TV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연습이 만들어낸 달인 경지에 감탄하지만, 왕벌의 비행을 치는 연주자들을 보며 탄성과 더불어 수많은 연습시간에 경의를 표한다. 수많은 연습시간에 자신의 신남을 신명남까지 올리면 최고의 명인이 된다.

 

‘열심히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좋아서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좋아서 하는 것이 견디기 쉽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기술자는 넘어야 할 과정을 견뎌야 한다. 좋은 칼이 나오기 위해서 수많은 방망이질과 재련을 견뎌야 한다. 명인이나 대가를 보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좋아서 하는 것일까, 아니면 하다 보니 좋아졌을까, 아니면 깨달음의 경지인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은 무심의 경지에 간 것일까.

 

모든 기술자는 공통적으로 수련을 통해 숙련시키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 후에 비로소 자신의 색을 입힐 수 있고 물아일체의 경지에 가야 신명나게 즐길 수 있다. 대부분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지루함에 포기를 한다. 한 단계를 넘으면 어설픈 경지에 만족해 더 힘든 고난의 연습을 피하거나 혹독한 수련기간 동안의 힘든 기억에 갇혀서 즐기지를 못한다. 자신의 일을 신나서 하기 어렵다. 기술자가 신이 나서 할 수 있다면 신명의 경지에 이를 것이다.

 

최근 MZ세대 특징 중 하나로 이직을 많이 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좋게 말하면 이상과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용기 있게 실천하는 세대이고 나쁘게 말하면 수련기간을 견디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런 시기에 임윤찬 우승은 그런 우려를 한 번에 정리해주었다. 박세리, 박찬호, 김연아, 손흥민, 임윤찬처럼 명인 반열에 오른 이들은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겼지만 결국은 자신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즐기는 신명남을 만난 사람들이다.

 

그런데 필자는 언제쯤 되어야 출근길이 신날까.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재테크

더보기

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