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9 (화)

  • 맑음동두천 14.2℃
  • 맑음강릉 14.6℃
  • 맑음서울 15.3℃
  • 맑음대전 17.0℃
  • 맑음대구 20.0℃
  • 맑음울산 13.9℃
  • 맑음광주 16.6℃
  • 맑음부산 13.7℃
  • 맑음고창 13.0℃
  • 맑음제주 14.9℃
  • 맑음강화 12.7℃
  • 맑음보은 14.9℃
  • 맑음금산 16.1℃
  • 맑음강진군 15.2℃
  • 맑음경주시 14.6℃
  • 맑음거제 13.7℃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왕벌의 비행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75)

얼마 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임윤찬이 우승을 했다. 4년 전에도 한국인인 선우예권이 우승해 연속으로 받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을 깨고 최연소 우승이라는 기록마저 남겼다. 필자도 간간이 심심하면 베르디 음악을 듣기는 하지만 어려운 음악을 이해할 만큼 클래식 마니아는 아니다. 뉴스를 들으며 호기심이 생겨 유튜브에서 그의 연주 모습을 보며 ‘신명나다’란 단어가 떠올랐다.

 

순수 국어인 ‘신명나다’는 ‘저절로 일어나는 흥겨운 신과 멋이 생기다’로 ‘신나다’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신남이라 할 수 있다. 혹자는 개인이면 ‘신난다’라 하고 여러 명이면 ‘신명난다’라고 하지만 사전적으로는 구분돼 보이지 않는다. 여러 명이 같이 놀다 보니 개인의 ‘신남’이 배가되어 나타나는 경향이 많지만 임윤찬처럼 혼자서도 충분히 신명나는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신들린 듯한 모습으로 보이지만 신명난 모습과는 다소 다르다. 신들린 모습은 무속인이 신(神)이 들어와 접신한 상태에서 작두에 오를 때처럼 평소와 다른 모습 상태라 할 수 있다. 한자어에 ‘신명(神明)’이 있지만 ‘신명나다’와는 의미가 다르고 천지신명(天地神明)의 의미에 가깝다. 신명이 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신남을 최고로 극대화하여 다다르기 때문이다. 연주하는 임윤찬 모습은 신명난 모습 그 자체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반 클라이번 콩쿠르 대회는 악마의 스케줄이라고 한다. 예심 이후 준준결선, 준결선(독주, 협연), 결선(실내악, 협연) 등 총 5번 치러지는데 통상 한 번에 40여분 이상을 연주하기 때문에 녹초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마지막 연주로 갈수록 지치기 쉬운데 임윤찬이 점점 더 힘이 나는 모습에 놀랐다는 평가를 보고 서양 사람들이 한국인의 ‘신명나다’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 생각했다. 영어로 한(恨)이란 표현이 없듯이 ‘신명나다’라는 표현도 없다. 표현할 단어가 없으면 그 경지와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 연주가 신명나면 갈수록 에너지를 받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매우 빨리 쳐야 하는 곡 중에 러시아 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이 있다.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손놀림이 요구된다. 유튜브에 여러 사람들이 올린 연주 모습을 보면 사람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수없이 많은 연습이 달인의 경지를 만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생활의 달인’이란 TV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연습이 만들어낸 달인 경지에 감탄하지만, 왕벌의 비행을 치는 연주자들을 보며 탄성과 더불어 수많은 연습시간에 경의를 표한다. 수많은 연습시간에 자신의 신남을 신명남까지 올리면 최고의 명인이 된다.

 

‘열심히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좋아서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좋아서 하는 것이 견디기 쉽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기술자는 넘어야 할 과정을 견뎌야 한다. 좋은 칼이 나오기 위해서 수많은 방망이질과 재련을 견뎌야 한다. 명인이나 대가를 보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좋아서 하는 것일까, 아니면 하다 보니 좋아졌을까, 아니면 깨달음의 경지인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은 무심의 경지에 간 것일까.

 

모든 기술자는 공통적으로 수련을 통해 숙련시키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 후에 비로소 자신의 색을 입힐 수 있고 물아일체의 경지에 가야 신명나게 즐길 수 있다. 대부분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지루함에 포기를 한다. 한 단계를 넘으면 어설픈 경지에 만족해 더 힘든 고난의 연습을 피하거나 혹독한 수련기간 동안의 힘든 기억에 갇혀서 즐기지를 못한다. 자신의 일을 신나서 하기 어렵다. 기술자가 신이 나서 할 수 있다면 신명의 경지에 이를 것이다.

 

최근 MZ세대 특징 중 하나로 이직을 많이 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좋게 말하면 이상과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용기 있게 실천하는 세대이고 나쁘게 말하면 수련기간을 견디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런 시기에 임윤찬 우승은 그런 우려를 한 번에 정리해주었다. 박세리, 박찬호, 김연아, 손흥민, 임윤찬처럼 명인 반열에 오른 이들은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겼지만 결국은 자신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즐기는 신명남을 만난 사람들이다.

 

그런데 필자는 언제쯤 되어야 출근길이 신날까.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같은 시간에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외국에서 근무하는 딸이 오랜만에 집에 와 모처럼 대화가 이어졌다. 딸과는 따로 지낸지 오래다 보니 늘 공통의 화제가 적었고 생각의 차이도 컸다. 모처럼 가족이 모두 모인 식탁에서 최근 유행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좋은 대화 소재가 되었다. 드라마의 인상적인 장면이 가족 모두 달랐다. 덕분에 각자의 생각이 다름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딸은 서울서 상처받고 제주 집에 돌아온 금명을 가족이 돌봐주는 장면을 말하였고, 필자는 관식이가 병원에서 마취에서 깨어나며 자신이 돌을 쌓으러 가지 않았어야 한다고 혼잣말을 하는 장면이 가장 생각난다고 했다. 딸은 외국생활을 하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자신의 모습을 금명을 통해서 본 듯했다. 필자는 아버지 관식이의 삶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관식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막내아들 동명을 잃는 최악의 불행을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바다에 돌을 쌓으러 나가지 않았으면 죽지 않을 수도 있었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족에게 가장 큰 불행을 경험하게 되면, 삶에서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순간이 오면 불안지수도 같이 올라가게 된다. 행복할수록 더 불안해지는 아이러니한 마음상태가 된다. 관식이 마음의 반은 평생 자신의 잘못으로 막

재테크

더보기

트럼프 관세전쟁과 자산시장 전망 | 미국채 금리와 달러 인덱스 중심 분석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선포는 글로벌 경제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약 100년 만에 이뤄진 대규모 관세 정책으로, 자산시장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증시는 기록적인 변동 폭을 나타내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오늘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글로벌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미국채(TLT) 금리와 달러 인덱스(DXY)를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기적 자산 배분 전략의 관점에서 향후 대응 전략을 제시해보겠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목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강력한 관세 부과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관세 조치는 단순히 무역적자 해소를 넘어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이는 관세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시장은 이러한 불확실성 증가를 반영해 4월 2일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고, 시장참여자들은 지금이 긴 하락장의 초입인지, 이벤트로 인한 단기적 주가 조정에 그치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채 금리의 급격한 변화와 달러 인덱스의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