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를 여행하던 미국인 부부가 딸에게 줄 인형을 고르다가 독일에서 만든 예쁜 성인 인형을 샀다. 1950년대였기에 인형들은 모두가 종이인형이나 어린 아이 모양의 인형이 고작이었던 시대였다. 그리고 그것을 딸에게 선물하였다. 그 부부는 미국에서 장난감회사 사장이었고 그것을 계기로 성인여성의 인형에 대한 영감을 받고 디자인 작업을 하였다. 디자인 작업은 미국에서 유도탄을 디자인하던 사람에게 맡겼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형은 시판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팔려나갔다. TV에서까지 광고를 하는 대인기를 누렸으며 2000년에 미국을 대표하는 문화품으로 타임캡슐에 들어가는 영광을 얻은 인형이 있다.
그것이 1959년에 만들어진 ‘바비인형’이다. 그리고 그 바비인형의 몸매가 38-18-34이다. 바비인형은 60년이 지난 지금도 인형 판매에 있어서 최고다. 연간 13억불의 매출을 일으키는 꺼지지 않는 인기를 지속적으로 누리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사장 부부가 스위스에서 사간 독일인형은 ‘릴리’라는 이름의 인형이었다. 그리고 그 릴리는 히틀러가 만든 인형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한 당시 윤락가를 드나들던 독일병사들이 매독에 걸리는 일이 너무 많이 발생해 병력에 심한 차질이 오자 히틀러가 섹스인형인 릴리를 만들어 군인들에게 보급한 것이었으나 차후에 창피하다는 이유로 모두 파기 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런데 그중에 남아있던 몇 개의 인형이 그들 부부의 손으로 들어갔고 그 당시는 그들도 그런 사실을 몰랐다.
그렇게 탄생한 바비인형은 전 세계의 여자아이들이 가지고 놀게 되었으며 어려서부터 남자나 여자의 뇌리 속에 최고의 미인의 몸매로 암시되었고 최고의 섹시한 몸매로 무의식속에 강요된 것이었다. 그리고 더욱 문제는 인간이 이룰 수 없는 몸매라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더욱 더 모든 사람들이 그 몸매에 열광을 한 것이고, 그래서 아직까지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영원히 팔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염려마저 있다. 염려가 되는 것은 지구상 모든 여성들의 섹시한 몸매의 우상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히틀러의 발상이 전 세계의 여성들의 섹시한 몸매의 암시적인 목표를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더구나 그 몸매를 디자인한 사람의 와이프가 거식증으로 4명이나 사망했다는 일화는 38-18-34의 몸매가 지니고 있는 파괴력의 일면을 보여준다.
요즘 매스컴에 종종 양악수술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연예인들이 인기를 다시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양악수술을 택한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보편화된 듯하다. 실제로 양악 수술은 그리 간단한 수술이 아니다. 그런데도 환자와 대화를 하다보면 너무나도 간단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수술을 하고 환자를 케어 해 보았던 필자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양악수술을 구강외과뿐 아니라 성형외과에서도 너무 공격적으로 홍보 마케팅을 하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는 뒷이야기가 들릴 때마다 걱정이 된다.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 시대에 어떤 부정적인 이미지가 치과 전체로 확산되지나 않을지 걱정된다. 그리고 우려했던 일들이 실제로 들려오고 있고 그것이 치과계뿐만 아니라 의료계 전체의 불신으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예뻐지려는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바비인형이 되려는 것은 판매 전략적 음모에서 시작되었기에 불가능하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바비인형의 희생자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TV 드라마를 보다보면 모든 여자가 비슷비슷한 얼굴이라서 사람이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필자는 이 얼굴을 ‘압구정 얼굴’이라고 한다. 압구정 얼굴보다는 조금 덜 예쁘더라도 평안한 얼굴을 좋아한다. 아름다움은 모양이 아니라 내면의 깊이에서 나온다. 인공미가 아닌 자연미가 좋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조미료 없는 음식들이 좋아진다. 그런 이유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