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5 (금)

  • 맑음동두천 18.6℃
  • 맑음강릉 17.9℃
  • 맑음서울 16.9℃
  • 맑음대전 18.8℃
  • 맑음대구 20.0℃
  • 맑음울산 18.8℃
  • 맑음광주 17.8℃
  • 맑음부산 18.0℃
  • 맑음고창 15.5℃
  • 맑음제주 18.8℃
  • 맑음강화 15.5℃
  • 맑음보은 17.0℃
  • 맑음금산 18.0℃
  • 맑음강진군 18.9℃
  • 맑음경주시 21.0℃
  • 맑음거제 18.1℃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치과신문 논단] 직설과 은유

URL복사

김용호 논설위원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는 거센 폭풍우로 조난당한 작은 보트에 순한 오랑우탄과 다리를 다친 얼룩말, 그리고 굶주린 하이에나와 바닥에 숨어있던 무서운 벵갈 호랑이와 함께 227일간 표류하게 된 인도 소년 ‘피신 몰리터 파텔’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제85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휩쓴 영상과 음악이나 영화가 이야기하는 인간 내면, 그것과 작용하는 주변에 대한 메시지의 강렬함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은유와 상징이 가지는 힘의 무한함에 대한 깨달음이다. 영화 마무리 즈음 ‘믿고 안 믿고를 넘어 어떤 것이 더 재미있냐’고 대놓고 묻는 주인공의 대사는 어쩌면 영화의 더 큰 화두는 은유와 상징에 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도 일으킨다.

 

‘시(詩)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중략)…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 이야길 하나 쓰것다.’

 

50여년 전 참여문학가 김지하는 월간지 『사상계』에 ‘오적’이라는 이름으로 권력과 사회 지배층의 부정·부패를 판소리 형식의 시와 그림을 빌어 직설적이면서도 노골적 표현과 한자 부수의 조어(造語)를 통해 비판의 대상들을 개, 원숭이, 돼지 등에 빗댐으로써 엄청난 사회·정치적 파급을 불러일으켰고(오적필화사건, 1970), 결국 당시 정인숙 피살사건과 와우아파트 붕괴사고가 불러온 물의와 선거를 목전에 둔 정부의 분위기로 인해 정조준 당해 반공법 위반혐의로 체포되어 고초를 겪었던 것을 보면 가히 ‘빗대어 이야기함’이 얼마나 강할 수 있는지 새삼 느껴진다. 이는 위트와 유머가 환영받는 지금 이 시대의 표현법이기도 한 바, 직선보다 곡선이 더 많은 느낌을 주고, 정박보다 엇박자로 귀를 더 기울이게 할 수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무릇 사실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을 상당히 돌발적이고 무례한 느낌을 유발하기 쉬우나, 은유적 표현은 다소 완만하고 모호한 느낌을 준다. 즉각적이고 명확하며, 센세이셔널한 효과와 결론을 선호하는 이 시대는 칼날 같은 직설과 흑백가름의 표현에 일달 많은 이들의 눈과 귀가 쏠리지만, 복잡한 모듬살이 속에 미묘한 관계들을 맺으며 포괄적 감각으로 생존하고 진화해온 인간의 인지와 정서는 과도한 레벨의 명도와 채도에 이내 피로감과 싫증을 느끼고, 점점 더 마우스를 자주 클릭하고, 리모컨을 누르며 새로운 내용을 찾아 끝없이 헤매는 새로운 종으로 진화인지 퇴화인지 모를 변이를 겪고 있는 듯하다.

 

예컨대 소위 ‘예능프로’에서 다수의 패널을 등장시키는 포맷의 유행이 그러하고, 중요한 사건들에 대한 심층취재보다는 보도하지 않아도 될, 전달가치가 없는 사건들까지 심각하고 중대한 사건인 양 심각하게 프롬프트를 읽어가는 앵커들의 목소리가 전혀 진지하게 들리지 않는 대다수의 뉴스 프로그램의 유행 또한 그러하다. 보고 듣는 이들에게 이내 피로감을 일으키고, 집중력과 판단력을 저하시키는, raw data에 불과한 과잉정보(information overlaod, Speier, 1999)들의 여과 없는 전달보다는, 좀 더 깊게 사유되고 신중히 선택된 말들을 따뜻이 정제하여 적절한 은유를 통해 전달하는 노력이 담긴 표현이 인간적이며, 보고 듣는 이의 인지와 정서에 더 포괄적인 ‘움직임’을 불러일으킨다는 믿음이 생긴다.

 

소통이란 완곡한 표현들로 더 나은 관계가 열리기도 하고, 정제된 은유와 나지막한 목소리에 더 많은 이들이 귀를 기울이게 되기도 하는 특성이 있다. 우리 치과계는 한 가족처럼 서로 가깝고 좁기 때문에 인류학에서 말하는 소통분류 상 ‘고맥락문화(high-context culture)’ 공동체로 봄이 마땅한데, 여기서 우리가 오히려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서로 가깝고 잘 이해하는듯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배려하고 조심스러운 소통에 고민하고 노력해야 함이 그것이다. 종종 완전히 적대적 상황은 아니더라도 서로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을 치과계에서 조우하게 되는데, 이때 쉽게 선택하게 되는 직설적이고 강한 표현의 저맥락문화(low-context culture) 소통으로 더 나쁜 국면으로 치닫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것이 직설이든, 은유든 목적은 소통을 통한 상생(相生)이다. 너무 정확히 서로를 쏜다면 결국 모두 죽는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같은 시간에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외국에서 근무하는 딸이 오랜만에 집에 와 모처럼 대화가 이어졌다. 딸과는 따로 지낸지 오래다 보니 늘 공통의 화제가 적었고 생각의 차이도 컸다. 모처럼 가족이 모두 모인 식탁에서 최근 유행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좋은 대화 소재가 되었다. 드라마의 인상적인 장면이 가족 모두 달랐다. 덕분에 각자의 생각이 다름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딸은 서울서 상처받고 제주 집에 돌아온 금명을 가족이 돌봐주는 장면을 말하였고, 필자는 관식이가 병원에서 마취에서 깨어나며 자신이 돌을 쌓으러 가지 않았어야 한다고 혼잣말을 하는 장면이 가장 생각난다고 했다. 딸은 외국생활을 하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자신의 모습을 금명을 통해서 본 듯했다. 필자는 아버지 관식이의 삶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관식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막내아들 동명을 잃는 최악의 불행을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바다에 돌을 쌓으러 나가지 않았으면 죽지 않을 수도 있었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족에게 가장 큰 불행을 경험하게 되면, 삶에서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순간이 오면 불안지수도 같이 올라가게 된다. 행복할수록 더 불안해지는 아이러니한 마음상태가 된다. 관식이 마음의 반은 평생 자신의 잘못으로 막

재테크

더보기

트럼프 관세전쟁과 자산시장 전망 | 미국채 금리와 달러 인덱스 중심 분석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선포는 글로벌 경제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약 100년 만에 이뤄진 대규모 관세 정책으로, 자산시장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증시는 기록적인 변동 폭을 나타내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오늘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글로벌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미국채(TLT) 금리와 달러 인덱스(DXY)를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기적 자산 배분 전략의 관점에서 향후 대응 전략을 제시해보겠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목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강력한 관세 부과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관세 조치는 단순히 무역적자 해소를 넘어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이는 관세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시장은 이러한 불확실성 증가를 반영해 4월 2일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고, 시장참여자들은 지금이 긴 하락장의 초입인지, 이벤트로 인한 단기적 주가 조정에 그치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채 금리의 급격한 변화와 달러 인덱스의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