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7 (일)

  • 구름조금동두천 9.5℃
  • 맑음강릉 18.8℃
  • 구름조금서울 11.0℃
  • 구름많음대전 11.7℃
  • 흐림대구 12.5℃
  • 흐림울산 15.4℃
  • 구름많음광주 12.9℃
  • 구름많음부산 14.7℃
  • 구름많음고창 7.8℃
  • 구름많음제주 13.1℃
  • 구름조금강화 8.7℃
  • 구름많음보은 5.9℃
  • 흐림금산 6.9℃
  • 구름많음강진군 8.3℃
  • 구름많음경주시 8.9℃
  • 구름많음거제 10.2℃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빵점 엄마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659)

최근 초등학생을 둔 30대 엄마가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되었다. 아들이 학폭 가해자로 지목되어 심의위원회에 회부된다는 통지를 받고는 수업 중인 교실에 난입해 교사의 목을 조르고 폭행을 하며 학생들을 협박해 기소된 사건이었다. 교권이 무너진 현실을 알고는 있지만 참 안타깝고 슬픈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상황은 필자 생각이 미치는 영역을 넘어섰다. 뭐라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사건이다. 엄마란 존재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사건이다.

 

그 엄마는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위하여 그런 행동을 했을까? 과연 아들을 위한 행동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이 화난 것을 분풀이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을까. 결국 그 엄마의 행동은 자신을 징역 1년형을 받게 했고, 아들은 자신의 일로 인해 엄마가 감옥에 가는 결과가 되었으니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필자가 고등학생 시절에 회사를 다니는 누님이 귀가가 늦어지면서 걱정을 하시던 어머니는 끝까지 기다리면서 회사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어 알아보시는 것을 참으셨다. 답답하던 필자가 어머니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행여 다른 이유로 늦어지는 것이라면 굳이 회사 동료들에게 늦게 들어온다는 이미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답변을 듣고 어머니의 생각이 깊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었다.

 

옛날 어머니들과 지금의 엄마들은 달라도 많이 다른 듯하다. 문득 나태주 시인의 ‘빵점 엄마’라는 시가 생각났다. 코로나로 한창 지쳐있던 때에 나태주 시인의 시집 ‘너무 잘하려 애쓰지마라’가 나왔다. 그 속에 ‘빵점 엄마’란 시가 있다.

 

『나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사람 / 그러나 이미 대학생 부모가 된 사람에게서 / 들은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 자기 아들이 초등학교 일학년 들어가 / 받아쓰기 시험 볼 때 / 빵점을 맞은 일이 있다 한다 / 아이가 돌아와 엄마 나 학교에서 / 빵점 맞았어요 / 시무룩하게 말할 때 엄마는 / 화들짝 웃으며 그래 빵점 맞았다고? / 그러면 우리 동네 아이들 불러 빵 파티하자 / 제과점에서 빵 사오고 아들의 친구들 불러와 / 글쎄 빵 파티를 했다고 한다 / 그런 뒤 그 아들 지금은 어찌 되었나? / 자라서 일류대학 제가 끝내 들어가고 싶어 / 소원하는 대학에 들어갔다 그런다 / 그렇다면 그 엄마는 빵점 엄마일까?/ 맞아 빵같이 둥글둥글하고 맛있어 쓸모 있는/ 엄마가 분명해/ 빵점, 빵 파티, 빵점 엄마, / 그 속에 우리네 삶의 아름답고도 깊은 곡절이 들어 있다.』

 

시 속의 빵점 엄마는 완벽한 엄마였다. 아들의 빵점에 대해 화를 참는 것도 대단하고 게다가 빵점 맞고 의기소침하였을 아들의 기를 살려주는 방법으로 빵파티를 열어 줄 수 있는 엄마는 정말 드물다. 요즘이라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아니 도인의 경지라고 보인다. 더군다나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면 20대 후반이거나 30대 초반인 엄마인데 70·80대 할머니에게서나 보일 수 있는 엄청난 내공이 보인다. 물론 빵점 엄마라고 화가 나지 않았고 어처구니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고 빵 파티까지 열어준 것은 참 놀라운 현명함이 돋보이고 지혜로운 행동이었다. 그런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어찌 반듯하게 자라지 않을 것인가. 빵점 엄마는 현명하였고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하여 교실로 쳐들어간 열혈 엄마는 어리석었다.

 

500년 이상 자리 잡았던 유교 교육의 기틀에서 어려서 교육은 두 가지가 있었다. 집에서는 인성교육으로 밥상머리 교육이 있었고, 지식을 배우는 학당교육이 있었다. 어머니에게서 인성을 배웠고, 아버지에게서 예절을 배웠다. 학당 스승님에게서 지식과 세상 사는 이치를 배웠다. 고도 산업사회로 들어오면서 불과 30년 만에 밥상머리 교육은 사라졌고, 학교 교육은 무너졌다. 학교에 대한 존중도 교사에 대한 존경도 사라졌다. 과연 인성교육이 사라진 사회에서 얼마나 사람다운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윤리학에서 행복은 최고의 선을 따라 미덕을 행할 때 행복이라 하였다. 인성이 무너지면 선과 미덕이 사라지니 행복도 어려워진다. ‘열혈 엄마’보단 세 번 참은 ‘빵점 엄마’가 아이들에겐 좋은 엄마일 게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같은 시간에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외국에서 근무하는 딸이 오랜만에 집에 와 모처럼 대화가 이어졌다. 딸과는 따로 지낸지 오래다 보니 늘 공통의 화제가 적었고 생각의 차이도 컸다. 모처럼 가족이 모두 모인 식탁에서 최근 유행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좋은 대화 소재가 되었다. 드라마의 인상적인 장면이 가족 모두 달랐다. 덕분에 각자의 생각이 다름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딸은 서울서 상처받고 제주 집에 돌아온 금명을 가족이 돌봐주는 장면을 말하였고, 필자는 관식이가 병원에서 마취에서 깨어나며 자신이 돌을 쌓으러 가지 않았어야 한다고 혼잣말을 하는 장면이 가장 생각난다고 했다. 딸은 외국생활을 하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자신의 모습을 금명을 통해서 본 듯했다. 필자는 아버지 관식이의 삶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관식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막내아들 동명을 잃는 최악의 불행을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바다에 돌을 쌓으러 나가지 않았으면 죽지 않을 수도 있었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족에게 가장 큰 불행을 경험하게 되면, 삶에서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순간이 오면 불안지수도 같이 올라가게 된다. 행복할수록 더 불안해지는 아이러니한 마음상태가 된다. 관식이 마음의 반은 평생 자신의 잘못으로 막

재테크

더보기

트럼프 관세전쟁과 자산시장 전망 | 미국채 금리와 달러 인덱스 중심 분석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선포는 글로벌 경제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약 100년 만에 이뤄진 대규모 관세 정책으로, 자산시장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증시는 기록적인 변동 폭을 나타내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오늘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글로벌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미국채(TLT) 금리와 달러 인덱스(DXY)를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기적 자산 배분 전략의 관점에서 향후 대응 전략을 제시해보겠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목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강력한 관세 부과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관세 조치는 단순히 무역적자 해소를 넘어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이는 관세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시장은 이러한 불확실성 증가를 반영해 4월 2일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고, 시장참여자들은 지금이 긴 하락장의 초입인지, 이벤트로 인한 단기적 주가 조정에 그치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채 금리의 급격한 변화와 달러 인덱스의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