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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빵점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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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659)

최근 초등학생을 둔 30대 엄마가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되었다. 아들이 학폭 가해자로 지목되어 심의위원회에 회부된다는 통지를 받고는 수업 중인 교실에 난입해 교사의 목을 조르고 폭행을 하며 학생들을 협박해 기소된 사건이었다. 교권이 무너진 현실을 알고는 있지만 참 안타깝고 슬픈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상황은 필자 생각이 미치는 영역을 넘어섰다. 뭐라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사건이다. 엄마란 존재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사건이다.

 

그 엄마는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위하여 그런 행동을 했을까? 과연 아들을 위한 행동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이 화난 것을 분풀이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을까. 결국 그 엄마의 행동은 자신을 징역 1년형을 받게 했고, 아들은 자신의 일로 인해 엄마가 감옥에 가는 결과가 되었으니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필자가 고등학생 시절에 회사를 다니는 누님이 귀가가 늦어지면서 걱정을 하시던 어머니는 끝까지 기다리면서 회사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어 알아보시는 것을 참으셨다. 답답하던 필자가 어머니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행여 다른 이유로 늦어지는 것이라면 굳이 회사 동료들에게 늦게 들어온다는 이미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답변을 듣고 어머니의 생각이 깊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었다.

 

옛날 어머니들과 지금의 엄마들은 달라도 많이 다른 듯하다. 문득 나태주 시인의 ‘빵점 엄마’라는 시가 생각났다. 코로나로 한창 지쳐있던 때에 나태주 시인의 시집 ‘너무 잘하려 애쓰지마라’가 나왔다. 그 속에 ‘빵점 엄마’란 시가 있다.

 

『나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사람 / 그러나 이미 대학생 부모가 된 사람에게서 / 들은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 자기 아들이 초등학교 일학년 들어가 / 받아쓰기 시험 볼 때 / 빵점을 맞은 일이 있다 한다 / 아이가 돌아와 엄마 나 학교에서 / 빵점 맞았어요 / 시무룩하게 말할 때 엄마는 / 화들짝 웃으며 그래 빵점 맞았다고? / 그러면 우리 동네 아이들 불러 빵 파티하자 / 제과점에서 빵 사오고 아들의 친구들 불러와 / 글쎄 빵 파티를 했다고 한다 / 그런 뒤 그 아들 지금은 어찌 되었나? / 자라서 일류대학 제가 끝내 들어가고 싶어 / 소원하는 대학에 들어갔다 그런다 / 그렇다면 그 엄마는 빵점 엄마일까?/ 맞아 빵같이 둥글둥글하고 맛있어 쓸모 있는/ 엄마가 분명해/ 빵점, 빵 파티, 빵점 엄마, / 그 속에 우리네 삶의 아름답고도 깊은 곡절이 들어 있다.』

 

시 속의 빵점 엄마는 완벽한 엄마였다. 아들의 빵점에 대해 화를 참는 것도 대단하고 게다가 빵점 맞고 의기소침하였을 아들의 기를 살려주는 방법으로 빵파티를 열어 줄 수 있는 엄마는 정말 드물다. 요즘이라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아니 도인의 경지라고 보인다. 더군다나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면 20대 후반이거나 30대 초반인 엄마인데 70·80대 할머니에게서나 보일 수 있는 엄청난 내공이 보인다. 물론 빵점 엄마라고 화가 나지 않았고 어처구니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고 빵 파티까지 열어준 것은 참 놀라운 현명함이 돋보이고 지혜로운 행동이었다. 그런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어찌 반듯하게 자라지 않을 것인가. 빵점 엄마는 현명하였고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하여 교실로 쳐들어간 열혈 엄마는 어리석었다.

 

500년 이상 자리 잡았던 유교 교육의 기틀에서 어려서 교육은 두 가지가 있었다. 집에서는 인성교육으로 밥상머리 교육이 있었고, 지식을 배우는 학당교육이 있었다. 어머니에게서 인성을 배웠고, 아버지에게서 예절을 배웠다. 학당 스승님에게서 지식과 세상 사는 이치를 배웠다. 고도 산업사회로 들어오면서 불과 30년 만에 밥상머리 교육은 사라졌고, 학교 교육은 무너졌다. 학교에 대한 존중도 교사에 대한 존경도 사라졌다. 과연 인성교육이 사라진 사회에서 얼마나 사람다운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윤리학에서 행복은 최고의 선을 따라 미덕을 행할 때 행복이라 하였다. 인성이 무너지면 선과 미덕이 사라지니 행복도 어려워진다. ‘열혈 엄마’보단 세 번 참은 ‘빵점 엄마’가 아이들에겐 좋은 엄마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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