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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표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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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102)

며칠 전, 이제 여든 셋이신 어머니를 모시고 한국 전통무용 구경을 다녀오는 길에 유난히 수척해진 모습에 혹시 체중이 줄었냐고 물으니, 3㎏이 줄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항상 규칙적인 운동과 정확한 시간에 식사를 하는 분이기에 무슨 특별한 변화라도 있나 싶어서 “요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하고 천천히 말을 건네 보니, 틀니가 아파서 식사하기가 불편해진 지4~5개월 되셨다고 답변하신다. 어머니의 말씀을 듣는 순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아들과 며느리가 치과의사고 집도 걸어서 10분 걸리는 거리인데 틀니가 아픈 것을 4~5개월이나 참으며 말을 하시지 않았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유를 물어보니 자식들 바쁜데 폐를 끼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얘기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결국 만들어드린 틀니를 잘 쓰시는지 물어보지 못한 자식의 잘못으로 결론을 짓고 이야기의 화제를 돌렸지만 아들 입장에서 무엇인지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무엇이든 말씀이 없으시면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는 있지만, 조금의 힌트만 주었어도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 말이다. 

 

그런데 어제 일이다. 병원으로 꽃이 한 다발 배달되어 왔다. 근무하는 예쁜 여선생의 생일이란다. “남편이 보내주어서 좋으시겠어요?”라고 말을 건네니, 여동생이 보내 준 것이라는 답변에 왠지 남편으로부터 꽃이 오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여운이 묻어 있었다. 이에 필자가 “남편에게 받고 싶으면 기다리지 말고 표현을 하십시오! 그것이 남편을 도와주는 것입니다. 본인도 행복해지구요. 물론 남편이 알아서 챙겨주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생각보다 한국의 남편들이 와이프 생일을 잊지 않고 챙길 만큼 녹록치 않습니다. A+급 상황을 바라지 말고 A-급 정도에서 평화를 지니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후에 남편으로부터 커다란 꽃바구니가 병원에 배달되었다.

 

심리학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분노를 삭이고 카타르시스를 맞는 데에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행위이다. 어떤 스트레스나 사건에 의한 감정이 표출되지 못해 가슴 안으로 감아 넣게 되고 그것이 반복되며 점점 더욱 더 깊이 들어가게 되면 그때는 마음의 병이 생기게 된다. 물론 마음의 병으로 가기 전에 대부분은 폭발되어 튀어나오게 된다. 그런 경우에는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싸움에서 서로가 현명하게 가슴 속에 있는 것을 남김없이 다 풀어내고 더 이상 남을 것이 없다면 관계가 급격히 좋아지고 감정적으로도 안정되므로 아주 좋은 싸움이 되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상대방의 황당한 반응에서 시작된 싸움이기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되어 싸움을 통해 다 풀지 못하거나 아니면 더욱더 쌓이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반복이 마음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급기야는 대화가 단절되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한다.

 

사랑하기에 미워한다고 한다. 사랑하기에 다른 사람이 아닌 그에게 받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남자와 여자의 뇌구조는 다르다. 남자는 동물적 본능 구조가 경쟁 구도와 생존 구도이다. 따라서 평온한 상태에서는 상태유지가 우선이다. 잡아놓은 고기에 먹이를 주지 않는 것이 아니고 지키기 위하여 경계를 하는 데 더욱 신경이 가있는 것이다. 그래서 여자는 알아서 해주는 것이 가능하지만 남자에게는 불가능하다. 물론 가능한 남자들도 있다. 직업이 제비이든지, 아직 지켜야 할 단계가 아닌 작업의 단계이든지 말이다. 여자들이 흔히들 결혼 전과 후에 남자들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이는 당연한 이야기이다.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내 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사랑이 식은 것이 아니라 형태가 바뀐 것일 뿐이다. 이런 차이로 아직도 많은 커플들이 지속적인 싸움을 한다. 아니 영원히 할지도 모른다. 신이 남녀를 만들 때 심심하지 말라고 장난을 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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