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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임플란트 수술과의 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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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논설위원

피 보기를 꽤 좋아했는데, 작년에 임플란트 수술을 완전히 접었다. 시력과 집중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임플란트를 처음 접했던 25년여 전, 전공의와 군의관 시절 대수술 경험이 많으니 그깟 소수술쯤이야 하는 마음이었다. 연수 과정이 가장 짧은 바이콘 임플란트를 택했다. 고정체 삽입 시 말렛을 사용하는 점이 생리에 맞았기 때문이었다. 미국 연수를 다녀온 후 바로 시작했다.

 

첫 수술 시 3개를 심으려고 점막 절개 후, 드릴 방향 때문에 느꼈던 황망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제친 조직이 기구 조작에 신경 쓰여 협점막에 매달고 진행했더니 제 위치로 돌아가려는 관성 탓인지, 환자가 너무 세게 자주 소독약으로 가글링한 탓인지, 일부가 융기해서 터졌다. 다행히 나중에 유착은 됐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순간순간 1미리, 1도를 따져야 하고 후속 보철이 치밀해야 함에 머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유지관리도 10년 이상 책임을 못 지는 연배에 이르렀다.

 

결정적 계기는 지속적 출혈 환자(70대 중반 남성)였다. 점막 절개 시부터 출혈이 심했다. 이상한데..? 35번 위치에 세 번째 드릴링을 하자 수돗물 흐르듯 출혈이 시작됐다. 턱 끝 동맥(MENTAL ARTERY)이 터졌음이 분명했다. 통법대로 젤폼을 넣고 15분 기다렸다. 담담히 열었는데, 웬걸 지혈제를 들고 일어난 구멍에서 점성이 전혀 없는 묽은 피가 샘물처럼 솟았다. 본왁스로 촘촘히 채워 재압박했다.

 

40여년 경험으로 99%는 이 정도면 지혈됐다. 그런데 인고(忍苦)도 무위, 동맥압력이 센지, 왁스가 둥둥 떠올랐다. 마음속 비상경보가 울렸다. 전공의 시절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백혈병 환자를 절개, 배농 후 출혈로 곤혹을 치른 적이 있었는데, 악몽이 재현된 듯했다. 젤폼과 보스민 거즈를 채우고 턱에 아이스팩 하면서 압박을 직접 했다. 환자의 저작 압박력을 의심해서였다. 환자가 왜 이리 오래 걸리냐고 어지럽다고 힘들어했다. 혈압은 괜찮았다. 수술 중 환자에게서 어지럽다 소리를 들으면 그처럼 찜찜한 것도 없다. 기립성 저혈압, 실신 전조현상 외에도 기저질환 악화, 돌발사고 위험이 있지 않은가. 종합병원에 있다면야 이런 케이스도 눕혀 조치하고 채혈하고 아무리 다량출혈에도 하트만 용액이든 수혈이든 하면 안심이지만 아무런 배경, 준비 없는 로컬에선 막막하다. 핏줄기가 약간 약해졌지만 멎는 기미가 없었다.

 

당연히 문진을 통한 사전검사를 했는데, 구멍뿐 아니라 조직에서 계속 스며 나오는 것으로 보아, 환자가 인지하지 못한 항혈소판제, 항응고제나 혈액순환개선제를 복용하고 혈액성분에도 이상이 있음이 분명했다.(그래서 복용약 처방전을 직접 보기 전엔 환자 말을 그대로 믿으면 안됨을 재인식했다. 청력 저하로 소통이 어렵거나 치매 초기인 경우도 많으니) 단안을 내려야 했다. 마지막 뚫고, 심고 덮든지 그냥 덮든지 밖에 없었다. 전자를 택하면 내출혈로 부종과 멍이 심하고 감각이상도 염려됐다. 포기하고 젤폼을 채운 후 그대로 덮었다.

 

다음날 환자가 내원해서 무서워 못하겠다고 했다. 불가피한 사고였지만 Rapport는 깨졌다. 다행히 종창 외 별 후유증은 없었다. 환불 처리 해주었다. 오히려 시원하고 감사했다. 까다로운 환자였으면 의료중재원 제소, 의료소송, 나홀로 시위감이었을 것이다. 그날 집에 가서 집사람에게 중단을 선포했다. 그래야 스스로 약속을 지킬 것 같았다. 아무리 힘든 시술을 해도, 환자가 설마 죽겠나, 그간 교만했다. 간혹 동료들이 임플란트 수술 후 사망이나 후유증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뜨끔했었는데, 별일 없었음에 감사했다.

 

요즘은 기존 임플란트 수술환자들, 유지관리로 소일한다. 간혹 다른 먼 곳에서 했다며 관리는 여기에서 받고 싶다고 찾아오는 환자도 있다. 사진을 보면 크라운만큼 흔하고 잘하는 선후배들이 부지기수다. 또 임플란트하던 치과가 갑자기 폐원해서 오는 경우도 있고, 힘들어 도중 하차하고 다른 방법으로 원하는 분들도 있다. 담당이 자주 바뀌어 신뢰가 없다는 분도 있다. 내막을 들어보면 저수가 대형 임플란트 치과인 경우다. 유지관리 감당이 불가하거나 힘들면 수술량을 조절해야 하는데, 계속 무리하다가 도산한다. 파산한 투명교정치과 재판(再版)이다. 적기에 제대로만 하면 임플란트처럼 좋은 수술이 없다. 그러나 너무 조기에 다량으로 하면 이처럼 무모한 수술도 없다. 딱하고 안타깝다. 임플란트 결과가 안 좋다고 병원에 사제폭탄을 투척, 횡행하는 세상이다. 후생가외(後生可畏), 도저(到底)한 후배들이 임플란트 많이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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