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의 한 개원의는 20년 지켜온 치과를 이전했다. 한 자리에서만 20년, 꾸준한 단골환자들도 많고 오랜 지인들도 많았지만 과감히 이전 개원을 선택했다.
“개원의로서의 정년을 생각해볼 때 앞으로 남은 20년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는 A원장은 “현재에 만족하기보다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다”고 이전 이유를 전했다. A원장은 이전과 함께 해외환자 진료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꾸준히 쌓아온 외국어실력을 바탕으로 주 환자층에 변화를 꾀해볼 셈이다.
또 다른 B원장은 서울 한복판에서 개원한 20년을 뒤로 하고 지방으로의 이전을 선택했다. 갈수록 높아지는 임대료에 인건비, 그리고 악화되는 경기도 한몫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더 큰 이유가 있었다. “솔직히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다 보니 신환은 없어도 치과 유지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면서 “그러나 치과 경영보다 이제는 좀 더 여유로운 삶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광고에 치이고, 환자의 불만과 치과 간 마찰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한적한 도시에서 개원하면서 ‘치과’보다는 ‘생활’에서 즐거움을 찾고 싶다는 바람이다.
그러나 타 지역으로 이전하는 데에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의견도 귀 기울일 만하다. 지방의 경우 투자비가 적다고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수가도 낮은 편이고, 고가의 진료를 선택하는 환자들도 적은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무작정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선택한 낙향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당장의 변화보다는 앞으로 10년, 20년 후를 그려보는 모습도 다양하다.
수도권에 개원하고 있는 C원장은 “특화된 치과병원으로 제2의 개원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실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치과의원으로 성공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요즘 개원가지만, ‘의원’말고 ‘병원’급으로 한 단계 발전된 치과를 갖고 싶다고 전했다. 서울의 D원장은 “틀니 전문 치과의사로 노년을 살고 싶다”고도 했다. 임플란트니 성형이니 돈 되는 진료보다는 환자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그 눈높이에서 필요한 진료를 업으로 하는 노년의 치과의사를 꿈꾼다는 것이다.
중견 치과의사들의 이전이 치과의사로서, 중년의 가장으로서 ‘터닝포인트’가 되고 있다면, 젊은 치과의사들의 개원과 이전은 여전히 치열하다.
최근 공동개원으로 변화를 꾀했다는 서울의 개원의는 “여러 명이 공동개원을 하며 치과 규모도 키웠지만, 아직은 대출금 갚기 빠듯할 정도”라며 한숨을 쉬었다. 단독개원에서 공동개원으로, 소규모 동네치과에서 중심 시가지 대형 치과로 탈바꿈했지만 여전히 경영난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 이 원장이 선택한 새로운 활력소는 ‘보험에서 시작하기’다. “처음엔 광고도 제대로 못하게 하는 구회 모임에 나가는 것도 부담이 됐지만, 반모임에 참석하면서 선배 개원의들의 조언이 새로운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내원 환자 중 광고를 보고 치과에 오는 환자가 얼마나 되느냐. 그런 비용에 투자하기보다는 놓치기 쉬운 보험청구나 기본진료를 충실히 해 신환을 단골환자로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성공비법”이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고 했다.
최근 보험청구 분야 인기연자로 활약하고 있는 E원장은 “개원 초기 환자가 없어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었다”면서 “그 시기에 눈을 뜨고 도움이 된 것이 바로 보험이었다”는 경험담을 전하기도 했다. 건강보험 진료의 장점은 무엇보다 진료 동의율이 높다는 것. 치과치료는 무조건 비싸다는 환자들의 인식을 바꾸고 치과를 가깝게 대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기본에 충실한 진료는 환자의 신뢰를 쌓는 것은 물론 꾸준한 단골환자를 만드는 초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원, 이전… 치과의사들에겐 이미 높은 벽이 돼 버린 단어가 됐지만, 또 다른 ‘변화’, ‘활력’이 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는 기회의 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