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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시애틀(Sea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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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논설위원

올해는 서울시치과의사회가 창립 100주년을 맞아 여러 가지 기념사업과 행사를 추진하고 준비 중이다. 필자는 그중 ‘서울시치과의사회 100년사’ 편찬사업(위원장 박용호)에 부족한 힘이나마 보태며 과거 우리 치과인들의 공동체가 어떠했는지 볼 기회가 있었다. 당시 상황을 요약하면 사회 전반에 걸쳐 1920~30년대는 주권이 없어 혼란스러웠고, 1940년대 해방과 정부 수립 이후에는 주권은 주어졌으나 해결해야 할 도전과 위협들에 대해 통일된 뜻을 모으는데 서툴러 혼란스러웠다.

 

1946년, 당시 혼란스럽던 치과계의 모습은 100년사 가편집본의 75페이지 쯤 ‘…양 회의 강경파 회원들은 거리에서 마주치면 격돌해 주먹질뿐 아니라 서로 칼을 들이대고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등의 불상사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한쪽에서 회의를 열면 다른 쪽에서 습격하고…’ 등의 기록을 보면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진다. 지금은 우리 사회에서 저런 어리석고 무모한 장면들이 보이지는 않지만, 좁혀야 할 이견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소통과 화해에 서툴고 인색함은 그때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1981년 재결합 공연에서 50만여명의 관객이 모인 가운데, ‘사이먼 앤 가펑클’은 명곡 ‘The Boxer’를 부르며 원곡에는 없던 가사 ‘We are more or less the same’을 덧붙였다. 이 한탄 섞인 표현과 호소력이 세월이 지나도 새삼 공감이 간다.

 

우리나라 치과계는 70~80년대의 풍요와 여유의 시대를 지나며 미래를 준비하지 못했다. 아니 준비하지 않았다. 이후 임플란트와 디지털을 선물 받았어도 어느 노래 가사처럼 우리는 그저 예전과 딱히 다를 바가 없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여러 가지 병적징후가 가시화되던 90년대에도 수수방관했고, 병이 깊어진 지금은 어디부터 풀어야 할지 난감하고 그 누구도 제반 문제들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꺼려한다. 하나 또는 몇몇 사람의 잘못과 태만도 아니었지만, 그것은 다시 말해 모두의 책임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궁경(窮境)에 몰리면 살아 나아갈 궁리를 하는 것이 본능이고 자연스러운 반응일진대, 대부분 각자 매일 바쁘고 고단한 하루들의 연속 속에서 머리 맞대고 살아나갈 궁리를 위해 뭉칠 겨를이 없다. 팍팍해지는 개원환경에 돌발적인 파울 플레이들이 대충 페어플레이로 받아들여지고, 일각이지만 어떤 이들은 그러한 편법들을 모아 미래 개원전략으로 삼는다. 안타깝지만 이러한 생존의 현장에서 그걸 뜯어말릴 용감하고 올곧은 선배는 찾아보기 힘들고, 공정하고 강력한 제도도 기대하기 힘든, 말 그대로 무력한 시대다.

 

무력한 궁경(窮境)에서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1854년 미대륙, 용기와 패기만으로는 대항할 수 없는 엄청난 무력을 앞세워 자신들의 부족이 사는 땅을 팔라는 ‘백인대표’ 프랭클린 피어스(미국14대 대통령)의 제안에 한 인디언부족의 추장은 긴 답글에 위엄과 기개를 담아 부족의 생명을 지키고 그들의 정체성을 이어갔다. 그 연설문에서 일부를 발췌해본다.

 

“당신들은 이 땅에 와서, 이 대지 위에 무엇을 세우고자 하는가? 어떤 꿈을 당신들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가? 내가 보기에 당신들은 그저 땅을 파헤치고 건물을 세우고 나무들을 쓰러뜨릴 뿐이다. 그래서 행복한가?

연어 떼를 바라보며 다가올 겨울의 행복을 짐작하는 우리만큼 행복한 것인가?(중략)…백인은 어머니인 대지와 형제인 저 하늘을 마치 양이나 목걸이처럼 사고 약탈하고 팔 수 있는 것으로 대한다. 백인의 식욕은 땅을 삼켜 버리고 오직 사막만을 남겨 놓을 것이다…”

 

우리 치과계가 무력한 궁경(窮境)의 시대를 만났다면, 그래서 이제 목마른 사막만 다가오는 듯하다면, 우선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은 우리 스스로 사회와 환자들을 대지와 하늘처럼 여기며,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선한 의지와 그 행동의 결과들이 만드는 자긍심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정체성이다. 그 정체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순간부터 우리의 말과 행동들은 결국 흥정과 의심의 대상이 될 것을 함께 이해하고 겸허히 수용하는 이들이 많다면, 궁경을 헤쳐나갈 희망과 부활의 힘이 우리에게 있다.

 

그 인디언 부족 수쿼미시족, 추장의 이름은 시애틀(Chief Seattle, 1786~1866)이었고, 현재 미국 워싱턴주의 북서부에 있는 도시의 이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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