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9 (수)

  • 구름많음동두천 20.7℃
  • 구름많음강릉 17.4℃
  • 구름많음서울 21.0℃
  • 흐림대전 18.7℃
  • 흐림대구 18.7℃
  • 흐림울산 15.7℃
  • 흐림광주 17.3℃
  • 흐림부산 16.1℃
  • 흐림고창 15.4℃
  • 흐림제주 15.8℃
  • 맑음강화 17.1℃
  • 흐림보은 17.8℃
  • 흐림금산 17.5℃
  • 흐림강진군 18.0℃
  • 흐림경주시 17.3℃
  • 흐림거제 16.5℃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산미치광이의 딜레마

URL복사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106)

‘딜 레마’의 어원은 그리스어의 di(두번)와 lemma(제안·명제)의 합성어로서 두 가지의 명제 사이에서 한쪽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더불어 ‘산미치광이’란 고슴도치처럼 몸과 꼬리가 가시 털로 뒤덮인 동물로 ‘호저’라고도 한다.

 

그런데 심리학에는 ‘산미치광이의 딜레마’ 혹은 ‘멧돼지의 딜레마’라는 표현이 있다. 미국의 정신과의사인 벨락이 쇼펜하우어의 멧돼지 우화를 인용하여 인간의 갈등관계를 해석했다. 우화의 내용은 멧돼지 두 마리가 있었다. 날씨가 유난히 추운 겨울날 밤이 되자,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견디기 위해 몸을 기대려 하였는데, 너무 가깝게 가면 자신들의 피부에 돋아있는 가시와 같은 털이 서로에게 상처를 냈다. 그래서 떨어지면 추워지므로 멧돼지들은 서로의 몸에 상처를 주지 않고 상대의 체온이 느껴지는 거리를 찾아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며 적절한 거리를 찾는다는 이야기이다. 남녀관계에서 발생되는 갈등을 설명하면 쉽게 이해되기도 한다.  가까이 가는 것을 ‘사랑’이라 하면 떨어지는 건 ‘미움’이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랑과 증오의 감정은 늘 공존한다는 숙명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붙지도 못하고 떨어지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인간관계를 일컬을 때를 말하기도 한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관계를 계속해 나가는 것이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닌 문제이기도 하다. 떨어져 있자니 외롭고, 너무 가까이 가면 상대방으로부터 상처를 입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구속당하거나 자유롭지 않아질 것 같은 모순 말이다. 이것이 쇼펜아우어나 벨락이 말하고 싶었던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었을 것이다. 이것을 극복하는 것은 상처를 받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다가가는 것과 상대가 상처 받지 않도록 나의 가시를 없애는 방법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본다면, 자식이 어릴 때에는 부모와 자식 간에는 이런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때는 힘에 있어서의 상대적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가 성장하여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 때까지는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아이들의 성격, 인격 형성에 부모가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 또한 비슷하다. 환자와 너무 가까워지면 치료에 있어서 플라시보효과가 줄어든다. 또 너무 멀어지면 의사를 불신하고 심지어는 미워하기까지 한다. 이것의 극단적인 상황이 현실에서도 나타난다. 너무 가까워졌을 때가 최근 발생한 강남산부인과의 마취제 투여 환자 사망사건이고, 너무 멀어졌을 때가 작년에 발생한 환자의 불만에 의한 치과의사 살인사건이라 볼 수 있다.

 

‘산미치광이의 딜레마’에서 말하는 적절한 거리, 적당한 거리감이란 쉽지 않은 명제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계륵’과 같이 먹자니 먹을 것이 없고 버리기엔 아까운 것과 같은 그런 상황에 놓인 것이다. 지속적으로 인간의 욕심을 저울질당하기 때문에 어렵고 놓지 못하기에 힘들다. 이는 동양사상의 ‘중도’와는 다르다. 중도사상은 극단적인 치우침으로 가지 않도록 항상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중도이다. 그리고 이것을 놓는 것이 중도이다. 반면 적당한 거리의 유지는 지속적인 피로감과 외로움을 동반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현대를 사는 모든 이들 마음속에 가장 큰 고통 중의 하나가 외로움이다. 사람이 없어도 외롭고 있어도 외롭다. 그래서 데이비드 리스먼은 이미 1950년대에 현대화된 사회 속에서 개인의 위치를 ‘고독한 군중’이란 책에서 ‘군중속의 고독’이라 하였다. 결국 ‘산미치광이의 딜레마’가 인간관계의 외로움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오늘도 이런 거리를 유지 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필자를 포함한 현대인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노자를 따라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처럼 쉬우면 좋겠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레바논에서 발생한 신성모욕
이스라엘 병사가 레바논의 예수상을 파괴하는 사진은 25년 전 아프카니스탄에서 바미안 석불이 파괴되던 일을 떠올리며 충격과 더불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종교적 성인인 부처나 예수님 상에 저 정도 짓을 한다면 포로나 피점령지 사람들에게 행할 짓은 미뤄 짐작이 된다. 종교적 상징물을 파괴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선민사상이다. 내가 믿는 신이 최고니 나머지는 모두 우상이고 미신이라서 무슨 짓을 해도 본인이 믿는 신을 위한 잘한 짓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정령신앙이 없는 것이다. 정령신앙은 모든 사물에 영혼이 있다는 신앙이다. 이는 고등종교가 발달하기 전에 원시 종교형태였으며 아직도 우리나라는 민속종교 형태로 남아있다. 예를 들면 만약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불상이나 예수상을 실수라도 파괴하거나 손상을 입히면 그날부터 꿈자리가 사납고 잠을 설치게 된다. 천벌을 두려워하는 것도 정령신앙의 일종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종교가 들어오고 정착과정에서 종교적 박해는 심하게 있었으나 아직까지도 종교 간에 유혈사태는 없었다. 그 근간이 정령신앙이다. 상대 종교의 신이나 상징물에도 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히 해하려 하지 못한다. 한반도에 살

재테크

더보기

금리 사이클 전환 구간, 미국채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최근 미국 증시는 신고가를 경신하며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장기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 내부의 긴장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 이러한 흐름은 현재 시장이 단순한 상승 국면이 아니라 사이클 전환 구간에 위치해 있음을 시사한다. 금리 사이클로 보면 현재는 첫 금리 인하 이후 B 구간을 지나 경제위기 C 국면으로 이동하는 흐름에 가깝다. 과거에는 이 구간에서 비교적 빠르게 경기 침체로 이어졌지만, 이번 사이클은 금리 인상 폭이 컸음에도 경기 둔화가 지연되면서 B에서 C까지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다만 구조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 구간의 후반부에서는 결국 경제위기 국면(C)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 미국채 30년물 수익률 월봉 차트를 보면 이러한 구조 변화는 더욱 명확하다. 1980년대 이후 장기 금리는 하락 채널을 형성하며 디플레이션 사이클을 이어왔지만, 최근에는 저점과 고점이 동시에 높아지는 상승 채널로 전환됐다. 이는 단순한 금리 반등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사이클로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현재 금리도 이 상승 채널 안에서 움직이며 4.8%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포인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