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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공직, 공개채용 응시를 체험한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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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논설위원

어느 한 날(一) 저녁(夕)에 비수(匕)가 날아들어 죽듯이(死), 의료사고는 예고하지 않고 순식간에 찾아온다. 작년 여름이었다. 80대의 처이모부 상악구치 크라운을 세팅 중이었다. 평소 달력에 써놓는 자가훈계가 ‘삼·떨·미(환자가 삼키고, 기구 떨어뜨리고, 미끄러짐 주의)’인데, 그날따라 교만했는지 늘 하듯 물 적신 솜으로 목구멍을 막지 않고 45도 눕힌 상태에서 시적 중이었다. 실수로 크라운을 떨어뜨렸는데, 바로 기도로 들어갔다. 환자 안색이 급변하고 학학거렸다. 자세를 바로 세우고 등을 쳤으나 무위였다. 안아 일으켜 세워서 뒤에서 끌어 앉고 두 손으로 명치 아래를 세게 압박했다(하이덴 헬렌버그 포지션). 7~8차례 시도 끝에 나왔다. 식은땀이 났다.

 

개원 이래 의료사고(의료분쟁)에 관심이 많았다. 스스로 대소 사고를 여러 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치과 건물 재건축으로 향후 진로를 모색 중에 치과신문에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상임감정위원 채용 응시광고를 발견했다. 이제 선수보다는 도우미 역할이 기질에 맞아서 관련 공부를 하고 국회의원, 변호사 등 주변 지인들에게 알아봤다. 기대하는 답은 없었다. 실례를 무릅쓰고 현직 감정위원(치과)에게도 조언을 구했다. 원론적인 답변이었지만 동료애를 느낄 수 있었다. 가족들은 만류했다. 자유롭게 일하다가 말년에 조직 생활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아들이 도와준 서류준비 과정은 복잡했다. 복지부의 ‘의료인 행정처분 전력조회서’ 등 생소한 서류가 많았다.

 

아무리 글을 오래 써왔어도 자기소개서, 직무수행계획서를 각각 5매 내외로 작성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것 때문에 일차 관문 통과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고민 끝에, 재건축으로 기로에 서 있음을 밝히고 차제에 새길을 개척하고 동료와 환자들을 돕고 싶은 나의 의지를 꾸밈없이 사실대로 기술하는 수밖에 없었다. 인문학적 가치가 내재된 중재원의 업무가 성향과 소질에 맞으며, 내 인생 마지막 소명으로 삼고 싶다는 뜻으로 자기소개서의 지원동기 부분의 매듭을 지었다.

 

직무수행계획서는 ‘퀴블러로스’ 이론을 인용하는 글로 시작했다. 극도의 상실감과 우울감을 극복하는 과정을 설명할 때 흔히 그녀의 5단계 이론(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이 도입되는데, 의료분쟁을 경험 중인 의료인과 환자의 심리도 이와 다르지 않음을 설명했다. 본인의 다량 임상경험 의료사고 경험 및 자체해결 사례, 의료배상 책임보험을 통한 사례, 동료들에게 조언한 예, 문사철 공부와 저술 경력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협회에서도 의료분쟁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현대해상과 협약하여 배상보험을 성공적으로 운용 중이다. 지난 6월에는 ‘치과의료감정원’ 설립 후 운영을 위한 회의가 열렸다. 사실 현재 시스템상으로 중재원 내에서 1명 치과의사가 전체 의료분쟁 케이스를 감정한다는 것은 무리가 따를 것이다. 전문가나 대학, 분야별 감정전문위원을 확보하면 신뢰성이 향상될 것이다. 중재원과 관계설정이 중요하다. 장차 숙명적으로 의과와 분리해서 중재와 조정까지 하는 동등한 급의 국가기관으로 발전하는 것이 목표일 것이다. 치의학연구원, 과거 대학의 치과병원 분리 과정과 같이 지난한 험로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응시한 지 2주 만에 1차(서류심사) 전형에 합격했다는 통보가 왔다. 아울러 추가 증명서류 요청이 있었고 한 달 후에 2차 면접심사 날짜가 통보되었다. 나름대로 예상 면접 문항에 대비했다. 면접은 변호사, 의사인 듯한 6명이 교대로 질의했다. 맥캔지 파트너인 사위가 “분쟁 중재 심사 쟁점이 위원들 간에 의견이 다를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에 대한 답변을 생각해 보라고 했는데, 과연 적중했다.

 

1주 후 “귀하의 훌륭한 경력 및 역량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많은 지원(5명)으로 아쉽게도 탈락했다”는 통보가 왔다. 미리 내정이 있었나? 합격자는 필자보다 젊고 아르테(arete)가 충분했을 것이다. 국민과 동료들께 봉사하시길 바란다. 현직 감정위원에게서 뜻밖에 위로 문자가 왔다. 오히려 좋은 일일 수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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