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5 (금)

  • 맑음동두천 -6.4℃
  • 맑음강릉 0.4℃
  • 맑음서울 -4.6℃
  • 구름조금대전 -1.3℃
  • 구름많음대구 1.3℃
  • 구름조금울산 3.3℃
  • 구름많음광주 4.4℃
  • 구름많음부산 5.0℃
  • 구름많음고창 4.3℃
  • 흐림제주 10.5℃
  • 맑음강화 -4.6℃
  • 맑음보은 -2.0℃
  • 맑음금산 -0.2℃
  • 흐림강진군 6.4℃
  • 맑음경주시 2.5℃
  • 구름조금거제 5.9℃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치과신문 논단] 공직, 공개채용 응시를 체험한 후에

URL복사

박용호 논설위원

어느 한 날(一) 저녁(夕)에 비수(匕)가 날아들어 죽듯이(死), 의료사고는 예고하지 않고 순식간에 찾아온다. 작년 여름이었다. 80대의 처이모부 상악구치 크라운을 세팅 중이었다. 평소 달력에 써놓는 자가훈계가 ‘삼·떨·미(환자가 삼키고, 기구 떨어뜨리고, 미끄러짐 주의)’인데, 그날따라 교만했는지 늘 하듯 물 적신 솜으로 목구멍을 막지 않고 45도 눕힌 상태에서 시적 중이었다. 실수로 크라운을 떨어뜨렸는데, 바로 기도로 들어갔다. 환자 안색이 급변하고 학학거렸다. 자세를 바로 세우고 등을 쳤으나 무위였다. 안아 일으켜 세워서 뒤에서 끌어 앉고 두 손으로 명치 아래를 세게 압박했다(하이덴 헬렌버그 포지션). 7~8차례 시도 끝에 나왔다. 식은땀이 났다.

 

개원 이래 의료사고(의료분쟁)에 관심이 많았다. 스스로 대소 사고를 여러 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치과 건물 재건축으로 향후 진로를 모색 중에 치과신문에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상임감정위원 채용 응시광고를 발견했다. 이제 선수보다는 도우미 역할이 기질에 맞아서 관련 공부를 하고 국회의원, 변호사 등 주변 지인들에게 알아봤다. 기대하는 답은 없었다. 실례를 무릅쓰고 현직 감정위원(치과)에게도 조언을 구했다. 원론적인 답변이었지만 동료애를 느낄 수 있었다. 가족들은 만류했다. 자유롭게 일하다가 말년에 조직 생활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아들이 도와준 서류준비 과정은 복잡했다. 복지부의 ‘의료인 행정처분 전력조회서’ 등 생소한 서류가 많았다.

 

아무리 글을 오래 써왔어도 자기소개서, 직무수행계획서를 각각 5매 내외로 작성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것 때문에 일차 관문 통과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고민 끝에, 재건축으로 기로에 서 있음을 밝히고 차제에 새길을 개척하고 동료와 환자들을 돕고 싶은 나의 의지를 꾸밈없이 사실대로 기술하는 수밖에 없었다. 인문학적 가치가 내재된 중재원의 업무가 성향과 소질에 맞으며, 내 인생 마지막 소명으로 삼고 싶다는 뜻으로 자기소개서의 지원동기 부분의 매듭을 지었다.

 

직무수행계획서는 ‘퀴블러로스’ 이론을 인용하는 글로 시작했다. 극도의 상실감과 우울감을 극복하는 과정을 설명할 때 흔히 그녀의 5단계 이론(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이 도입되는데, 의료분쟁을 경험 중인 의료인과 환자의 심리도 이와 다르지 않음을 설명했다. 본인의 다량 임상경험 의료사고 경험 및 자체해결 사례, 의료배상 책임보험을 통한 사례, 동료들에게 조언한 예, 문사철 공부와 저술 경력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협회에서도 의료분쟁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현대해상과 협약하여 배상보험을 성공적으로 운용 중이다. 지난 6월에는 ‘치과의료감정원’ 설립 후 운영을 위한 회의가 열렸다. 사실 현재 시스템상으로 중재원 내에서 1명 치과의사가 전체 의료분쟁 케이스를 감정한다는 것은 무리가 따를 것이다. 전문가나 대학, 분야별 감정전문위원을 확보하면 신뢰성이 향상될 것이다. 중재원과 관계설정이 중요하다. 장차 숙명적으로 의과와 분리해서 중재와 조정까지 하는 동등한 급의 국가기관으로 발전하는 것이 목표일 것이다. 치의학연구원, 과거 대학의 치과병원 분리 과정과 같이 지난한 험로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응시한 지 2주 만에 1차(서류심사) 전형에 합격했다는 통보가 왔다. 아울러 추가 증명서류 요청이 있었고 한 달 후에 2차 면접심사 날짜가 통보되었다. 나름대로 예상 면접 문항에 대비했다. 면접은 변호사, 의사인 듯한 6명이 교대로 질의했다. 맥캔지 파트너인 사위가 “분쟁 중재 심사 쟁점이 위원들 간에 의견이 다를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에 대한 답변을 생각해 보라고 했는데, 과연 적중했다.

 

1주 후 “귀하의 훌륭한 경력 및 역량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많은 지원(5명)으로 아쉽게도 탈락했다”는 통보가 왔다. 미리 내정이 있었나? 합격자는 필자보다 젊고 아르테(arete)가 충분했을 것이다. 국민과 동료들께 봉사하시길 바란다. 현직 감정위원에게서 뜻밖에 위로 문자가 왔다. 오히려 좋은 일일 수도 있다고.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우리 전통사상에는 악마가 없다
악마의 개념은 종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우선 인도 힌두교는 이원론적인 악으로 선의 신과 대등하게 전쟁을 하는 존재다. 반면 기독교는 하느님의 최고 천사가 반역하며 타락하여 사탄이 되었다. 불교는 신도 악마도 모두 중생으로 연기법의 지배를 받는 존재다. 도교는 신도 관료체계가 있어서 가장 높은 옥황상제 밑에 신하 신들이 있고 최하위에 인간 범죄자 같은 하급 저질 영혼인 귀(鬼)와 마(魔)가 있다. 유교는 철저하게 인간 중심개념으로 절대 신도 악마도 없다. 인의예지 안에 있으면 선이고, 벗어나면 악이라기보다는 불선의 개념이다. 악마의 등장은 사후세계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권선징악이 되어야 하는데 실제 현실에서는 악당이 더 잘사는 이율배반적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사후세계에서 확실하게 징벌하는 개념을 종교가 도입하였다. 우리 전통사상에는 절대 악마가 없었다. 일본 요괴와 서양 드래곤은 이유 없이 사람을 해치는 악의 존재다. 우리 전통사상의 도깨비는 장난기는 있으나 권선징악의 존재다. 원래 우리 전통사상에는 선악 개념이 없었다. 인간은 선량하고 행복한 저승 사람이 이승으로 놀러 왔기 때문에 원래 선한 것이다. 원한이 있으면 푸는 것이고, 악한 것은

재테크

더보기

금리 사이클이 알려주는 저가매수·고가매도 전략

자산시장을 해석하고 대응하는 데 가장 중요한 나침반은 결국 금리 사이클이다. 금리, 인플레이션, 경기순환, 투자심리 등 다양한 요인이 자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시장은 일정한 패턴과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추세적으로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자산배분 투자자는 단기 뉴스나 매크로 변수의 소음에 흔들리기보다, 금리 사이클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현재 시장이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지난 2023년 초부터 미국 주식과 비트코인 같은 위험자산은 모두 강한 상승장을 경험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승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는지, 혹은 아직 확장될 여지가 있는지는 결국 현재가 사이클의 어느 국면에 위치해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더욱 명확해진다. 특히 금리 고점(A), 첫 번째 금리 인하(B), 경제위기 국면(C), 금리 저점(D)으로 이어지는 큰 구조 속에서 보면, 장기적 관점에서 어느 시점에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어느 시점에 저가매수를 해야 하는지를 보다 수월하게 판단할 수 있다. 2020년 3월 코로나 사태는 금리 사이클에서 말하는 경제위기(C) 국면의 대표적 사례였다. 당시 글로벌 경제는 블랙스완급 이벤트인 팬데믹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